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디지털전자 수출에서 처음으로 올해 부품 부문 비율이 완성품(세트)을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자산업 구조가 완성품에서 부품 중심으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에 걸맞은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투자확대가 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7일 산업자원부·한국전자산업진흥회 등에 따르면 전체 디지털전자 수출에서 부품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35.6%, 2005년 39.8%, 지난해 47.9% 등으로 확대돼온 데 이어 올해는 55.1%(733억달러)로 늘어 사상 처음으로 완제품 부문(44.9%)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됐다.
부품과 완제품 수출 비율의 역전은 반도체·LCD 등 주력 부품의 호황이 계속되는 반면에 휴대폰·백색가전·DTV 등은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되고 글로벌 가격경쟁도 격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 가전 부문의 해외생산 비중은 2005년 72%에서 지난해 80%로 늘었고 대우일렉도 같은 기간 34%에서 38%로 높아졌다.
올해 5대 수출 품목 전망에서도 반도체(431억달러)·LCD(236억달러)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고 무선통신 부품(110억달러)·컬러TV 부품(69억달러)이 각각 4, 5위에 올랐다. 완제품 가운데는 휴대폰(171억달러)만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부품호황, 완제품 부진 추세는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태현 산자부 디지털융합산업팀장은 “주요 부품이 모듈화되면서 이를 조립·생산하는 완제품 업체 간 기술 차이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완제품 시장에서 국내 주요 기업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과 글로벌 기업 간 경쟁격화가 완제품 수출 감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정부 정책도 최근 부품·소재로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산자부는 부품소재 중심의 중핵기업 육성과 관련 원천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소재 등 핵심원천 기술확보 △고부가가치 기술개발 △수출시장 다변화 △부품 수출품목 다변화 등 4대 전략을 제시했다.
여기에 우리나라 부품 기술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다소 떨어져 구체적인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산자부는 완제품 기술은 주요 선진국의 95%수준으로 보는 반면에 부품과 소재는 각각 85%, 60%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품산업의 오랜 숙원으로 지적돼온 대일 적자 해소 등도 넘어야 할 부분이다.
한편 산자부는 올해 세계 전자부품 시장이 디스플레이·모바일 부문에서 고성장을 하며 지난해 3654억달러 대비 10.2% 성장한 40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세트의 소형화·슬림화 추세에 따른 전부품의 고집적화와 원칩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반적인 가격인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관측됐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