인포시스 테크놀로지스를 소개할 때는 으레 ‘인도의 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보잘 것 없는 벤처로 출발해 인도 굴지의 IT기업으로 성장한 전력이나 세계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차지하는 막강한 영향력 등이 MS와 닮았기 때문이다. 인포시스는 최근 미 나스닥 증시의 경기평가 지수인 ‘나스닥 100 지수(NASDAQ-100 index)’에 인도 기업 최초로 포함됐으며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새로운 핵’으로 부상한 인도를 국제 무대로 이끌고 있다. 인포시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이사 회장인 난단 닐레카니 CEO(51)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인포시스의 성공 전략을 들어봤다.
-인포시스가 인도기업 최초로 ‘나스닥 100 지수’에 입성한 것을 축하한다. 인포시스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공한 비결은 어디에 있나.
▲비결은 자신의 믿음에 대해 신념을 갖는 것이다. 만약 어떤 기업이 스스로 믿음을 가진다면, 그 기업은 고객들을 위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물론 이것(믿음으로 가치를 창조하는 일)은 단기간에 되는 일이 물론 아니다. 꾸준히 노력하며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 또 기업이 생각하는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전자신문 올해의 주제가 ‘창조와 혁신’이다. 창조와 혁신은 또한 오늘날의 인포시스를 있게 한 중요한 화두로 보인다. 창조와 혁신을 통해 인포시스가 발전한 구체적인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혁신을 멈추는 그 순간부터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심지어 날마다 새로운 정보통신(IT)과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인포시스조차도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혁신하고 새롭게 창조해 내기 위해 부단히 연구한다. 또 인포시스는 기업 비즈니스를 진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더 좋은 방법을 찾으려 소프트웨어 기술을 연구하는데 많은 투자를 한다. 이미 입증된 우리의 ‘글로벌 딜리버리 모델(Global Delivery Model: 글로벌 IT서비스 대기업이 저임금 국가에서 노동력을 확보하는 사업전략)’은 북미·유럽 등 인도와 멀리 떨어진 곳에 어떻게 하면 서비스를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잘 전달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혁신에 집중한 결과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업체는 다국적 기업의 IT 아웃소싱 기지로 유명하다. 인도 기업들이 세계 각국이 가장 선호하는 아웃소싱 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공통적인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인도 서비스 기업들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것은 그 시점이 적절했기 때문이다. 인도는 1991년 당시 재무부 장관이자 현 수상인 만모한 싱 박사 주도로 개혁을 단행했다. 그 결과 영어를 능숙히 구사하고 기술력이 뛰어난 인재군을 확보했다. 통신 부문을 민영화함으로써 세계 어디든지 연결할 수 있는 싸고 안정적인 통신망을 구축한 것도 아웃소싱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마침 이와 때를 같이해 최근 20년 간 세계 경제 여러 분야에서 IT 의존도가 높아져 기업들의 수요를 대규모로 진작시킨 것이 큰 힘이 됐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IT산업의 핵심이다.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소프트웨어 산업을 성장시키고 육성시킬 수 있을 것이라 보는가. 세계 최강의 소프트웨어 업체 혹은 IT기업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기업들은 혁신과 기술, 첨단 제조업에 강하다. 그것이 한국의 강점이다. 한국 기업들이 첨단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된 비결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로 성공하려면, 재능 있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경험한 전문가 집단을 양성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의 과학기술 분야 인력의 경쟁력과 직결될 것이다. 또 아시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혁신적인 흐름이 소프트웨어 제품에 이용될 수 있다. 그것은 젊은 한국의 기업가들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직원을 채용하는데 들였던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인재 유치를 위한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 알려달라. 또 회사에 필요한 업무능력을 갖춘 엔지니어와 컨설턴트로 인재를 교육하고 양성시키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SW 업계에서 조직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인포시스는 인도에서 최고의 교육기관을 졸업한 최고의 인재들을 뽑을 만큼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또 우리는 직원들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벵갈루루에서 3시간 가량 떨어진 마이소어라는 지역에 설립한 인포시스 사내 대학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대학 중 한 곳이다. 기숙사 시설을 갖춘 이 캠퍼스에서는 5000명의 직원들이 교육을 받는데 우리는 향후 수용인원을 7000명 더 증원할 계획이다. 인포시스는 지난해 1만7000명, 올해 2만8000명을 신규 채용했는데 이같이 대규모 채용을 실시했을 때 사내 교육 시스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또 기술은 정체하지 않고 늘 변하기 때문에 조직 전체의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일도 꾸준히 신경쓰고 있다. 인포시스는 모든 직원에게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교육을 항상 실시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인도 SW산업 규모는 얼마나 되며 새해에는 얼마나 성장할 것으로 보나. 또 인포시스의 주 사업영역과 새해 매출목표는 얼마나 되나?
▲인포시스는 2004년 10억달러, 2006년 20억달러 매출을 올렸으며 2007년 3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 SW산업은 2006년 250억달러에 육박했으며 매년 30∼3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인포시스의 주력사업은 재무·보험·유통·통신·첨단 제조업·자동차·항공 등 거의 전 산업 분야를 망라한다. 우리는 사업을 다각화함으로써 어느 특정 분야 산업의 경기사이클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인포시스는 아태지역,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일본·중국·호주에서 사업을 좀 더 강화하려고 한다.
-한국은 인도를 8대 무역 대상국의 하나로 보고 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와 IT서비스 시장을 어떻게 보나.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나 한국업체와 제휴 및 공동사업을 할 계획은 없나.
▲우리는 늘 새로운 시장을 바라본다. 또 얼마 동안은 한국 시장에서 기회를 좇아왔다. (한국에서) 우리 서비스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있을 때 투자를 할 것이다. 한국기업들은 그들의 핵심사업에 주력하며 인포시스와 같은 글로벌 파트너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의 성공사례를 배워야 한다. 시장이 준비가 된다면 우리는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최근 많은 SW업체들이 이른바 ‘SaaS(Software as a Service)’라고 불리는 새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어떻게 해석하나.
▲대다수 기업들은 새롭게 부상하는 패러다임에 관심을 보이게 마련이다. SaaS는 미래 사업 전략의 중요한 일환이다. 우리는 고객들이 SaaS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과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투자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아직 관망하는 추세지만, 우리는 이미 SaaS를 받아들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고객관리는 철저히 신뢰를 바탕으로 하되, 해당 비즈니스에서 좀 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고객과 밀착된 경영을 하고 있다.
-인포시스의 기업 문화는 무엇인가.
▲우리의 기업문화는 25년 전 설립 당시 규정한 비전과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결정과정에서 활발한 토론을 지향하며 고위 경영자와의 대화창구가 늘 열려 있다. 또 직원이 7만명이나 되는 회사에서는 기업문화를 이끌어갈 리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영 철학이나 기업 철학 또는 좌우명이 있다면. 취미는 무엇인지 알려달라.
▲나는 혼자서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권을 대표로 위임받은 것이다. 경영자는 자신의 조직을 깊이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포시스의 조직 리더십은 매우 탄탄해서 CEO인 내가 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또 나는 후계경영구도를 위해 후배들을 지도한다. 인포시스는 회사가 오랫동안 번성할 수 있을 만큼 리더십의 깊이가 있다.
취미는 여행이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등이다. 업무로 정신없이 바쁠 때는 가끔 일을 쉬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로 가족과 지내거나 책을 읽으며 재충전한다.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이 많다. 세계는 빨리 변화하고 세계 경제의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전 세계 기업인들이 ‘평평한 지구(flattening world)’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책을 통해 꾸준히 접하고 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난단 닐레카니는 누구
토머스 L 프리드먼의 명저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는 글로벌 경쟁무대에서는 강대국인 미국이나 신흥주자인 인도가 모두 동등하다는 주장으로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이 책에 영감을 준 사람이 다름 아닌 난단 닐레카니 인포시스테크놀로지스 CEO(51)다.
닐레카니는 인도 벵갈루루에서 태어나 1978년 뭄바이 인도공과대학(IIT)을 졸업했으며 1981년 나라야나 무르티 전 회장 등 6명과 함께 단돈 250달러로 인포시스를 창업했다. 20여년간 무르티 회장의 그늘에 가려 있던 닐레카니는 2002년 인포시스 CEO로 취임한 이후 4년 만인 지난해 8월 회장직까지 겸임하며 인포시스의 총사령관에 올랐다. 취임 직후부터 3개년, 5개년 중장기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해외 인재를 대거 영입하는 등 발빠르고 부드러운 변화를 추구했다. 그 결과 인포시스는 최근 3년 간 3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매년 기록, 양적인 팽창에서 질적인 성장으로 전환하는 ‘제2의 도약’에 성공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닐레카니는 포브스 아시아판이 선정한 ‘2006 올해의 아시아 기업인’,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잇따라 이름을 올리며 일약 아시아를 대표하는 IT기업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