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홈 혁명, 거실을 잡아라](1)프롤로그

 미래의 가정은 어떤 모습일까. 온 가족이 둘러앉아 TV를 보고 추억 속 비디오를 함께 감상하며 음악을 듣고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풍경이 재현될 수 있을까. ‘디지털 홈(Digital Home)’이 상상 속의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를 현실로 구현할 새 비전으로 떠올랐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이 ‘디지털 코쿤(cocoon·누에고치)족’ ‘디지털 유목민’ 등 개인화·개별화된 인류의 출현을 가속화해 고전적인 가정과 가족의 개념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낡은 것이 됐다. IT가 전자기술과 만나 풍요로운 라이프 2.0을 구현할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했다. <편집자주>



 ‘디지털 홈’을 구현하기 위한 창조적 융합에 IT와 소비자가전(CE)업계가 온 몸을 실었다. 고유의 영토는 무너지고 융합의 새 영토가 부상하면서 기술 개발과 경쟁의 중심 축이 바뀌고 있는 것. 더 이상 내 땅, 네 땅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거대한 융합의 추세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인정하지만 누구 하나 융합의 실체와 이후 전개 방향에 대해서 이렇다 할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IT 및 전자산업계가 ‘컨버전스’를 외치면서도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융합의 방향타를 갈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의 가정’ 미리 본다=인류 공동체의 근원인 가정이 디지털 기술과 만나 어떤 변화상을 보여주고 가족 구성원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IT와 가전이 만나 새롭게 선보이는 컨버전스 제품을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선진 기업들과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미래의 가정’은 어떤 모습인지 조망하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알아내 미래를 준비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미래 컨버전스를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목표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들에게 어떻게 소구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IT 및 전자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작은 아이디어를, 일반 독자에게는 미래의 풍요로운 삶을 미리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컨버전스는 미래 사회의 키워드다. 따라서 이번 기획은 기술과 정책이슈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홈’에 초점을 맞춰 실제 현장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주체들의 시각과 노력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컨버전스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IT 및 전자업체들의 기술 및 제품 개발 방향, 마케팅 전략도 함께 담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고객. ‘프로슈머(Prosumer)’ ‘사용자제작콘텐츠(UCC)’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킨 적극적 소비자이자 생산 주체인 고객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디지털 홈’을 통해 컨버전스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글로벌 전자업체의 구상 소개=우선 삼성전자·LG전자·소니·파나소닉 등 글로벌 전자업체들과 마이크로소프트(MS)·인텔·HP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생각하는 미래 가정의 모습과 변화상을 각 사의 ‘디지털 홈’ 또는 ‘홈네트워킹’ 부문을 담당하는 최고 임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는다.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미래의 고객은 누구며, 어떤 특성을 지닐 것으로 보며, 어떤 준비를 하는지가 주된 취재 내용이다. 상당수의 IT·전자기업이 이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조직을 운영, 미래의 가정에 대해 준비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개발에 열을 올리는 만큼 각 사가 제시하는 새로운 기술개발 방향을 충분히 소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컨버전스에 대한 세계 각국 업체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며 “아날로그 시대에는 생각지도 못한 경쟁과 협력이 ‘디지털 홈’ 시대에는 무한 가능하다는 점이 큰 차이”라고 말했다.

 컨버전스를 연구하는 연구소와 리서치센터 연구 담당자들의 생각은 미래 ‘디지털 홈’의 세계다. 소비자 동향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분석의 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컨버전스를 눈에 보이도록 전달하는 유수의 디자인센터도 디지털 홈의 전개 방향을 알아내는 데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외에도 유럽, 미국, 홍콩, 일본 등 비교적 빠르게 디지털 홈이 전개되고 있는 선진 시장의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세계 각국의 IT업체들이 제공하는 융합서비스와 향후 방향도 담아볼 계획이다.

 ◇각 부문의 실체 파악 주력=‘거실의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IT와 가전의 컨버전스 집결지가 되고 있는 거실과 컨버전스의 주역으로 등장한 프로슈머들의 새로운 변화상을 알아본다. 융합의 실체를 찾고 기획 취재의 대상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융합, 어디까지 왔나’ 편에서는 TV와 PC, 게임기 등의 융합 방향과 홈 게이트웨이로 부상한 셋톱박스와 미디어 서버, 디빅스 등 하드웨어 부문에서의 기술과 제품 융합을 우선 다룰 예정이다. 여기에 통신과 방송, 콘텐츠가 어떻게 통합되고 소비자는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점검해 보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시장에서 이뤄지는 ‘디지털 홈’의 현장 방문도 읽는 재미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기업이 현재 경쟁의 포인트로 삼고 있는 시장에서 어떤 기술 개발 노력과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취재한다. 또 세계적인 석학과 전문가들이 풀어놓는 미래의 방향을 담는 노력도 진행할 예정이다. 창조적 아이디어 도출과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들과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지원 방향 등을 담아 소개하고자 한다.

◆디지털홈 어디까지

 최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07’은 ‘디지털 홈’의 미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 줬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기조 발제를 통해 홈 서버를 기반으로 디지털 홈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게이츠가 보여준 홈 서버는 동영상, 사진, 음악 등 가족의 추억이 담긴 콘텐츠를 디지털 파일 형태로 저장해 누구나 손쉽게 꺼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원격으로 접속해 출력도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용 행태를 보여줬다. MS는 홈 서버용 윈도 운용체계(OS)를 만들고, HP는 이를 토대로 미디어 스마트 서버를 하반기에 출시하기로 했다.

 디지털 홈이 현실로 다가왔다. TV와 PC를 중심으로 각종 가전, IT기기가 통합되는 것은 물론이고 유·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실내외에서 유비쿼터스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됐다. PC 역할을 대체할 ‘X박스360’과 같은 게임기는 물론, 애플의 ‘아이TV’ 등 새로운 플레이어들도 디지털 홈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CPU) 업체인 인텔 역시 디지털 홈에 사운을 걸었다. 디지털 홈 전략 그룹을 마련해 미래의 생활상을 연구하는 한편, 홈엔터테인먼트 ‘바이브PC’로 거실의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전자업체들은 MP3·디지털카메라의 영상과 음악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 서비스까지 제공중이다.

 브렌든 트로 인텔 디지털 홈 부문 최고 기술책임자는“캠코더, 디지털카메라, MP3, 홈시어터 등에 흩어져 있는 정보, 영상, 음악, 이미지, 게임 등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리모컨으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면서 “그 중심은 홈 PC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별취재팀=이경우팀장 kwlee@etnews.co.kr, 신재명·김동석·정지연·서한·류경동·김유경·성호철·류현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