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김우식 과기 부총리

[신년대담]김우식 과기 부총리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5∼10년 후, 나아가 20∼30년 후의 먹거리 발굴을 위한 국가 연구개발(R&D) 책임자다. 그래서 그가 올해 해야 할 일은 참여정부의 임기와 상관없다.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 R&D사업 중장기 토털로드맵’을 토대로 국가 연구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여기에 과학기술 문화 확산, 우주개발, 핵융합로, 전주기적 과학기술인력 양성 등 해야할 일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김 부총리는 “과학기술은 정권이 바뀐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참여정부 마지막 해라고 해서 특별히 마무리하거나 정리할 것이 없다”며 “참여정부가 끝나고 새 사람들이 들어설 때 유연하게 바통 터치를 할 수 있도록 잘 다듬는 작업을 하겠다”며 한 해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국민 모두가 과학기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기를 당부하는 한편, 순수한 마음으로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는 과학기술인을 ‘좋은 눈’으로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내놓았다. 지난 5일 과천 정부청사 집무실에서 김우식 부총리와 직접 만났다.

 

  ◇ 대담 : 서현진 정책팀장(부국장대우)



 ―올해는 참여정부의 마지막 해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음 정부에 정책 성과나 새 과제를 이어가게 해야 할 텐데.

▲과학기술 정책은 정권과는 상관없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과학기술에 관한 한 여야가 있을 수 없다. 과학기술은 민족의 생명줄이다. 1, 2년 사이에 승부가 판가름나는 게 아니다. 참여정부 5년의 과학기술 정책을 마무리해서 다음 정부에 넘겨준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60년대 말부터 과학기술에 대한 장기계획이 있었는데 그것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참여정부가 해야 할 과학기술 정책이란, 가령 (기차) 레일을 깐다면 참여정부 5년 동안은 튼튼하게 토목공사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일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내년 2월에 끝나지만 과학기술은 앞으로 5년, 15년 더 계속해야 한다. 다음 정부가 과학기술 정책을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마무리할 생각이다.

―멈추지 않는 과학기술정책 차원에서 보자면 과학기술 부총리가 자주 바뀌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과기부뿐 아니라 다른 행정 관료도 마찬가지다. 꼭 몇 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관성 있게 프로젝트를 유지하려면 몇 개월로 끝나서는 안 되고 지속돼야 한다. 참여정부가 끝나면 새 사람들이 들어올 텐데 바통 터치를 유연하게 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 과기부총리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유관 부처관 업무 중복이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가령 정부 차원에서 15∼20년 후 먹거리를 찾는데 과기부·산자부·정통부 등이 모두 제각기 나서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 군데로 모아 하기도 벅찰텐데….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말 ‘국가 R&D 사업 중장기 토털 로드맵’을 정리해 발표했다. 그것이 바탕이고 토털 로드맵으로 R&D 예산을 배분하고 기초연구·원자력기술·우주기술·미래성장동력기술 등 과기부가 맡고 있는 것은 과기부가 하고 기초산업 관련해서는 산자부가, 복지부는 실용화기술을 하고 있다. 그게 원칙이다.

― 그렇다면 과기부·산자부·정통부가 맡는 기술의 경계는 어떻게 되는지.

▲ 기초기술과 원천기술의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필요한 것이다. 또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도 열어서 조정하고 있다.

―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설치와 운영은 참여정부 과기정책의 성과인데 차기 정부에서는 해체될 수도 있다는 일부가 우려가 있는 것 같다.

 ▲어느 누가 정권을 인계받으면 국가 철학을 갖고 조직을 변경할 수 있겠지만 지금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생긴 지 3년째인데 함부로 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과기혁신본부의 성과는 나열하기 힘들 만큼 많다.

 ― 과학기술혁신본부에 대해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초기에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위상(status)을 통상교섭본부장이나 국정홍보처장 급으로 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실 18개 부처 R&D 예산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처 차관들을 자주 만나야 하는데 위상이 낮으면 이상하지 않겠나. 제도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됐으면 한다. 이 문제는 이미 어제 청와대에 이야기했다. 조금 다른 문제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토털 로드맵을 통해 국가 R&D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데 부처 장관들과 좀더 호흡을 깊이, 길게 가져가야 한다. 요즘에는 (부처 이기주의가) 많이 없어졌는데 부처 이기주의, 부처 이기주의 하는데 이제 만 2년 지나서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생명줄이라는데 (장관들의) 의사가 통일됐으면 한다.

―올해로 과기부가 출범한 지 40주년이 된다. 과기부총리로서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을 텐데.

 ▲지난 67년 설립된 과학기술처가 98년에 과기부로 확대됐고 2004년에는 부총리 부처로 격상됐다. 60년대의 한국은 과학기술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학기술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 되는 지식 기반사회의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과학기술 발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출연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톱 브랜드’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울트라 프로그램’ 등도 전개해 효과를 얻었는데 올해에 역점 사업이 있다면.

▲오는 6월에는 핵융합로(KSTAR) 조립이 완료된다. KSTAR 같은 미래 꿈의 에너지를 연구할 수 있는 풍토, 기반을 가지는 것을 올해의 의미로 들 수 있다. 토털 로드맵은 나왔고 전주기적 과학기술 양성의 틀을 공고하게 만들 계획이다. 본격적으로 ‘국가R&D 인력교육원’ 사업도 착수하게 된다. 예산도 확보됐다. 출연연 연구원이 2만명이고 민간까지 합하면 22만명에 이른다. 이 사람들이 보배다. 우선 출연연 연구원을 재교육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엔지니어, 사이언티스트 자질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인력원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을 통해 준비해온 대로 발족과 동시에 당분간 장소를 빌려서라도 주기적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적당한 건물을 지어야 한다. 설계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주기술 개발에도 힘을 쓰겠다고 했는데 특별한 계획은.

▲4월에 과기부에 3개과로 구성되는 우주개발국이 생긴다. 과거에 원자력국 생겼고 이제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개발국이 생긴다.

―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과학기술문화’라는 개념이 낮설지 않다. 과학기술문화 확산을 위한 구상하는 정책은

▲사실 고 백남준 선생의 작품 소재는 모두 과학기술이다. 유명화가 작품도 과학기술을 배경으로 하는 게 많다. 그런점에서 과학기술이 대중 속에서 긴밀하게,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지난해 ‘과학기술의 국민화’라는 용어를 썼다. 친숙한 것으로 인식돼야 한다. ‘과학기술과 예술의 만남’ ‘과학기술과 인문의 만남’ ‘과학기술과 사회 미디어의 만남’ 3개 포럼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올해에는 더욱 더 대중화하기 위해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 문화관광부 장관을 끌어들였다. 관련 콘텐츠 개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과학기술과 종교와의 만남, 스포츠, 정치, 리더십의 만남 등으로 분야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 전국민의 생활 속에 과학기술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문화관광부, 교육부, 학회, 철학자와 함께 의견을 모으고 아이디어를 내놓을 계획이다. 생활 속에 과학이 녹아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기부총리로서 개인적인 소회가 있다면.

▲대학 총장에서 청와대 들어올 때 참여정부 5년은 매우 중요한 기간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때 “싫다”고 했다. 그런데 사회갈등과 분쟁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발전, 가령 진보, 보수가 대립하고 하는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면 봉사하겠다고 생각했다. 1년 반 동안 청와대에 있었고 여러 계층 만난 것에 대해 후회 없다. 과기부를 맡아 달라고 했을 때도 미래 우리 후손을 위해 뭔가 살 거리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가) 10대 강국 대열에 올라섰는데 우리가 잘한 것이 아니라 선배들의 덕이다. 이 다음에 후배들을 잘살게 하려면 오늘 우리도 땀을 흘려야 한다. 과기부도 그런 이유로 들어왔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 나름대로 비전을 갖고 왔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해야 하지 않겠나.

▲하하하, 모르겠다. 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이다. 답변하기 어렵다.

― 전자신문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과학기술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줬으면 한다. 과학기술인들을 보면 마음이 순수하지 않은가. (그들은) 자존심 상하지 않게 하고, 사기를 진작시켜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연구한다. 꼭 월급을 올려주고 처우를 개선하자는 게 아니라 감사의 시선을 줬으면 한다. 이를테면, 지금 한창 우주인 선발 작업에 힘쓰고 있는데 돈 쓰는 행사로 치부해 버리면 너무 속상하다. 우리나라가 이번에 성공하면 세계에서 서른 다섯번째다. 지금까지 450여명의 우주인이 나왔는데 그중에는 몽골·말레이시아 사람도 있다. ‘우주를 정복하는 사람이 세계를 정복한다’ ‘우주를 통솔하는 사람이 세계를 통솔한다’는 말을 곱씹어 보자.

 * 대담후 김부총리는 친필서명을 부탁하자, ‘愚公移山’을 직접 써주었다. ‘열자’(列子)의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직역하면 ‘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이지만,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정리=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사진=윤성혁기자@전자신문,shyoon@

◆2007년 과학기술부 주요 정책

◇‘국가 R&D사업 중장기 토털 로드맵’ 본격 추진=2006년말 수립한 ‘토털 로드맵’에 의거해 정부 R&D 투자를 국가 전략 목표에 따라 기술분야별로 조정. 대형 R&D 사업에 대해서는 사전 타당성 조사 실시.

◇과학기술인력 전주기적 지원=과학기술 인재에 대해 국가가 교육 단계부터 은퇴 이후까지 전 주기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 과학기술인재를 국가적 자산으로 육성·관리한다는 기본 목표 추진.

◇과학기술 대중화 기반 확대= 과학방송(케이블TV) 설립 통해 7월께 시험방송 송출. 과학기술과 종교·스포츠·정치·리더십 등과의 교류 활성화. 과천 국립과학관 건립 및 국립 광주·대구 과학관 건설 위한 기본 방향 설정.

◇미래 성장동력 육성 차질없는 추진=정부가 지난해 ‘비전 2030’에서 제시한 비전과 전략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천, 삶의 질 제고와 관련한 기술개발 활동 촉진.

◇이공계 기피현상 해소=이공계 대학 혁신. 이공계 출신의 공공분야 진출 확대. 과학기술분야 일자리 창출방안 수립·추진.

◇과학기술인 사기진작=출연연 직접 지원금인 기본사업비 단계적 확대. 기술료 지급 비율 확대. 연구원 정년 후 연장 계약제 도입. 과학기술인 퇴직공제 사업 통한 노후보장 지원 강화.

◇연구윤리 확보=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 통해 대학 등에서 연구 윤리 교육 강화. 국가연구개발 전주기에 걸친 연구윤리 저해 요소 발굴·개선.

◇우주기술개발 강화=정부 R&D 예산대비 우주개발 R&D 비중 확대. 0.8m급 고해상도 다목적 실용위성 3호 및 전천후 영상확보 가능한 5호, 통신해양기상위성 등 인공위성 개발. 우주발사체(KSLV-1) 러시아와 공동개발.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지역 여성지원센터 증설. 여성 과학기술인 채용 목표비율 2010년까지 25% 달성. 25개 정부 출연연 대상으로 ‘직급별승진목표제’ 시행 및 국·공립연구기관 확대 도입.

◇중소기업 지원=산자부·중기청 등 관계부처와 적극 협력 통해 수요자 중심의 종합적인 지원정책 마련(혁신형 중소기업 창업 촉진, 기술개발지원, 기술금융 활성화, 사업전환·구조조정 지원 등).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기자가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처음 만난 것은 대통령 비서실장직을 수행하고 있던 2004년이었다. 당시에도 그랬고 과기부총리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김우식 부총리에 대한 인상은 영락없이 인자한 학자였다. 이후 과학기술 자문회의나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또는 토론회 등을 주재할 때도 이쪽 저쪽 의견을 잘 조율하는 어른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난 5일 신년 대담에 나선 김 부총리는 달라져 있었다. 얼굴이나 모습은 그대로인데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기(氣)가 들어가 있고 자신감이 넘쳤다. 미리 준비한 인터뷰 초안과는 전혀 다른 질문에도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아닌 것은 아니고 싫은 것은 싫다고 명확하게 표현했다. 오히려 부총리직에 새로 부임해 취임일성을 날리는 듯한 자신감까지 느껴졌다.

“과학기술은 정권과 상관없이 계속돼야 한다” “과학기술에 관한 한 여야가 있을 수 없다”고 하는 등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말을 쏟아냈다.

대담 후 친필 서명을 부탁하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사자성어를 적어줬다. 열자(列子)에 나오는 말로 원래 어리석은 영감이 자식들과 함께 몇 백년을 두고 꾸준히 변함없이 삼태기로 두 개의 산을 옮기는 모습에 옥황상제가 감동해 두 산을 다른데로 옮겨줬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

김 부총리는 “과학기술 정책은 누가 옆에서 지켜보건 안보건 미련한 할아버지처럼 꾸준히 밀고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10대 강국 대열에 올라선 것은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선배들 덕”이라며 “후배들을 잘 살게 하려면 현재를 사는 우리가 땀을 흘려야한다”는 김 부총리의 말에 동감한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