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40만의 부산은 전국 광역시 중 최대 상권이다. 비록 인구는 감소 추세고 계속되는 기업 및 공장의 역외 이전으로 경제가 예전만큼 활기찬 분위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서울 다음의 초대형 상권임이 틀림없다.
부산은 크게 동부상권과 서부상권, 구도심과 신도심 상권, 그리고 북부상권으로 구분된다. 해운대 중심의 동부상권은 프리미엄 가전 수요와 객단가 등이 가장 높은 부산 지역 최고급 상권이다. 국가산업단지 등 대표적인 공단밀집 지역인 서부상권은 최근 개발 확대로 중장기 가전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부산역을 중심으로 중구와 동구 등 옛 도심은 대표적인 상권 쇄락 지역으로 꼽히고 있으나 최근 제2 롯데월드 건설, 북항 재개발 추진, 자갈치 시장 현대화 등으로 부산 경제 회복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상권 또한 재활성화 측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과 부산시청을 잇는 현 도심상권은 유동인구가 가장 많고 프리미엄 가전은 물론이고 중저가 가전까지 고른 수요가 나타나는 경제 중심지다. 부산대학교와 금정산을 끼고 있는 금정구와 북구 등 북부상권은 주거와 교육 환경에서 해운대와 함께 선호지역으로 꼽히며 최근 프리미엄 가전수요가 늘고 매출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다.
◇ 부산의 강남 동부산=해운대구와 수영구 중심의 동부산 상권은 서울 강남에 비교될 만큼 부산에서는 이른바 ‘뜨는 동네’다. 최근 몇 년 새 해운대 센텀시티를 중심으로 수입 고가품 매장이 새로이 이전·형성되고 있으며 현재도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건설 및 분양되고 있다.
하이마트와 삼성, LG 등 전문점 그리고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할인점과 백화점이 포화상태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많은 전문매장 점주들의 이전 희망 1순위이자 개점 0순위로 꼽힌다. 기존 해운대 신시가지의 많은 거주인구와 새로 형성되는 센텀시티의 고급 아파트 단지가 어우러져 객단가는 물론 디지털TV 등 고가품 판매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 개발 확대로 주목받는 서부 및 북부상권=서부상권은 현재까지는 중저가 수요가 주류를 이루지만 강서구의 개발과 함께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강서구 명지 신호에 대규모로 최고급 아파트가 들어서고 과학단지, 산업단지, 부산신항 등이 속속 자리를 잡으면 교통의 요지이자 부산 산업의 중심지로서 상권 또한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교육 및 주거에서 해운대와 함께 최고로 각광받는 북부상권은 대규모 택지 및 신시가지 조성 등으로 유통점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다.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
◆LG전자-디지털광안점
전반적인 경기불황 속에 매출이 줄어든 매장이 드물지도 않건만 LG전자 디지털광안점(대표 박명근)은 지난해 매출 목표 대비 20%를 초과 달성했다. 여기에는 가전 유통경력 25년의 박명근 사장만의 노하우가 숨어 있다.
박 사장이 내세우는 광안점의 가장 큰 경쟁력은 ‘기분 좋은 배송’이다. 해당 품목만 배송 후 설치로 끝내지 않고 다른 메이커의 제품이라도 고객이 원하면 서슴없이 점검해 준다. 특히 단골고객은 박 사장이 직접 배송에 나선다. 그는 “(이곳이) 다른 지역에 비해 노년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고 광안점 고객의 40% 이상이 50대 이상된 분”이라며 “나이 지긋한 고객일수록 섬세한 배려만큼 좋은 것이 없기에 때로는 형님처럼, 때로는 이웃 아저씨처럼 지내며 챙긴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미소띤 박 사장의 인상 또한 푸근하기 그지없다.
구매 고객에게는 곧바로 구매감사 엽서를 보낸다. 형식적인 구매 감사 표시가 아니다. 구매 가이드북에는 나오지 않는, 즉 제품을 직접 사용했을 때 겪을 수 있는 자잘해 보이는 주의사항까지 직접 써본 사용자로서 정성껏 알려주는 내용이다. 또 제품 판매 후 AS 만료 기간인 1년이 되기 전에 편지를 띄워 고객의 AS 여부를 체크한다.
당일 구입해 즉시 배송을 요구하는 성급한(?) 고객도 디지털 광안점은 껴안는다. 이는 박 사장과 부인, 그리고 남동생과 처제까지 4명이 광안점의 주인으로 똘똘 뭉쳐 귀찮은 일, 어려운 일 모두 자신의 일처럼 처리하기 때문이다. 광안점의 재구매율이 지역 내 최상위권인 42%를 유지하며 충성도 높은 고객을 다수 확보한 것은 이같이 악착같은 고객 중심의 일처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장사가 잘되는 더 나은 상권으로 이전할까도 생각해봤지만 내가 오랫동안 살며 터전으로 삼아온 지역이어서 떠나지 못했다. 대신에 누구보다 이곳을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을 십분 살려나가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가전매장 사장이기 이전에 지역 주민으로서 광안리를 사랑하는 마음과 그 결과가 LG전자 디지털광안점에 그대로 녹아 있다.
◆하이마트-사상지점
‘오는 손님 절대 놓치지 않는다.’
부산 지역 17개 하이마트 매장 중 매출 넘버원을 자랑하는 사상지점(지점장 이석호)은 가장 잘 나가는 매장답게 곳곳에서 프로 세일즈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지난 2003년 부산에서 최대 규모로 오픈한 후 첫해부터 매출 톱에 올라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전 직원이 모든 제품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춘 올라운드 세일즈맨입니다.”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비결에 대해 이석호 지점장은 ‘전 직원의 올라운드 플레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TV·냉장고·컴퓨터 등 품목별로 맡아온 전담마크 체제를 바꿔 모든 직원이 매장 내 전 품목에 대해 기존 특정 전담 품목처럼 달달 외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는 단 한 사람의 직원만 붙는다. 무엇보다 고객 측에서 볼 때 관심 품목이 바뀔 때마다 또 다른 직원이 달려와 설명해주는 식의 부담이 사라진다.
또 품목별 전담 체제에서 특정 품목을 맡은 직원의 휴무에 따른 매장 내 직원 공백도 없다고 점장은 귀띔한다. 타 지점에 비해 상품 POP가 그리 많이 눈에 띄지 않아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을 주는 매장 분위기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 지점장은 “고객이 궁금해하는 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직원이 설명할 때 고객은 더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을 받아 구매를 결정한다”며 “이를 통해 둘러보는 기분으로 이곳을 찾은 고객을 절대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쟁력은 틈새 시장 공략. 사상점이 위치한 이곳 서부상권은 크고 작은 공장 밀집 지역으로 객단가가 낮고 매출도 높지 않아 기존 가전매장의 철수 1순위의 열악한 상권이었다. 하지만 이 지점장은 오픈과 함께 새로운 틈새 시장을 찾았고, 바로 인근에 대규모로 형성된 산업용품상가 업주를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인 결과 이제는 소형가전부터 냉난방기기까지 다양한 품목에서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안락점
‘지역 주민이 내집처럼 찾아오는 매장.’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안락점(대표 이종대)의 모토다. 안락점은 매장 오픈과 함께 각종 지역 밀착형 마케팅으로 매장이 위치한 안락동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긍적적인 생각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나부터 주위에 필요한 사람이 돼야 주변으로부터 인정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이종대 사장의 인생 철학이자 매장 운영의 기본 방침이다.
무엇보다 효과를 본 것은 이종대 사장의 지역 연계 활동. 자선단체 이웃돕기 활동 등 지역 행사에 발벗고 나서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었다.
이 사장은 “인근 백화점이나 할인점 그리고 온라인쇼핑몰에서는 할 수 없는 부분을 찾았다”며 “우리 안락점을 중심으로 1차 상권에 해당하는 반경 2㎞ 내에서 판매된 삼성 제품 중 57%가량을 우리 매장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고객 클레임 제로는 안락점만의 최대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이다.
‘인사부터 제대로 하자’는 이 사장의 지론처럼 안락점은 고객서비스에서 부산 내 디지털프라자의 혁신 리더로 통한다. 오픈 이후 매년 20% 이상씩 매출이 신장한 것은 이 같은 고객불만 제로에서 나왔다.
지난 2005년에는 삼성전자의 ‘전사 벤치마킹 대상점’으로 선정돼 타 지역 매장까지 이곳을 방문해 고객서비스 노하우를 배워갈 정도다.
“‘이왕에 살거면 조금 비싸더라도 안락점에서 사겠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보람되고 기뻤다”는 이 사장은 “고객에게 상품을 팔려는 매장이 아니라 고객이 스스로 팔아주고 싶은 매장으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가족 경영도 최고 매장이 되는데 한몫했다. 이 사장의 부인은 매일같이 매장을 찾아 직원들의 식사를 손수 챙긴다. 사먹는 밥에 질린 직원을 배려한 처사다. 아들은 직접 매장 직원으로 솔선수범하며 일한다. 나중에는 대를 이어 안락점을 맡아 운영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배려와 리더십으로 안락점 직원들은 고객에게 더욱 친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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