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시대에서는 덩치만 커서도, 수익률만 좋아서도 안된다. 규모나 수익률은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공룡의 몸통보다는 빠른 속도를 무기로 니치마켓을 공략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롱테일(긴꼬리)이 필요하다. 국경없는 글로벌 전쟁에 필요한 속도와 수익률을 갖추기 위해서는 남들이 흉내내기 힘든 핵심기술이 필수적이다. 이들이 바로 중핵기업이다. 롱테일 법칙이 지배하는 급속한 디지털컨버전스 환경속에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유망주로 각광받는 중핵기업들의 활약상과 꿈을 살펴보면서 디지털 한국의 비전을 그려본다.
“전공정장비 최초 국산화 기업이라는 영예에 만족하며 앞만 보고 달렸는데, 어느새 우리 앞에는 아무도 없더라구요.”
지난 95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전공정장비를 국산화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한 피에스케이(대표 박경수). 반도체 전공정의 필수장비인 에셔에 올인하며 한 우물만을 파온 이 회사는 국산화 11년만인 지난해에는 세계시장을 재패하며, 한국 중핵기업으로서의 자긍심을 지켜냈다. 반도체 애셔란 반도체 웨이퍼에 집적회로를 형성시키는 공정 중 산화막 등을 제거하는 식각 공정(에칭, Atching) 후, 남아 있는 감광액(PR)을 제거하는 애싱(Ashing) 공정을 수행하는 장비다.
피에스케이는 국내 시장점유율 75%라는 독보적인 입지를 바탕으로, 지난해 2005년(640억원) 대비 106% 성장세를 보이며, 매출액이 1000억원을 훌쩍 넘어 1320억원(추정치)을 달성했다. 이 경이적인 성장세는 피에스케이를 국내 최초로 반도체 특정 장비 부문에서 ‘세계 1위 회사’로 끌어 올렸다. 메리츠증권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애셔시장은 피에스케이·매슨·노벨러스 등 3사가 전체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등 과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04년까지 매슨이 30%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노벨러스가 21%로 그 뒤를 이었지만, 지난해에는 피에스케이가 32% 점유율을 기록하며 매슨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1990년 국내 반도체장비 업체가 거의 전무하던 시기에 국내 최초 반도체 전공정 장비업체로 출발한 피에스케이는 1995년 국내 최초 애셔 국산화 성공에 이어 1999년 세계 최초로 300㎜ 애셔의 양산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최초’ ‘세계최초’ 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 붙을 만큼 피에스케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반도체 애셔 부문 R&D에 연 매출액 대비 14%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면서 쌓아 올린 기술력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인정 받고 있다.
피에스케이는 지난해 10월 `비전 2010`을 선포하고 매출액 3000억 달성을 목표로 제품다변화와 매출처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현재 피에스케이의 주력 제품은 ‘TERA21(테라21)’과 ‘SUPRA Ⅲ(수프라 Ⅲ)’ 등이다. 또 지난해 말에 개발을 완료한 건식세정(Dry Cleaning) 장비인 ‘Integer Ⅲ(인티져 Ⅲ)’는 60나노 이하 공정에 적합한 것으로, 올해부터 본격 매출을 실현해 줄 미래 성장 동력으로 기대되고 있다.
피에스케이는 이같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 올해 해외 수출 비중을 매출액의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대만 등 동남아 지역에서 고객사가 꾸준히 확대돼 왔고, 올해는 대만 제1위 메모리 소자그룹인 난야에서 매출이 예정돼 있다. 또 세계 최대 시장인 일본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마케팅 역량을 집중, 올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시장 진출은 2009년까지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하면서 피에스케이를 한단계 더 높은 수준의 글로벌 장비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피에스케이는 생산 캐파 확대와 수도권 우수 연구개발 인재확보를 위해 올해 6월 가동을 목표로 경기도 화성 동탄 지역에 새로운 공장과 연구소 설립을 진행 중이다. 또 장기적인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9년 가동을 목표로 판교 연구집적단지에 미래연구센터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박경수 피에스케이사장은 “우리는 그 시작부터 글로벌 넘버원을 목표로 출발하였으므로 이제 그 기틀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라는 각오를 다져 ‘역동적으로 지속 성장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시장에 우뚝 설 것”이라고 밝혔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성장 비결은
피에스케이는 업계에서 ‘IT 벤처기업의 우등생’으로 평가된다. 2000년대 초반의 반도체산업 침체기를 극복하고 지난 4년간 연평균 91%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달성하여 매출액이 무려 10배 이상 증가했고, 해마다 이익규모도 불어나고 있다.
이 회사의 성장 배경에는 △정확한 경영 목표 설정 △선택과 집중에 의한 기술 개발 △기본에 충실한 경영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CEO의 명확한 가치관이 녹아있다.
박경수 피에스케이 사장(55)은 승부사다. 그의 승부사 기질은 남들이 ‘시기 상조’라고 고개를 저을 때 1%의 가능성을 밀어붙여 300㎜ 양산장비를 개발해 냄으로써 진가를 발휘했다. 지금의 피에스케이를 존재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피에스케이는 주력 분야에서 글로벌 넘버원을 달성해 전략적 시장인 아시아 시장에 집중한다는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지난 10년간 애셔만 전문적으로 연구·개발·생산해왔다. 또 국내 시장 외에 대만과 중국에 지점을 설립, 신속한 기술 지원 및 A/S를 제공해 고객의 주문에 맞춘 설계 변경과 빠른 공급으로 실현함으로써, 철저한 고객 중심기업으로 이미지메이킹을 했다.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사업 영역 확대라는 욕심을 애써 접고, 한눈을 팔지 않고 한 우물만 파온 결과가 2006년 반도체 전공정 장비 애셔 부문 ‘글로벌 넘버원’인 셈이다. 반도체 분야는 최첨단 지식·기술집약 산업이다.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애셔분야 기술력은 자연스럽게 고객이 피에스케이를 찾아오게 하는 위치로 올려 놓았다.
피에스케이는 경영관리에 있어서는 기본에 충실한 경영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박경수 사장을 비롯한 임원 모두가 6 시그마 챔피언 벨트, 거의 모든 팀장들이 블랙벨트를 가지고 있으며 직원의 73%가 화이트벨트 이상의 6시그마 추진인력으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피에스케이 성공의 또 하나의 요소는 ‘기본이 되어 있는 글로벌 인재 양성’이다. 피에스케이 사내에서는 곳곳에서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가 동시에 들려온다. 한 쪽에서는 영어로 해외 고객에게 장비교육을 시키고 있고, 일본 생산부품 판매업자와 가격에 대한 흥정을 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업무환경에 맞게 직원들의 외국언어와 국제문화 이해 능력 향상을 위한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신성이엔지 안병국 이사는 “진정한 명품이란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로 오랜세월 소비자에게 인정받은 제품만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수식어”라며 “탄탄한 기본을 바탕으로 최고의 기술력과 서비스로 인정받는 피에스케이는 한국 반도체 장비업계의 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박경수 사장
-사업하면서 맞은 가장 위기는
▲IMF가 가장 큰 고비였다. 1995년 국내 최초 장비국산화를 이루고 2∼3년의 개선노력 끝에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 예상했던 시기에 터진 IMF한파, 반도체 장비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반도체 전공정 필수 장비 국산화를 시작했을 때의 어려움보다 더 혹독했다. 월급 액수가 아닌 일에 대한 열정과 동료간의 끈끈한 정으로 일했던 직원들이 일이 없어 회사를 떠나고, 환율 압박과 반도체 경기하락은 사업의 존속 여부까지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힘겨웠다.
-당시 느꼈던 각오나 교훈이 있다면
▲‘된다, 하면 된다!’다. 그 자신감과 믿음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고취시킬 수 있었고, 고객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즉 위기를 직면했을 때 좌절하기 보다는 믿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직원들에게 일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전국 고객사 순회 무상 A/S’를 시행하면서 장비의 결함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장비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제품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고객의 니즈를 제품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심플하고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 한단계 더 도약을 위해서는
2006년은 우리에게 뜻 깊은 해이다. 설립이래 최초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함과 동시에 세계 애셔시장 1위라는 목표를 달성한 해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반도체 업계에서 자만은 금물이다. 오히려 진정한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반도체 장비업계 동향을 보면 기술력과 규모의 비교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소수 업체들의 과점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즉 IT산업에서는 세계 1등만이 살아 남는다. 건실하게 기초를 다져 ‘역동적으로 지속 성장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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