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2007-대기업·중견기업]종합전자-삼성전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IT기업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올 한 해도 세계 초일류를 향해 급피치를 올린다.

 저환율과 고유가, 불안한 원자재 가격 등 부정적인 여건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환율 900원에도 견딜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한층 강도 높은 글로벌 경영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던 세계 IT 경기가 올해에도 상승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다행이다. 다만 반도체·LCD 등 주력 품목이 일부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올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58조9700억원보다 4조6300억원 늘어난 63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올해 설비투자는 8조1000억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의 1조1000억원과 S-LCD 투자분 등을 감안하면 총 9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연구개발(R&D) 투자는 사상최대 규모인 6조1400억원을 책정, 기술경쟁력 확보를 게을리하지 않기로 했다.

 반도체가 가장 큰 기대주다. 기대되는 점은 메모리 수요를 유도할 재료가 곳곳에 널려 있다는 점이다. 윈도비스타가 출시되면서 PC 시장이 새롭게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게임기 등 각종 디지털 응용기기의 메모리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300억달러로 예상되는 세계 D램 시장은 올해 17% 상승한 350억달러에 달해 제2의 중흥기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PC·휴대폰·게임기 등을 기반으로 신규 시장을 꾸준히 창출해 올해에도 D램 선두업체의 위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당장 연초부터 기존 메모리 라인에 9990억원, 신규 15라인에 8198억원을 각각 투입해 생산능력과 메모리 공정을 확충한다. 낸드플래시 기술이 주도하는 플래시 메모리에는 MP3·메모리카드 등 신규 시장을 계속 늘리는 한편 ‘SSD’ 등을 통해 PC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다는 구상이다. 시스템 LSI 분야에서는 CIS(CMOS이미지센서)·스마트카드·미디어플레이어 등을 비롯해 올해 5대 사업군을 집중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최근 IBM·차터드·퀄컴 등과 협력을 강화해 향후 첨단 파운드리 시장을 선도하기로 했다.

 LCD는 올해 대형 패널 위주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노트북PC는 멀티미디어 및 보급형 제품, 모니터는 윈도비스타용 와이드 패널, TV는 40인치 이상 대형 제품 중심으로 각각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상반기 계절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7세대 이상 생산라인에 대한 업계의 투자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수요에 적지 않은 혜택을 볼 것이라는 기대다.

 삼성전자는 40·46인치에 이어 50인치급 LCD TV 패널도 표준화를 주도함으로써 한층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올해 40인치대 대형 패널에는 50% 이상 점유율을 유지하는 한편, 오는 10월까지는 8세대 라인에서 46인치 이상 패널을 조기 양산할 수 있는 채비를 서둘러 갖추기로 했다.

 지난해 TV 신화를 창조해낸 디지털미디어 사업도 올해 유망주다. 올해 LCD·PDP 등 평판 TV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가격경쟁 또한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는 총 1350만대의 평판 TV 판매목표를 달성해 시장 리더십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보르도 LCD TV에 이어 올해에도 고품격 디자인과 프리미엄 기능을 갖춘 대형 평판TV 신제품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TV 일류화를 위해 해외 주요 공항에 제품노출 등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해 명품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또 일반 가정 외에 호텔·공항·유람선·병원 등 세계 주요 명소를 대상으로 기업용(B2B)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생활가전 사업은 중국 등 신흥 세력들의 공세로 갈수록 경쟁환경이 치열해지면서 올해는 수익구조 개선이 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등 프리미엄 시장에 적극 나서는 한편, 기반기술과 감성신기술 개발 등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정보통신총괄의 휴대폰 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휴대폰 판매량 1억1800만대로 역대 최고를 돌파했다. 올해에는 이보다 13%가량 늘어난 1억3000만대를 기대했다. 핵심 전략은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울트라 에디션’ 시리즈 신규 단말기와 중가 카메라폰 판매 확대다.

 이와 함께 3.5세대(G) 이동통신인 HSDPA 단말기와 멀티미디어 특화폰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독자 개발한 차세대 이동통신 와이브로의 경우 지원하는 단말기를 노트북PC와 PMP, 디지털카메라 등으로 다양화해 와이브로 세계화를 선도하기로 했다.

◆인터뷰-윤종용 부회장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앞선 기업을 따라만 가던 종래의 방법에서 벗어나 선두에 서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올해는 더욱 더 창조적인 발상과 혁신으로 초일류 기업의 기틀을 확고히 다질 것입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 한 해가 글로벌 1등 기업을 향한 중차대한 시기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지난해 그룹 차원의 새로운 경영기조로 선언한 ‘창조경영’도 올해는 삼성전자에 뿌리깊이 안착시킬 때다. 그는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일등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초일류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이를 위해 기술은 물론이고 경영시스템 하나까지 우리가 창조해 가야 하는 외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올해는 임직원 모두가 전문지식과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가치관과 사고방식, 일하는 방법을 획기적으로 혁신해 나가겠다는 다짐이다. 지난해 세계 TV 시장을 석권한 감회도 잠시, 긴장감을 잠시도 늦출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독자적으로 TV 개발에 나섰던 34년 전을 생각하면 감격스럽다”면서 “여기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창조와 혁신을 위한 기본자세”라고 강조했다.

윤 부회장에게 올해는 TV에 이어 더 많은 1등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험무대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차세대 산업을 주도할 미래 핵심기술을 먼저 확보해 표준을 주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브랜드와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 이른바 ‘소프트’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나 조직문화부터 활력을 재충전하는 것 또한 여전히 숙제다.

윤 부회장은 갈수록 불확실성이 더해가는 요즘이야말로, 기본적인 자질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약간은 생소하지만 역사공부를 통해 시대흐름을 읽을 수 있는 안목과 지혜를 당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랫동안 고속성장의 환희에만 젖은 채 국내 1등 기업으로서 사회적인 책무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것처럼 사회 구석진 곳에서 나눔과 상생 경영을 실천하는 것도 기본 자질”이라며 “더불어 사는 삼성전자, 존경받는 삼성전자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한해 지속적인 혁신과 창조를 위해 ‘현장’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윤 부회장은 “오랜 경험을 볼 때 모든 문제와 답은 현장에서 나온다”면서 “올해는 유통·서비스·공장·물류·협력사에 이르기까지 현장경영이 완전히 정착되는 해로 삼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