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아라.’
정해년 다국적 컴퓨팅 업체들은 공격적인 사업을 예고하면서도 ‘윈백’ ‘가격파괴’ 등의 전략은 꺼내지 않았다.
새로운 IT 조류에 부응해 사업 구조를 혁신하고 신성장 에너지를 찾는 데 주력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잇달아 세웠다. 매출과 수익을 모두 챙기는 체질 개선 전략도 눈에 띄었다. 이는 단순히 공격적인 영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실행 전략이다.
박형규 한국후지쯔 대표는 “2∼3년 전부터 계속된 IT 경기하강, 극심한 가격 경쟁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전열을 재정비하고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매출 및 수익 구조 ‘바꿔바꿔’=한국HP는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사업을 크게 육성한다. 무려 45억달러를 투자, 인수한 성능 관리업체인 머큐리를 내세워 2009년까지 소프트웨어 부문만 매년 50%씩 성장시킨다는 그림을 세웠다. 아웃소싱·통합유지보수 등 서비스를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후지쯔는 새로운 비전 수립에 들어갔다.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오는 3월 적용될 전사적 비전 계획은 기존 사업 구조부터 기업 문화까지 쇄신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한국유니시스도 메인프레임과 인텔 서버 양대 축으로 구성됐던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실시간 인프라(RTI) △MS 기반 솔루션 △오픈소스 △기업보안 △아웃소싱 등으로 5대 핵심 역량으로 정하고 서비스 관련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한국EMC도 소프트웨어 부문에 영업 인력을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오픈소프트웨어사업부를 신설하고 외부 인력도 잇따라 영입 중이다.
◇두 자릿수 매출 성장 목표=올해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경제성장률은 4%대. IT 시장 성장률도 긍정적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7∼8%로 본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가운데서도 다국적 컴퓨팅업체들은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목표로 내세웠다는 점. 한국IBM, 한국유니시스, 한국EMC 등이 모두 10% 이상, 한국썬은 10% 후반대를 목표로 잡았으며, 한국후지쯔는 PC사업부를 제외한 사업부에서 30% 이상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경진 한국EMC 사장은 “특히 대선 등 올해는 변수도 유난히 많다”면서 “각종 경제 변수에 적절히 대응하고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신규 시장을 발견하고 새로운 제품 영업기회를 확보한다면 두 자릿수 성장은 어렵지만 가능한 목표라고 본다”고 말했다.
◇월드베스트, 월드퍼스트를 만들자=인도와 중국이 거대한 잠재 구매력을 내세워 다국적 기업의 전략적 투자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사실.
그러나 국내 다국적 컴퓨팅 기업들은 전 세계 각국에서 참고할 만한 월드베스트(세계 최고), 월드퍼스트(세계 최초) 참조 사례는 한국법인에서 만들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젝트 진행, 세계 최대 규모의 다운사이징, 가상화 솔루션을 활용한 유틸리티 컴퓨팅 구현에 이르기까지 범위도 넓다.
이상열 한국HP 상무는 “IT거버넌스 등을 체계화하고, 실제 IT 환경에 적용하는 사례는 한국이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매출 확대도 중요하지만 세계 각국이 참고할 좋은 사례를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