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막 재료분야 연구공정 소요 비용을 기존보다 최대 10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장비가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서남표) 초미세화학공정연구센터(소장 우성일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전자재료나 디스플레이, 반도체 관련 분야 연구에서 고진공 없이 컴퓨터와 로봇만으로 박막 재료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조합 액적 화학 증착’ 장비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장비는 고가의 원료 물질 대신 저렴한 시약을 물이나 용매에 녹인 후 고주파를 가해 만든 수㎛ 크기의 액적(미세한 액체방울)을 질소로 움직여 후속 열처리하기 때문에 마스크로 증착 시간만 조절하면 수십 내지 수백 개의 박막을 한번에 만들어낼 수 있다. 이에 따라 박막 제조에 필요한 재료비는 기존의 10분의 1∼100분의 1, 연구기간은 최소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기존의 박막 제조 장치는 기상화학증착법, 스퍼터링, 물리증착법, 레이저휘발법 등 고진공을 요구하는 고가 장비인데다 한 개에 수백 만원씩 하는 타깃(고체 원료물질)과 1g에 수십 만원씩 하는 전구체(휘발성을 가지는 유기금속화합물)가 필요했다.
이 장비는 지난 9일 미국 학술지인 국립과학원회보(PNAS) 인터넷 판에 게재됐다.
KAIST는 현재 이 장비의 국내 특허를 확보하고, 일본과 독일에 국제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우성일 소장은 “원하는 박막재료를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2주의 기간과 수천 번 이상의 실험이 이루어졌다”며 “장비 가격도 기존에 비해 5분의 1정도 저렴한데다 유지보수도 간편하기 때문에 박막 재료 분야뿐 아니라 에너지, 재료, 건강 분야 소재 개발에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