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대목이지만 예전과 다르게 업계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침체돼 있는 상태입니다.” 연말 모임에서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시장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겨울방학이 시작됐지만 업계는 복지부동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바다이야기’ 망령이 새해로 넘어가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업계가 받은 후폭풍의 충격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업계가 침체되면서 정해년 게임시장에서 장미빛 청사진을 그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업계 한 관계자는 “긴축재정에 들어가는 등 당분간 마케팅은 자제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이 침체되면 업계가 몸을 움추리며 마케팅비용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업계의 상황은 수요 부진에 의한 시장침체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산업은 고속성장을 하고 있지만 ‘바다이야기’와 ‘리니지 명의 도용’ 등 여러 사건에 의해 시장이 활력을 잃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산업도 성장이 멈추거나 후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2007년에 외산 온라인게임이 물밑듯이 밀려오는 상황이어서 한판대결이 불가피한데도 국내 게임업계가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시장 수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외산 온라인게임이 더이상 국산 게임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게임성을 보유한 탓이다. 이런 우려속에 최근 메이저 업체를 중심으로 침체된 시장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이들 업체들은 시장 침체가 반게임적인 국민 정서에 기인했다는 판단에 따라 건전게임 문화 조성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국민들의 ‘눈치보기’에 바빴던 업체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해년 새해가 밝아왔다. 게임산업진흥법과 게임물등급위원회 등 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만큼 게임업계는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엔진을 장착했다. 더이상 관망이 아니라 산업 성장과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로 게임 강대국의 면모를 갖춰야 할 것이다.
안희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