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개발자들은 밤새 고생만 하고 월급도 제대로 못받는다는 말이 정보기술(IT)업계에 퍼져 개발자 구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장)
“대형 프로젝트가 뜨면 IT서비스업체들이 SW 개발 인력들을 대거 흡수해 SW업계에는 인력 품귀 현상이 일어난다.” (김형곤 투비소프트 사장)
“개발자 이직률이 높아지면서 5∼10년차 개발자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사장)
SW업계의 인력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SW산업이 전반적으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우수 개발자들이 SW 산업을 기피하는 데다, 그나마 있는 개발자마저도 기회만 닿으면 SW업계를 떠나고 있다.
특히 국내 SW업체들은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뽑기가 너무 어려워 사업 확장마저 주춤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자 부재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최근 130개 SW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SW인력 재교육·훈련 현황조사’에 따르면 국내 SW업체가 신규인력 채용시 고려사항으로 개발 경험을 가장 중시한 것으로 나타났고, 2순위는 개인이 가진 보유기술, 3순위는 요구 연봉으로 집계됐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들이 개발경험을 중시하는 이유는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원하기 때문”이라며 “SW업계는 기업에 특화된 맞춤형 교육 부재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고 분석했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과 배출되는 인력 간 기술 격차로 SW분야 구인난은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SW업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한국SW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국내 100여개 SW업체가 올해 필요로하는 개발 인력은 2500명으로 기업당 평균 23.5명이 필요하지만, 실제 채용계획은 2000여명에 불과하다.
이단형 한국SW기술진흥협회 회장은 그 원인에 대해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과 배출되는 인력 간 기술수준 차이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SW기업이 요구하는 신규인력 배양을 위해 단편적 랭귀지나 분리된 기술교육이 아니라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기술을 종합적으로 습득하는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는 SW업계가 개발자 부족 현상으로 곤혹을 치뤘다. 초대형 차세대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발주되면서 개발자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데다, 자바 등 유망 분야의 개발자 품귀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개발자를 붙잡기 위해 책임연대 방식의 인사제도를 도입하거나 아예 학력을 낮춰 신입사원을 뽑는 등 해법 마련에 나섰지만, 개발자를 붙잡는데 실패한 업체들이 많았다. 곽승태 소프트베이스 사장은 “신입사원을 뽑아 투자해 능력있는 인력을 양성하면 대기업들이 프로젝트다 뭐다 해서 모조리 데려간다”며 “신입사원 교육을 더 많이 시키더라도 아예 이직률이 낮은 초대졸 개발자들과 함께 일해 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업체도 나타났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지난해 베트남에 지사를 설립해 국내에서 모자란 개발자 10여명을 확충했다. 투비소프트 등 몇몇 SW업체들도 개발자 확보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들 업체는 핵심 연구개발(R&D)은 국내에서 담당하고, 코딩 등 단순작업은 해외에서 처리하는 이원화 방식으로 극심한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과거 국내 SW업체들이 미국 등 선진국에 연구개발(R&D) 거점을 마련하고 현지 개발인력을 흡수한 것과 달리, 최근에는 개발인력을 확보하면서 개발 비용을 동시에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기 위해 중국과 동남아, 동유럽 등 국내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개발자를 소싱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익환 안철수연구소 부사장은 “SW분야의 인력은 많지만 필요한 기술을 가진 인력을 선발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베트남과 인도 쪽에서 인력을 데려오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윤석경 SKC&C 사장은“유능한 인력은 게임, 포털 쪽으로 대거 이동하고 전통 SW산업은 외면하고 있다”며 “이제는 SW업계 스스로가 비전을 제시하고 대학과 연계한 교육에 직접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SW업계 전문가들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무엇보다 신규·경력 인력 모두가 SW개발방법론과 아키텍처 등 시장이 요구하는 신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정부차원에서 안정적으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프로그램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감학훈 날리지큐브 사장은 “대학 졸업 신규인력에 대한 실무교육 강화를 통해 프로젝트 실무능력을 배양하고 이를 통해 신규인력 고용확대가 필요하다”며 “경력 인력의 경우 고급 분석·설계 기술과정을 중심으로 경로를 고려한 경력관리가 가능한 재교육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SW산업을 이끄는 개발자들
국내 SW산업의 척박한 토양에서도 꿋꿋하게 SW업계를 이끌어가는 개발자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티맥스소프트의 오너인 박대연 최고기술경영자(CTO)와 안철수연구소의 최대주주인 안철수 의장이다.
박 CTO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대표적인 개발자로 티맥스소프트를 창업 10년만에 국내 최대 SW업체 반열에 올려놨다. 그는 국내에서 세계 최대 미들웨어업체인 BEA시스템즈를 밀어내고 미들웨어 1위 업체로 올라선데 이어 프레임워크 등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는 제품들을 줄줄이 개발해 국산 SW의 위상을 높인 공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새해 4세대 컴퓨팅 리더라는 큰 포부를 밝혔다. 그는 “4세대 컴퓨팅은 오픈 환경 기반에서 대형 기간계 시스템들을 개발하는 최근 IT기술의 흐름에서 진일보해, 크게 4개의 프레임워크 체계로 단순화시킨 수평적 시스템 구조에서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를 실제 구현하는 차세대 컴퓨팅 환경”이라고 정의하고 “티맥스소프트는 기술 혁신을 통해 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유학중인 안철수 의장은 안철수연구소를 보안전문업체로 글로벌업체로 성장시킨 공을 인정받고 국내 SW산업을 이끌어갈 아이콘으로 꼽힌다. 그는 내년에 귀국해 국내 SW업계는 IT업계를 견인할 방안과 함께 우수 업체들을 키울 수 있는 전략을 내놓을 게획이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사장도 이들에 못지 않다. 그는 세계적인 업체들이 아성을 쌓고 있는 전사자원관리(ERP)만을 10여년 연구개발 국산 ERP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새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최고경영자(CEO)에서 CTO로 돌아와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혀 그의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낳게 했다.
김평철 큐브리드 전무도 주목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개발팀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2005년 강태헌 큐브리드 사장의 러브콜을 받고 큐브리드에 둥지를 튼 이후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라이선스 무료 정책과 개발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회사 내 ‘정신적 지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태헌 사장은 “아시아 최대 DBMS업체를 목표로 김 전무를 영입했다”며 “그는 회사의 개발 프로세스를 글로벌 수준으로 확 바꿔 놨다”며 만족했다.
안유환 핸디소프트 부사장도 업무프로세스관리(BPM) 개발을 주도하며 주가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또 김익환 안철수연구소 부사장, 이강수 더존다스 전무, 박미경 포시에스 이사 등도 국내 SW산업을 이끌어 갈 개발자로 꼽힌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기고-SW기업도 글로벌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 배학 티맥스소프트 해외사업총괄 사장
1950년대 이후 한국 경제가 걸어온 현대사를 돌아보면, 과연 세계 어느 나라가 이 같은 드라마틱한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까 하는 경탄이 절로 나온다.
좁은 국토와 부족한 천연자원 등 어느 하나 기댈 곳 없는 여건 속에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고도성장을 이뤄 낸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뜨거운 교육열이니 국민의 근면성, 우수한 인력 같은 밋밋한 답변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저하 우려가 나오는 최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할 정답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이른바 우리나라 일류기업은 일찍부터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인재 확보 및 양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해 꾸준히 투자해 오지 않았던가? 얼마 전 일본의 한 경제전문지에서 ‘삼성(전자)에 글로벌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며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인재 양성은 말 그대로 생명줄’이라고 분석하고, 경쟁력의 원천이 투자보다도 인재관리에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글로벌 인재의 중요성은 내가 몸담고 있는 SW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신흥 SW강국으로 주목받는 인도의 경우, 저인건비를 바탕으로 콜센터 등 선진국 기업의 하도급 서비스를 했으나, 이제는 미국·유럽 각국에 고부가가치 SW를 개발해 공급하는 역할로 발전했다. 이러한 변화로 최근 인도의 SW기업에는 자국 출신뿐 아니라 세계 각국 인재가 경력을 쌓고자 입사를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기업들 역시 미국·유럽·일본 등 외국인 학생의 채용 비율을 매년 늘려 가고 있으며, 각각 수백명의 직원에게 비영어권 국가 진출을 위해 일본어·불어·중국어 등을 교육시켜 사업무대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SW기업도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고 본다. 이전처럼 기업이 단지 우수 인재를 확보하려는 욕심에만 그쳐서는 안 되며, 이들을 글로벌 인재로 양성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국적과 인종을 넘어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채용할 수 있고 이들을 폭넓게 받아들일 기업문화를 만들지 못한다면, 결코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인재확보의 대상도 미국 등 선진국에서 교육받은 인력 중심에서 중국·인도·러시아 등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은 인재들로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화된 기업은 세계의 인재를 유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도 3대 SI기업 인포시스의 고팔라크리쉬난 사장의 얘기처럼, 한국의 SW업체도 글로벌 인재 확보와 양성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에게 매력있는 기업으로 인정받는 날이 한시 바삐 다가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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