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조5000억원어치 주식이 거래되는 코스닥. 이가운데에는 NHN처럼 액면가(500원)의 200배를 넘는 주식도 있지만 100원짜리 동전 몇 개에 사고팔리는 액면가 이하 주식도 있다. 이들은 최소한 액면가라도 회복하려 안간힘을 쓰지만 본의아니게 투기세력에 휘말려 수난을 겪기도 한다.
◇제값 못하는 주식=코스닥에 상장된 주식 대부분의 액면가는 500원. 지난 25일 현재 액면가를 밑도는 주식은 총 37개다. 이 가운데 주가가 가장 낮은 종목은 엠피오(120원). 액면가 500원 코스닥 주식 중에서 가장 주가가 높은 메가스터디(13만4900원), NHN(12만9000원) 등에 비하면 1000분의 1 수준이다.
MP3플레이어 공급업체였던 엠피오는 지난해 장외 귀금속업체인 에스더블유넷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이후 대주주 횡령, 합병 및 합작투자 무산 등이 이어지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EBT네트웍스(125원), 에프와이디(150원), 시큐어소프트(150원) 등도 주가순위 최하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제값’ 찾으려는 주식=일반적으로 주식은 기업 가치를 높이고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액면가 미달주에게 이런 임무는 사치다. 이들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는 코스닥 퇴출 위기를 벗어나는 것.
코스닥규정에 따르면 90일 동안 액면가 40%에 미달하는 기간이 10일 연속 이어지거나 총 30일 이상 기록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90일간 또다시 이를 반복하면 즉시 상장폐지 조치가 내려진다. 이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퇴출 상황에 처한 주식은 감자 등 주가 부양책을 통해 위기 탈출을 모색한다. 엠피오는 보통주 25주를 동일 액면가 1주로 병합하는 방식으로 다음달 초 감자를 실시할 예정이며 EBT네트웍스도 다음달 보통주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제자리’ 못찾는 주식=이들 주식은 워낙 싸다 보니 투기세력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같은 100% 상승률이라도 1만원짜리 주식이 2만원으로 오르는 것보다는 200원짜리 주식이 400원이 되는 것이 더 쉬어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당수 액면가 미달주는 뚜렷한 이유없이 급등락을 반복한다. EBT네트웍스는 지난 연말 이틀 연속 하한가로 떨어진 후 곧바로 사흘 연속 상한가로 올랐다. 디지웨이브텍도 지난 연말과 올 초 사이 이틀 연속 하한가,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물론 두 주식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상승폭을 반납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위원은 “액면가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은 실적부진이나 자본잠식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은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며 “갑작스럽게 거래량이 늘어나며 급등한 주식은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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