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전문채널에 국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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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의 한국 애니메이션 배제와 일본 애니메이션 편식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니메이션 시청률이 높은 방학 기간인12월 넷째주부터 1월 둘째주까지 4주간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인 투니버스·챔프·애니원의 프라임 시간(오후 4 ∼8시) 대의 편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표 참조

 현재 방송위원회의 고시에 따르면 케이블 및 위성의 애니메이션 채널은 연간 방영하는 애니메이션의 35% 이상을 국내 제작물로 채워야한다. 그리고 수입하는 애니메이션 중 한 국가의 수입물 비중이 60%를 넘어서는 안 된다. 이 규정을 어길 경우 방송법에 따라 매 분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국내 제작물 방영 비중의 경우 투니버스를 제외한 나머지 두 채널은 거의 지키고 있지 않으며, 한 국가 수입물 비중은 모든 채널에서 일본물이 85%∼90%를 차지한다.

애니메이션 채널이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이와 같은 편성을 하는 것에 대해 애니메이션 제작업계는 ‘의지 부족’이라며 비판하며 채널 사업자 측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반박한다.

 ◇업계, 창작의지 꺾는 행위=애니메이션 업계는 창작 애니메이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이 이를 도외시한다고 비판한다. 실제 2006년 11월까지 제작된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은 31편으로 2005년 21편에 비해 10편이 증가했다. 표참조

 이교정 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전무는 “일본에서 제작된 신작이 100여편과 비교했을 때 국내물이 30% 정도로 결코 적지 않은 수며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지상파에서 창작 애니메이션을 좋은 시간대에 방영하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은 제작 업체들이 작품을 유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제작업계는 “대기업 사업자가 운영하는 채널들이 돈벌이에만 급급해 싸고,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주로 편성해 국산 애니메이션을 홀대한다”고 비판한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한 편당 제작 비용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을 웃돌기 때문에 지상파 방영만으로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한 업체 대표는 “제작비용의 보전을 위해선 케이블이나 위성의 방영은 필수불가결한데 채널 사업자들이 저가나 독점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첫 방영만 프라임 시간대에 방영하고 나머지는 새벽이나 밤늦게 방영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또다른 제작사 대표는 “실컷 만들어도 많은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의욕이 꺾인다”고 말한다.

 ◇채널 사업자, 어쩔 수 없는 현실=채널 사업자들은 국산 애니메이션을 편성할 의지가 있지만 “절대적인 창작 편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입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국산 애니메이션의 방영료가 수입물에 비해 비싼 것도 한 이유다 .

 수입물의 경우도 미국에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이 카툰네트웍스, 디즈니 채널 등을 자체 채널을 통해 독점 공급되는 까닭에 확보하기가 어렵고, 기타 지역의 제작물은 시청자 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일본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또 각 채널의 편성 담당자들은 “‘빼꼼’ ‘검정고무신’같이 경쟁력 있는 작품이라면 프라임 시간대에 방영할 의지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대답한다.

 ◇해결한 대안은=국산 애니메이션 창작의 활성화를 위해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업계는 물론이고 채널 사업자들도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지지할 제도적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방송법 시행령에 나온 편성 비중과 과태료 규정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세 채널 모두 방송위원회 측에 지속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 편성의 국산 제작물 배제와 일본 애니메이션 쏠림 현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실정이다.

 국산 애니메이션 장려 정책으로 2005년 이경숙 의원이 발의한 케이블과 위성에도 애니메이션 총량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방송법안 역시 현재 통·방 융합 등 해결되지 못한 다른 현안 때문에 국회 보류 중이다.

 설령 케이블·위성 총량제가 신설되더라도 프라임 시간대의 편성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4∼8시에 국산 애니메이션만 편성토록 하기도 하지만 이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을 뿐더러 구체적인 편성 현황까지 관여하는 것은 편성의 독립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