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공학교육이 국가미래다](2)한국형 캡스톤 디자인-서울산업대

서울산업대 기계설계공학부 학생들이 인간과 유사한 다양한 동작을 하는 이족보행로봇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서울산업대 기계설계공학부 학생들이 인간과 유사한 다양한 동작을 하는 이족보행로봇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서울산업대학교는 한국형 캡스톤 디자인의 메카로 꼽힌다.

지난 94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실용교육 강화를 위한 정규 과목을 개설했고 2001년에는 캡스톤디자인 모델 구축을 위해 추진 사업단을 설치했다. 지난해 105건의 캡스톤 디자인 작품을 제작하는 등 해마다 80개 이상의 성과물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10작품 이상은 학교와 산업체와의 연계를 통해 이뤄진다. 서울산업대에서 시작된 이같은 실용화에 초점을 맞춘 공학교육은 이제는 30여 대학으로 확산됐다.

장동영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공학도들이 실제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졸업논문 대신 학부과정 동안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하나의 작품을 기획, 설계, 제작하는 전과정을 경험토록 했다”며 “이를 통해 산업현장의 수요에 맞는 기술인력을 공급할 수 있고, 학생들은 프로젝트 수행경험을 통해 통합적 기술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산업대는 캡스톤 디자인 수행에 들어가는 재료비와 제작비를 현금, 또는 현물로 지원한다. 교수 외에 산업체의 실무 경력자를 초빙해 설계실무 특강과 자문도 구하고 있다. 자체 ‘캡스톤 디자인 교육교재와 교수법’도 확보한 상태다.

 학생들은 3학년 2학기가 되면 보통 4명 단위로 모여 팀을 꾸리고 출품할 과제를 논의하기 시작한다. 지도교수와의 협의를 거쳐 과제를 확정하게 되면 1년이 넘는 기간을 연구와 중간보고, 월간심사 등을 거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토요일 밤에 교수와의 미팅이 잡히기도 하고 방학 동안에도 중간 결과물 점검이 있기 때문에 매우 바쁜 일정이 계속된다. 실제 기업체에서도 이런 프로젝트 수행, 공학설계 경험 등을 높이 사면서 서울산업대 졸업생에 대한 좋은 평가가 많다고 한다.

 기계설계자동화공학부 이영길 학생(4학년)은 “이론으로 배운 것을 학내에서 실제로 만들어본다는 의미가 있다”며 “다른 학교 이공계에 다니는 학생들도 이런 경험의 축적에 대해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학교 내에는 기계전자 부품을 가공하는 ‘캡스톤 디자인 제작지원실’을 비롯 금형제작에 필요한 ‘금형제작실, 금형CAD실’ ‘재료미세성능평가실’ 등 20여개의 전문 교육장도 마련돼 있다. 대기업의 생산현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각 연구실에는 10∼60종의 전문 장비도 갖춰져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작품화하는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산업대에서 ‘캡스톤 디자인’을 통해 내놓은 작품들은 지난해에만 창의적종합설계경진대회 등 9개 대회에 나가 15개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기술대전 등 굵직한 전시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교육과정이 축적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서울산업대는 특허출원 등록 12건, 의장등록 2건, 실용신안등록 1건 등의 실적을 냈다.

 이들이 만든 ‘작품’은 산·학협력을 통해 ‘제품’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지난해 사업화과제로 추진했던 ‘소형전자현미경’과 ‘교육용 로봇’은 사업화 및 제품화되기도 했다. 기획, 생산까지 모두 학내에서 이뤄진 경우다.

 박희재 기계설계자동화공학부 교수팀은 싸이닉스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2004년 MJPEG 기반 IP 카메라를 개발했다. 캡스톤 디자인 사업의 일환으로 산·학협력을 통해 임베디드 리눅스 기반의 IP 카메라를 개발했고 이는 상품화에도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고성능 CCD를 채택해 탁월한 화질을 보이며 MJPEG 압축 기반의 뛰어난 비디오 전송속도를 발휘, 미국 CES 쇼에서도 많은 바이어의 눈길을 끌었다. 중국, 미국 등에 최근 2년간 100만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산업대는 단순히 이공계 학생들의 설계, 작품 생산에만 집착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통해 ‘캡스톤 디자인’과 관련한 온라인 정보화 자료 4000건, 테마강좌 32강좌 등을 운영했고 관련 DB도 모두 확보 중이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인터뷰-장동영 서울산업대 교수

“이제 캡스톤 디자인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경험을 쌓는데 만족하지 말고 관련 설계의 국제화를 이루고 작품을 만들면서 원가개념, 사업화 등에 대한 고민도 많아져야 합니다.”

서울산업대 장동영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51)는 우리나라에 ‘창의적 공학교육’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전도사로 꼽힌다. 그는 지난 1997년 서울산업대에 부임한 이후 실제 필요한 이공계 인력, 실제 사업화와 연계한 공학도 육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장교수는 “미국 대학의 이공계 교육이 1990년대 창의적 공학설계 중심으로 바뀌면서 기업체와 인턴 교류도 생기고 실제 제품화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했다”며 “한국에 들어오면서 한국형 캡스톤 디자인 개념을 도입했고 이것이 산업자원부와 산업기술재단 등에서 공감을 얻으며 그동안 관련 교육과정을 만들어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캡스톤 디자인을 국제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프로그램에 대해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관련 공학인증 등을 해외 인증과 연계하는 등 좁은 우물에서 탈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장 교수는 “성과물에 대해서는 해외와 교류를 강화하고 기술을 상호 인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의 산학협력을 통한 캡스톤 디자인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가 많은 만큼 적극적인 글로벌화를 시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캡스톤 디자인을 실제 제품화, 사업화와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교육에는 우수 작품을 만드는 것 이외에 학생들이 실제 기업가 관점에서 생산 경험을 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작품을 만들면서 원가 개념도 생각해보고 기획단계에서 사업화, 마케팅 소구점 등에 대한 학습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경험을 쌓는 것이 아니라 학교내 기업도 만들어보고 실제 수익도 얻을 수 있다면 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게 장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한국형 캡스톤 디자인의 성장을 위한 정부와 기업체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장 교수는 “교육은 단기간 내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 만큼 정부의 정책이나 지원은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꾸준한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체에 대해서도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인력이 양성돼야 기업체에도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갈 수 있다”라며 “기업체도 대학교육 인프라 지원에 대해 폭을 더 넓혀 나갔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진대회 등 그동안 열린 행사는?

캡스톤 디자인은 지난 2002년부터 종합설계 경진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왔다.

첫회인 2002년 148개 작품이 출품되던 것에서 지난해에는 313개 제품이 경진대회에 참여하는 등 양적, 질적인 성장을 거뒀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총 51개 대학에서 313개 작품이 전시됐고 38개 우수작품이 상을 받았다.

2003년에는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공학교육 요소를 수렴하기 위한 첫 지역확산 워크숍이 열렸고 창의적공학교육 포럼과 창의적 공학교육과 관련 교육인증제도에 대한 포럼도 개최됐다. 2004년에는 창의적 공학교육 전문포럼으로 포럼을 전문화했고 교육의 발전방향 등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4년과 2005년 전문포럼과 세미나, 워크숍을 거쳤다. 지난해 연말에는 ‘IT와 기계 융합 산업화 적용을 위한 창의적 공학교육’에 대한 포럼이 열렸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