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 증권사의 VIP고객센터. ‘골드룸’으로 불리는 이 곳은 자산규모가 20억원이 넘는 고객을 위한 공간이지요.
VIP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일반 창구와는 다른 층에 위치하고, ‘잡상인’ 출입을 막기 위해 안쪽에서 문을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수십억원대 자산가라고 하니 왠지 다른 세상 얘기 같은데요. 기자는 골드룸과 같은 층에 자리잡은 다른 부서 취재차 이 곳을 자주 지나다 보니 종종 그 분들과 마주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분들도 특별한 것은 없더군요. 부자가 많은 강남이 아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대부분 노년층이고 옷차림도 수수합니다. 그냥 동네에서 마주치는 할아버지, 할머니 같지요.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평범한 것은 옷차림 뿐만이 아니라네요. 기사가 모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올 것 같지만 상당수는 지하철을 이용한답니다. 지하철역과 통하는 이 건물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볼 일을 마친 뒤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것이죠.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싫지만은 않습니다. 근데 하나 궁금해집니다. 어떻게 수십억원을 모았는지. 다음에 그 분들과 마주치면 꼭 한번 물어봐야겠습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