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의 지난해 4분기 성적표가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실적에 따라 희비도 엇갈린다. 지난 분기 대다수 업종 대표 기업이 ‘평년작’에 만족했지만 일부 기업은 시장 예상치를 훌쩍 넘는 실적을 올려 주목된다. 반도체는 전반적으로 약세인 가운데 삼성전자가 인텔과 AMD 등을 제치고 반도체 수위 자리를 다시 한번 지켰다. 실적 발표가 다소 늦지만 인터넷 업종에서는 구글의 선전이 확실한 상황이다. 휴대폰에서는 대부분 글로벌 기업의 실적이 주춤한 가운데 소니에릭슨이 단연 돋보였다.
◇반도체, 역시 삼성=지난 분기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의 독무대였다. 삼성은 인텔·AMD 등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이 부진한 가운데 유일하게 초고속 성장했다. 지난 4분기 삼성 반도체 부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0% 늘면서 사상 최대인 5조4200억원, 이익은 31% 상승한 1조6600억원을 달성했다. 반면에 블루칩 가운데 하나였던 인텔은 4분기 매출과 순익이 각각 94억4000만달러, 15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순이익 성장률도 3.9%나 떨어졌다. AMD도 시장 점유율은 높였지만 실적은 전년에 비해 모두 추락했다. TI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 34억6000만달러, 순익 6억6800만달러로 각각 2%, 4% 늘리면서 그나마 자존심을 세웠다.
◇휴대폰, 소니에릭슨 깜짝 실적=휴대폰에서는 소닉에릭슨이 깜짝 실적을 올리며 침체한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 ‘구세주’ 역할을 했다. 소니에릭슨은 고가 모델에 집중하면서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4%나 성장했으며 순이익도 4억4700만유로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반면에 노키아·모토로라 등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노키아는 아직 실적 발표 전이지만 블룸버그통신은 24일 ‘노키아의 4분기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장 점유율 2위 모토로라도 수익이 무려 48%나 줄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 감소한 47억달러를 기록했다.
◇인터넷, 구글 독주 여전=인터넷은 구글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제일 먼저 실적을 발표한 야후는 매출이 17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13%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2억687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60%나 떨어졌다. 조만간 실적 발표 예정인 e베이도 AP 등 주요 외신은 4분기 실적 둔화를 우려했다. 이에 비해 구글만은 확실한 상승세를 자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요 시장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4분기 구글 매출이 전 분기에 비해 24%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월가 예상치인 17%를 웃도는 것이며 특히 야후의 검색 부문 증가율 7%를 압도하는 실적이라고 분석했다.
◇시스템, 선마이크로 흑자 전환 성공=서버·통신 장비 등 시스템 분야에서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실적이 단연 돋보였다. 선은 2007 회계연도 2분기(2006년 10∼12월)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선은 1억2600만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매출액도 6.9% 증가한 35억7000만달러를 기록해 원래 전망치였던 35억2000만달러를 웃돌았다. IBM도 지난 분기 263억달러, 순익 35억400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각각 7.8%, 11% 성장했지만 원래 전망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EMC도 전년에 비해 19% 증가한 매출 32억1500만달러를 올리며 스토리지 대표 기업임을 과시했다. 반면에 합병 후 처음으로 실적을 발표한 알카텔루슨트는 4분기 이익과 매출이 각각 1억2000만유로, 38억7000만유로로 예상 실적에 미치지 못했다. 이 밖에 PC·MP3플레이어 등 퍼스널에서는 애플이 42% 증가한 71억달러 매출과 31.2% 증가한 10억달러 순익을 올리며 올해 ‘애플 돌풍’을 위한 바람몰이에 성공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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