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기지와 소프트웨어 집단의 만남.’
인구 24억명의 인디나(India+China)가 뜬다. 코끼리와 용으로 상징되는 인도와 중국. 지난해 말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10년 만에 인도를 찾아 ‘인디나 자유무역협정(FTA)’을 가시화하면서 과거 경쟁관계를 청산하고 거대 자유무역 시장의 탄생을 예고했다. 당시 중국 언론은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만모한 싱 인도총리의 만남을 두고 ‘용상악수’라고 표현하면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지난해 양국 정상의 만남은 과거 국경 분쟁 이후 껄끄럽게 진행돼 온 관계를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개선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중국의 제조업과 인도의 IT 등 서비스 산업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자본, 기술, 인력 및 원자재를 흡수하는 세계 경제의 거대한 블랙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중국·인도의 부흥과 그에 대한 세계의 반응이 21세기를 정의할 것”이라며 인디나의 부상을 평가했다. 주룽지 전 중국 총리도 “우리는 하드웨어가 세계 최고다. 인도는 소프트웨어가 세계 최고 아닌가. 두 나라가 협력하면 그 누구도 우리를 넘보지 못할 것”이라며 거대 경제블록 탄생을 예고했다.
UNCTAD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가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개발(R&D) 거점 설치 희망국가 순위에서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등 매력적인 국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인도의 공대 졸업생은 미국(2004년 기준 6만명)에 비해 6.7배나 많은 40만명에 달하는 등 양질의 풍부한 이공계 인재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글로벌 R&D 기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인도 방갈로르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IT전문가도 미국 실리콘밸리(약 12만명)보다 2만여명 많은 14만명에 이르는 등 전 세계의 ‘아웃소싱의 근거지’이자 ‘소프트웨어 인력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는 우리나라 주요 수출국으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2005년 11위(45억9783만7000달러)에서 지난해 10월까지의 누계실적(46억6450만9000달러) 기준으로 9위로 올라섰다. 특히 IT분야의 수출 시장은 밝다.
KOTRA에 따르면 올해 인도 전자정부 프로젝트 시장은 13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인터넷 이용자 수도 올해 1억명에 이르고 LCD TV, 휴대폰 등 고급 IT 제품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올해에도 여전히 주요 수출국이 될 전망이다. 인기영화의 모바일 게임화가 늘어나는 등 게임시장도 현재 5000만 달러 규모에서 5년 이내에 2억 달러 규모로 확대되는 등 문화콘텐츠 분야도 기회다.
매년 10%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 역시 우리나라가 공략해야 할 고객국가. △서부 대개발 사업 △동북 진흥 사업 △중부 도약 사업 △2008 베이징 올림픽 △2010 상하이 엑스포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중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수요를 열어줄 대형 국책 프로젝트와 국제 행사가 줄줄이 잡혀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와는 산업구조상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지리적 인접성도 강점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대중 수출이 둔화세를 보이며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0%대의 증가율을 기록하긴 했지만 여전히 매력적이고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시장이다.
특히, 중국은 IT·전자분야가 기업수, 총 매출액, 대외 수출액이 증가세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 총액의 35.2%를 차지할 정도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휴대폰 판매량 증가와 전자개폐기 생산 확대, 인쇄회로기판(PCB) 시장 회복 등의 요인에 따라 칩 부품·커넥터 등 관련 부품 수요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0년의 괄목한 만한 성장세보다 다가올 30년의 성장세가 위협적인 인디나의 급부상은 우리나라에 위협인 동시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인도 진출 전략
올해 우리 기업들은 적극적인 첨단기술 소개와 기업 이미지 제고를 통해 IT제품 수요가 급성장하는 인도시장을 선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인터넷 이용자 수가 최근 1억명을 돌파하고 연간 전자정부 프로젝트 규모만 13억달러에 이르는 거대시장이다. KOTRA에 따르면 인도 LCD 모니터 시장은 연 200% 확대되고 휴대폰과 MP3P 등 주요 IT제품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첨단 고급제품 위주로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주요 IT기업에는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DMB·와이브로·텔레매틱스·전자태그(RFID) 등 새로운 기술 소개를 통해 한국 기업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면서 관련 기술과 제품의 수출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도는 또 게임소프트웨어 개발의 허브로 꼽힌다. 인도 인터넷·휴대전화·모바일 게임시장의 폭발적 증가는 국내 기업에도 상당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의 이동통신사·게임배급사와 공동 개발이나 파트너십을 맺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KOTRA는 인도에서 투자 유망한 분야를 선정했다. 경제성장과 소득증가로 가전·통신·자동차 등의 수요는 중장기 관점에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집중되는 IT, 인프라 개발, 기계류 및 관련 설비도 매력적인 분야로 꼽혔다. 새로 투자 개방이 확대되는 분야로는 소매유통업을 꼽았다.
인도는 고유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가격에 민감하다. 현지 투자진출시에는 반드시 현지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 여기에는 현지 생산 외에 부품조달·인력구성·업무 프로세서도 인도에 맞춰 나가야 한다는 것을 포함한다.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한류’를 잘 활용하는 것도 성공적인 인도 진출의 방법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중국 진출 전략
중국은 2008년 올림픽, 2010년 엑스포 등 대형 공공 프로젝트에다 투자와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경제정책이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산업 위주로, 외국인 투자유치의 시각 역시 무조건적 유치에서 선별적 유치로 전환하고 있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그동안 진행해온 단순 위탁가공형태의 진출로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여러 첨단 제품 위주의 진출 확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하이얼·레노버 등 대형 민영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외환보유고는 이미 1조달러를 넘어 세계 1위에 올랐다. 다국적 기업과 중국 대형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적인 마케팅과 화상자본을 활용한 투자유치 확대 활동도 강화돼야 할 것이다. 단순히 중국을 이용하기보다는 전략적 협조관계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평가다.
KOTRA는 중국 권역별 진출 유망분야를 제시했다. △동북지역은 중화학공업 및 전력설비 △화북은 IT와 문화콘텐츠·자동차 및 관련부품·올림픽 관련 SOC 품목 △화동지역은 정보통신·철강 △화남지역은 IT 및 유통·환경설비 △중서부지역에서는 환경·자동차·기계·철강 등을 진출 유망분야로 꼽았다.
IT분야에서는 가전은 산둥지역, 자동차 부품은 상하이와 화난지역, 항공산업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어 지역별 맞춤형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전자부품 수요가 대부분 대만계 및 화교 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만큼,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영업활동도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품별 이원화 진출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저부가가치 제품의 경우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이전해 생산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제품은 국내에서 연구 및 생산체계를 갖추고 마케팅을 중심으로 중국시장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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