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中·日 이중압박 심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최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언급한 ‘샌드위치 신세’ 즉, ‘넛 크래커’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이 입증된 분석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9일 한·중·일 3국의 가전·반도체·자동차 등 14개 산업 분야 194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중·일 기업경쟁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업규모·요소생산성·기술혁신 등에서 일본과 중국 모두 또는 한곳에 밀리며 이중으로 압박을 받는 ‘넛크래커’ 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며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규모, 중국에도 뒤져=매출액 기준을 제외하고는 자산규모·이윤액 모두 일본 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뒤졌다.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은 일본이 66개로 가장 많은 가운데 우리나라와 중국이 각각 18개와 16개로 비슷했다. 자산규모와 이윤액 기준 100대 기업은 각각 일본이 66개와 39개, 중국(19개와 36개) 우리나라(15개와 25개) 보다 모두 많았다.

생산성 측면도 중국에는 앞서 있지만 일본과의 격차가 매우 컸다. 노동생산성 100대 기업 가운데 한국기업은 22개에 불과해 일본 기업(78개)에 비해 크게 부족했으며, 자산생산성 역시 한국기업은 40개로 일본의 51개보다 적었다.

◇기술경쟁력도 위태위태=기술변화 상위 100대기업에 우리나라는 62개가 올라, 일본(22개)과 중국(16개)에 비해 비교적 큰 폭 앞섰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계·컴퓨터·통신기기 등 다양한 업종에서 상위에 랭크됐다. 기술적 효율성 개선 정도 역시 100대 기업 가운데 우리 기업이 74개 포함돼, 일본(24개)과 중국(2개)에 비해 크게 많았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컴퓨터의 렌샹, 가전의 하이얼 등 중국 기업들이 기술분야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와 기술혁신 통해 규모 키워야=한경연은 국내 상위기업의 매출 및 자산규모는 국내에서는 높은 수준이지만 외국의 경쟁기업과 비교하면 매우 영세한 만큼 기업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박승록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은 규모는 적지만 많은 이윤을 달성하고 있는 만큼 이윤이 투자로 연결돼 세계적 규모의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해 기업투자를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