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연-오토에버시스템즈 QA/PM팀 팀장
정보기술(IT) 서비스 산업의 규모가 대형화되고 프로세스 및 데이터 통합에 따른 시스템간 상호작용이 복잡해짐에 따라 시스템 설계, 개발, 운영간의 보다 유기적인 연결이 요구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스템 엔지니어링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간의 상호 의존성은 나날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2000년대 들어 국내서도 CMMI 도입이 증가하고 있다. 바로 고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품질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CMMI은 높은 품질의 제품을 일관되고 예측 가능하도록 생산하기 위해 조직의 역량과 프로세스에 초점을 둔 하나의 방법론 또는 프레임워크에 다름 아니다.
CMMI는 지난 2004년 6월말 기준으로 전 세계 57개국, 922개 기업에서 적용하고 있는 산업계 표준(de facto)이 되고 있다. 지난 4년간 국내 기업에서도 CMMI 기반의 IT 프로세스 능력을 국내 30개 기업의 101개 조직을 대상으로 진단한 결과 참여 기업의 평균 능력 성숙도 수준은 초기 단계인 1단계로 나타났다.
현재 많은 기업이 CMMI에 따른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수행 중이며 이미 일부 기업은 상위 성숙도 수준(Level 3 이상)에 도달하고 있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표적인 선두기업은 포스데이타, 삼성, SDS이며 최근 아시아 IDT도 L3인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CMMI를 도입한 여러 기업과 그렇지 않는 기업들은 ‘고객과 기업이 요구하는 품질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혹은 ‘CMMI 인증에 머무르지 않고 조직역량을 집중시켜 진정한 프로세스 개선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가’를 반문하곤 한다. 대부분의 조직의 품질활동은 지원조직으로써 사업수행에 비해 뒷전에서 운영되는 경향이 있으며 프로젝트 팀원 대부분 역시 ‘나와 무관한 지원조직의 업무’, ‘필요할 때 이벤트성 업무’ 로 이해하는 정도로 그때 그때 품질활동 시 대응하면 된다는 식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여전히 고객과 SI 국내 기업들이 품질의 중요성은 머리로는 인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그것에 가치에 대한 가슴으로의 인식전환은 아직도 미흡한 상태다.
그렇다면 진정한 프로세스 내재화와 품질활동이란 무엇인가. CMMI 인증을 받으면 그 조직은 고 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의 만족을 줄 수 있는가. 그것은 프로세스 내재화 없이 겉 표면에 CMMI인증과 품질의 옷을 입힌 격이 될 것이다. 겉과 알맹이가 일치하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프로세스 내재화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개인의 경험과 역량 수준에 따라 프로젝트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차원에서 프로젝트 수행, 업무수행 등의 결과 편차가 최소화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조직차원에서 지속적인 프로세스 개선활동을 통해 최적의 프로세스가 정의되고 문서화되며, 관련 조직원 모두 이해될 수 있고 이를 실행한다는 뜻이다.
프로세스 내재화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활동을 통해 이행과정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그에 따른 개선점을 도출해 반복적으로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활동이 자연스럽게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왜 많은 프로세스 개선 노력들이 성공하지 못하고 일회성으로 머무르고 있을까. 이는 개선을 위한 분명한 목표와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조직 역량에 따라 요구되는 프로세스는 비즈니스 목적과 부합돼야 한다고 CMMI에서는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조직의 비즈니스 목표달성을 위한 프로세스 개선이 우선돼야 하고 조직의 품질목표와 연계되지 않은 CMMI 레벨 인증은 기업의 신뢰성 제고와 고객의 비즈니스 가치 제공에는 직접적인 성과를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프로세스 개선의 목표는 재무관점, 프로세스 관점, 고객관점, 학습 및 역량관점에서 생산성, 비용절감, 작업시간 단축, 고객만족도 향상 등과 연계돼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 될 것이다.
기존의 품질활동은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품질활동이 아닌 감사와 통제에 초점이 됐고, 고객은 배제된 상태에서 QA 지원조직 중심의 품질활동을 수행했다. 뿐만 아니라 장애발생 후 사후조치 위주의 활동이 진행되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와 개선이 부재된 상태에서 반복적인 문제가 야기되곤 했다.
많은 기업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CMMI 인증을 받고 있지만 개선 활동 중심보다는 일회성 인증 중심으로 접근하다 보니 이러한 현상은 반복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프로세스 개선활동을 위한 정확한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기 목표달성에 초점이 상태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프로세스 내재화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필자는 CMMI에서 제시하고 있는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CMMI에서는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착수(Initiate), 진단(Diagnosing), 수립(Establishing), 이행(Acting), 학습(Learning) 5단계라는 IDEAL 방법론을 제공한다. L2는 프로젝트 중심의 표준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준수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만, 레벨 3부터는 조직차원에서(사업부별 특성을 고려) 표준프로세스를 정의하고 준수하며 목표에 따른 개선을 지속화시키는 단계별 활동이 진행된다.
다시 말해 ‘plan-do-check-action’ 관점에서 조직의 정책과 방침을 수립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현 상태를 진단하며 그 갭을 찾아내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상세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조직원들의 실질적인 개선활동이 진행되는지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결과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일련의 사이클을 반복한다. 각 단계의 개선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조직의 업무목표를 이해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개선목표를 정의한다. 이때 사업부, 전사단위의 목표를 수립하여 향후 개선과제의 기반을 제공한다.
둘째 갭 분석을 실시한다. 전사목표 대비 현재 조직의 프로세스, 제도 등의 수준을 파악하고 L3, L4가 요구하는 수준과의 갭을 찾아내어 개선기회를 도출한다. 이때 현장 참여를 유도하고 사업부 단위의 책임제 개선을 사업부장 중심의 조직차원의 개선기회를 도출하도록 추진한다.
사업부, 전사 중심의 통합된 개선기회를 선정한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톱다운(Top-Down) 및 바텀업(Bottom-up) 방법을 동시에 채택, 현장에서 바라보는 개선기회와 사업부와 전사관점에서 바라보는 개선기회의 시각을 보다 넓혀 비즈니스 목표에 부합되는 합리적인 혁신과제를(개선과제로 표현하기도 함) 도출하기 위함이다.
셋째, 사업부, 전사관점에서 개선과제가 도출되면, 과제별 오너를 정의하고 과제수행 팀을 구성하여 자발적인 수행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방법은 과제를 담당한 오너에게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동시에 부여함으로써 조직원의 공감대 형성과 참여를 유도하고 프로세스 개선과정에서 원활한 의사소통 체계를 마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후 이행을 위해서는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전문가 그룹(EPG그룹 또는 PAT그룹)과 각 영역별 스폰서지원, steering committee의 활동을 통해 개선활동이 실행되고 모니터링 된다. 이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될 사항은 개선과제를 구체화시키고 과제달성을 측정가능 하도록 과제별 KPI를 설정하는 것이다 개선과제는 기업의 품질목표와 비즈니스 전략과 부합된 과제로써 효율과 효과성을 고려하여 선정되고 실행돼야 한다.
넷째, 개선과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설정한 KPI를 사업부, 팀의 목표 또는 개인의 MBO에 반영하여 관리하고 개선활동 동기부여를 위해 개선제안 제도를 수립하여 보상을 통한 격려를 실시한다. 더불어 조직차원의 정량적인 목표 이행여부를 철저히 모니터링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기업의 프로세스 개선활동 과정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을 정리해 보면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개선의 초점은 사람의 잘못을 꾸짖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의 결함을 찾아내고 고치는 데에 있으며 △개선은 반드시 측정돼야 하고 정기적으로 분석, 개선돼야 한다. △개선은 조직원의 참여와 동기유발을 위해 일관된 투자와 보상을 필요로 하다. △개선은 지속적인 프로세스이므로 변화를 위해서는 초기에 느끼게 되는(학습기간)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영층이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 포인트는 철저히 프로세스 개선활동의 후원자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후원자는 조직 구성원(관리자, 사원 등)들이 △프로세스 개념에 친숙해지도록 주지시키고 △조직의 비전, 미션, 비즈니스 목적 등을 정의하고 배포하며 △프로세스 개선 투입 노력에 대한 명확성을 유지하면서 △개선활동 과정을 정량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검토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항에 대비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 그에 따른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전 직원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프로세스 개선활동의 성공과 실패는 바로 경영층의 의지와 후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CMMI 기반의 표준 프로세스가 내재화 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는가. 필자의 경우, 2가지를 강조하곤 한다. 우선, 개선활동의 도구로써 CMMI 방법론을 적용하고 형식적인 개선이 아닌 실질적인 개선을 하려면 프로세스 내재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명확히 이해한 후, 우리 조직에 맞는 실행 기반을 구축하여 이행하는 것이다.
다음으론 사업부별, 현장중심의 지속적인 개선활동과 병행하여 변화관리 활동을 이행하는 것이다. 조직문화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마치 아무런 무기없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전략과 전술 없이 전 조직원의 참여와 공감대 형성은 어렵다는 의미일 할 것이다. 프로세스 개선활동의 실패는 프로세스, 사람, 변화에 대한 수용 등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임을 두 번째 실패 요인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CMMI는 프로세스 개선활동을 위한 모든 해답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단지 개선활동 과정에서 CMMI는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이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써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뿐이다. 이 의미는 프로세스 내재화는 CMMI가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조직원 자신인 우리가 개선활동의 틀을 만들어서 실천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프로세스 내재화란 조직 역량수준의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기업의 특성에 맞게 표준 프로세스를 정립해 현장 중심으로 이를 지속으로 개선시키는 과정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프로세스 개선활동을 통해 기업의 비즈니스 목표달성을 가능하게 하고 고객의 비즈니스 가치를 향상시키는 계기를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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