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로의 한계, 패키지가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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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는 미래 기술과 아이디어를 담는 도구다. 우주선·항공기·자동차·군수사업 등 모든 첨단 분야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자리잡고 있으며 수많은 회로를 한 개의 칩에 집적해내는 시스템 온 칩(SoC)이 대세다. 그러나 SoC가 지향하는 ‘회로 통합’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 시스템 인 패키지(SiP)·시스템 온 패키지(SoP)·패키지 온 패키지(PoP)·멀티칩패키지(MCP) 등 패키지 기술이 회로집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첨단 패키징 기술의 발달=메모리 칩을 여러 개 집적해내는 MCP 기술은 최근 삼성전자에 의해 16단까지 적층할 수 있게 됐다. 이론상으로 반도체 회로 고집적화 한계를 16배로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MCP가 메모리만을 적층하는 기술이라면 SiP·SoP·PoP 등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또는 시스템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를 하나로 통합하는 기술들이다. 이들 패키지는 단순한 회로 미세화 및 통합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어서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MCP·SiP 등 통합패키지에 대한 연구는 인텔·프리스케일 등 해외 기업들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도시바·르네사스테크놀로지·엘피다메모리·히타치제작소 등 일본 업계는 휴대폰 고성능화 및 박형화 수단으로 첨단 통합패키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일본 반도체 업계는 패키징의 대부분을 대만 전문업체에 위탁해왔으나 최근 첨단 패키지는 직접 챙기고 있다. 도시바는 MCP 월 생산량을 현재의 1000만개에서 오는 2008년까지 2000만개로 2배 늘릴 계획이며, 르네사스테크놀로지는 SiP 생산을 올해 1억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디지털 컨버전스의 총아로=SoC가 하나의 칩 위에 여러 가지 회로를 층층이 쌓아올리는 것이라면 SiP·SoP·PoP 등은 다양한 기능을 지닌 각 층을 쌓아올리거나 좌우로 연결한 주상복합 아파트 같은 형태다.

 대표적인 첨단 패키지는 SiP로 별개의 칩으로 돼 있는 복수 회로를 옆으로 연결해 하나의 패키지로 실장하는 기술이다. SiP는 디지털 칩과 RF 등 주변 부품들까지 하나의 칩으로 통합함으로써 완성품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웨어러블 솔루션이나 휴대형 시스템 등에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SiP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카드 1기가 시대를 연 1기가바이트(Gb) S-SIM 카드를 제작하며 주목을 받았다. 또 패키지 업체인 하나마이크론은 SiP 기술을 적용, USB저장장치를 12×26×2㎜의 세계 최소형·초경량 패키지 사이즈로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화제를 뿌렸다.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도 두 회사 이상의 기업이 각각의 기술을 융합한 반도체 개발에 SiP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SoP는 디지털 칩뿐 아니라 아날로그 칩과 RF·수동소자 등까지 하나의 패키지에 구현해 시스템 기능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모듈 형태 부품 제조에 많이 사용되며 삼성전자·LG전자·삼성전기·LG이노텍 등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아직 대중화되지는 않았으나 패키지 위에 패키지를 얹는 PoP도 빠르게 채택되고 있다. 프리스케일과 스팬션은 지난해 휴대폰용 PoP 개발을 위해 손을 잡고, 스팬션 메모리와 프리스케일의 모바일 멀티미디어 프로세서를 결합했다. PoP는 SiP 기술과 비교했을 때 유연성 및 확장성이 뛰어나지만 통합에 한계가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