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누빈 현장 테스트… 성능 개선 비결”
6세대 DTV 수신칩 개발 곽국연 LG전자 연구위원
전 세계 TV 시장에 아성을 구축했던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최근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TV 업체들이 맹주로 등장했다. 우리나라가 디지털TV 전송방식 논란에 발목이 잡혀 지난 2004년까지 거의 6년 이상을 허비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 감격은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2004년 당시 미국식 디지털TV 전송방식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던 결정적 계기는 미국 방송그룹인 싱클레어사가 “LG전자가 개발한 5세대 수신칩을 통해 약점이었던 수신 성능을 현저하게 개선했다”고 인정하면서부터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지금, 5세대 수신칩의 개발 주역이 다시 한번 ‘일’을 냈다. 곽국연 LG전자 DTV연구소 연구위원(51)이 디지털TV 수신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6세대 수신칩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수신칩의 성능은 향후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완벽한 디지털 방송환경으로 전환될 때 매우 중요합니다. 여전히 케이블이 닿지 않고 전파환경도 좋지 않은 상당수 시청자에게도 보편적인 디지털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곽 연구위원이 개발해낸 6세대 수신칩은 5세대에 비해 30%나 수신 성능을 끌어 올렸고 칩 면적과 전략 소모량도 각각 40%, 30%씩 줄였다. 수신율을 30% 향상시켰다는 것은 디지털방송 난시청 가구 10곳 가운데 3곳은 지금의 전파환경에서도 무난히 디지털방송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6세대 수신칩은 도심 밀집 지역에서 발생하는 난시청 문제를 크게 해소할 수 있다”면서 “1분기 출시되는 TV 신제품들은 물론이고 해외 TV 제조업체에도 6세대 칩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곽 위원은 사실 LG전자 디지털TV 개발의 산증인이나 다름없다. 지난 1998년 LG전자가 독자 수신칩 개발에 본격 착수하면서 TV와 인연을 맺은 그는 지난 10년 가까이 세대를 관통하면서 수신칩의 진화를 이끌어왔다. LG전자가 주도한 디지털 TV 전송방식인 ‘차세대잔류측파대역변조(EVSB)’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만든 주인공 역시 곽 위원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해외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상용화한 위성DMB·지상파DMB 수신칩을 직접 개발한 이도 그다.
하지만 디지털TV 수신칩 개발이 연구실 책상에서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방송전파라는 특성 탓에 무엇보다 실제 현장 테스트가 가장 중요합니다. 도심 밀집지역에서 오지에 이르기까지 직접 수신장비를 싣고 다니며 방송신호를 수집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칩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그동안 축적한 현장 테스트 경험이 수신칩 개발의 가장 핵심적인 비결인 이유기도 하지요.” 그래서 LG전자만이 특별 제작해 보유하고 있는 DTV 측정차량은 그에게 큰 자랑거리다. 한국 땅에서는 그 차를 타고 안 가본 곳도 없을 정도란다. 그는 “수신칩의 성능은 곧 디지털TV의 정체성을 의미한다”면서 “수신 성능 향상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 것도 결국 디지털TV의 본질적인 기능에 가장 충실하고자 함”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인터뷰 후 정리한 생각 하나. LG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정리한뒤 비록 팹리스 형태지만 자체 제품에 필요한 칩 외에 외부로 ‘판매’하는 유일한 칩이 디지털TV 수신칩이었다. 곽 위원은 LG전자에서 칩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공신인 셈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전자신문, ds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