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신용카드사를 대상으로 IC칩카드(스마트카드) 결제 단말기 확산에 적극 나설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각 카드사에 공문을 보내 가맹점 단말기를 신규 설치할 때 반드시 IC칩카드 단말기를 설치토록 하고 교체 실적을 분기별로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IC칩카드 인프라 구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련 기술표준이 3개의 유사표준으로 나뉘어 정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축 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 카드사 압박=금감원은 카드사에 △가맹점 단말기 교체 시 모두 IC단말기를 설치하고 확인서를 받을 것 △월 거래 100건 이상 주요 가맹점을 집중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결제정보서비스업체(VAN)가 아직도 교체 시 기존 단말기를 설치하는 행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금감원은 또 VAN사의 이행수준을 평가해 우수업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분기별로 전환 현황을 보고토록 해 직접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지금까지 TFT를 통해 업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던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다. 교체 시 예상되는 VAN사의 수수료 수익 감소를 막기 위해 기존의 수수료 체계를 유지하라는 당근도 내놓았다. IC단말기는 기존 단말기와 달리 건별로 승인을 내지 않고 여러 건을 한 번에 승인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수료 수익 감소를 우려하는 VAN사업자를 달래기 위한 것이다.
◇구축 가속화 전망 속 기술표준 혼란 우려=업계는 감독기관인 금감원의 방침을 카드사들이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완료 목표 시점인 2008년에 맞추겠다는 금감원의 의지가 강해 카드사가 VAN사에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IC칩카드 기술표준이 아직 정비되지 않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IC칩카드 표준은 비자·마스터 등이 만든 국제표준 EMV 규격을 사용하고 있다.
카드사와 결제단말기 제조사는 개발제품을 지정시험기관인 ITCK(비자), FIME(마스터)의 시험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국내엔 EMV 표준을 반영해 별도로 만든 로컬EMV KS표준, 여신금융협회가 개발 중인 로컬표준 등 3개의 유사표준이 있다. 본지 2006년 11월 29일자 2면 참조
이에 따라 자칫하다가는 인프라를 구축한 이후 각 표준, 인증 간 호환성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개 표준, 문제는?=국제표준인 EMV는 해외사용에 문제가 없고 지속적인 표준 업데이트가 가능한 규격이다. 그러나 인증시간과 비용문제, 국내 결제 인프라를 외국 표준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고 향후 로열티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여신협회 등은 국내표준을 별도로 만들고 있다.
여신협회의 로컬표준은 EMV와의 호환성을 만족시키면서 협회가 직접 인증을 하기 때문에 비용, 시간, 기술종속 측면에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EMV 표준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반영할지가 불확실하고 비자·마스터 인증 EMV와의 호환성이 확보될지도 의문이다.
이외에도 KS로 제정된 로컬EMV의 경우 역시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지에 논란이 남아 있는데다 별도 인증기관이 없어 사실상 의미없는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IC칩카드의 기술표준, 인증방식 등에 대한 개괄적 로드맵이 없는 상태에서 산발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향후 혼란이 예상될 수 있다”며 “비용, 호환성, 해외진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술정책이 인프라 구축에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