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원이 진화한다](1)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진흥원이 진화한다](1)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지방의 IT 및 CT 전도사인 진흥원이 진화하고 있다. 기업 수요와 일치하지 않는 일방적 지원 프로그램과 고비용 저효율의 단순 전시성 사업에서 벗어나 기업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지원하는 형태로 대회전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 기업에 수익을 안겨줄 수 없는 지원은 더는 환영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인데 당장 프로젝트에 투입할 인력이 없어 허덕이는 지방 IT 기업에 별 쓸모없는 인력만 안겨주는 인력양성사업도 발붙일 틈이 없어졌다. 이제 껍데기를 벗어던진 올해 각 지방 진흥원들의 사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지원에 확실히 눈을 뜬 전국 각 진흥원의 올 한해 기본적인 사업방향과 독특한 사업들, 진흥원장의 구상을 정리해 본다. 아울러 이 분야의 대표기업도 함께 소개한다.

 

 대구에서는 정보기술(IT)과 문화콘텐츠(CT)가 가장 잘 융합(컨버전스)되는 곳이 바로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이다. 대구지역 첨단산업분야의 핵심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원장 박광진 www.dip.or.kr)은 순수 IT에서 출발해 이제는 문화산업에 이르기까지 지역 ICT산업을 기획하고 조율하는 두뇌역할을 맡고 있다.

 DIP가 운용 중인 ICT파크는 임베디드와 모바일·게임·e러닝 등 첨단벤처기업들의 클러스터로 손색이 없을 만큼 성장했다. 또 ICT파크 내 IT·CT기업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기술이 융합된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바람직한 윈윈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DIP의 올해 화두는 이제 산업화다. CT부문은 수익이 될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고, IT는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진출에 매진하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IT와 CT분야 DIP의 올해 변화된 주요 사업방향을 짚어본다.

 ◇CT, 올해는 비즈니스 모델 만들기에 주력=CT 산업을 활성화시킨다고 할 때 단순 게임제작이나 전시회 참가지원, 게임대회를 갖고 얘기하면 구시대적 발상이다. 이제는 게임이 뮤지컬이나 패션쇼로 재탄생하고, 전시회는 주최 측과 참가자가 모두 즐기는 페스티벌이 돼야 한다.

 올해 DIP의 CT사업은 산업화로 승부를 건다. 산업화의 기본방향은 게임과 e러닝 등 지역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CT 기업들에 수익을 안겨주는 모델을 만든다는 것이다.

 e스포츠페스티벌은 올해 게임대회를 과감히 버리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퍼레이드나 도심RPG, 설치미술 등을 강화한 게임 콘텐츠 페스티벌로 마련될 예정이다. 게임을 주제로 한 게임뮤지컬이나 도심RPG 등은 지난해 대회에서 성공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도 지역에서 개발한 게임을 소재로 게임뮤지컬과 UCC를 공모할 예정이며, 효율이 낮았던 기존 전시형 행사는 지양하고 비즈니스 파티, 원소스멀티유스(OSMU)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 등을 개최하기로 했다.

 CT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타기업을 발굴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대구시의 100개 스타기업 육성정책의 하나인데 DIP 입주기업 가운데 게임업체 KOG와 e러닝업체 이야기 등이 올해 매출 100억원에 도전하는 스타기업에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DIP는 또 다음달 말쯤 글로벌R&D협력센터와 UCI게임연구소를 개소한다. 센터와 게임연구소는 협력연구를 통해 지역 게임업체를 기술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인력양성사업과 관련 게임아카데미는 교육을 질을 높이고, 프로젝트 및 게임제작에 직접 참여시킴으로써 실무형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IT=정부는 조만간 소프트웨어(SW)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만들 방침이다. SW기업도 앞으로 굿소프트웨어(GS) 인증을 받지 않고는 공공기관에 제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DIP의 IT 및 SW 관련 사업도 실질적인 수익을 발생시키는 수출에 눈높이를 맞췄다. IT를 내수 중심에서 수출형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수출가능한 핵심기술개발 지원 △지역 첨단제품 해외시장개척 강화의 두 가지 사업에 집중한다.

 수출가능한 핵심기술개발사업으로는 소방방재용 IT와 SW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이 올해 말쯤 마무리되면 대구소방본부에 시범적용한 뒤 본격적으로 수출길에 올릴 예정이다. 그외 해외규격 인증 및 해외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 올해 IT분야 30개 제품 발굴, 제품인증 30개, 수출액 1000만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DIP는 또 IT분야에서 지역SW산업활성화를 위해 올해 △지역SW활성화기반 지원 △지역SW특화육성 지원 △지역디지털콘텐츠육성 시설조성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인터뷰-박광진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장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은 IT와 CT를 융합해 사업을 추진하는 지방의 유일한 기관입니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의 사업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박광진 원장(48)은 “사업 비중으로 보면 CT쪽이 조금 더 많은 편이지만 실제로는 두 개의 부문을 가장 적절하게 융합한 사업들을 새롭게 발굴하고 펼치는 지원기관”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올해는 지역에 특화된 산업을 현실성 있게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몰아갈 것”이라며 ,“가령 임베디드와 모바일과 같은 지역 특화산업의 경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사업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들어 문화산업은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는 것이 박 원장의 시각이다. 따라서 올해는 원소스멀티유즈(OSMU) 사업을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발굴하겠다고 귀띔한다. 그는 “게임사업의 경우 게임제작의 영역을 뛰어넘어 뮤지컬과 게임을 소재로 한 만화책, 캐릭터 팬시 등 오프라인 사업을 통해 업체가 실제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력양성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박 원장은 “그동안 인력양성부문은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했었다”며 “앞으로 우수한 강사진을 확보해 인력의 자질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외마케팅지원사업에 대한 비중도 높아졌기 때문에 조만간 중국 마케팅을 지원할 지원기관이 필요하고, 투자유치기관도 들어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올해 ICT파크에는 총 3000 여평의 추가 입주공간이 필요합니다.”

 박 원장은 “올해 안에 주변건물을 매입하거나 신규 건물을 짓는 방법 등을 통해 필요한 공간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천기업-이야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기반 교육서비스 에듀모아를 시작한 지 10년. 이야기(대표 금훈섭)는 올해 12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는 e러닝 업체로 성장했다.

 PC통신을 기반으로 온라인초등학교 서비스를 개설했던 1995년 10월 이후 인터넷 서비스로 전환할 시점인 98년 4월, 이 업체의 유료회원은 3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7년 1월 현재 이야기는 전국 390만 초등학생 중 170만 명의 무료회원과 17만명의 유료회원을 보유한 국내 초등 온라인 교육 서비스 1위 업체로 등극했다.

 매출 규모로 보면 지난 2005년 70억원에서 지난해는 86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지역 e러닝 업체로서는 최초로 100억원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올해 예상 매출에는 커다란 변수가 하나 있다. 이야기는 3월 신학기부터 국내 인터넷 기반 초등교육서비스 업체로서는 최초로 치열한 주간 학습지 서비스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배용철 상무는 “온라인 학습과 오프라인 학습을 결합한 똑똑한 입체교육시스템 발견수학과 교과학습서비스를 시작한다”며 “이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진입하면 올해 약 180억원까지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학습출판사업 영역에 발을 디뎌 인터넷 교보문고 학습지 부문 13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바 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영재수학’을 발간한 데 이어 ‘활동수학’이 부산시 교육청 인정도서로 채택돼 사교육 학습지가 공교육 기관으로부터 교육 콘텐츠의 품질을 인정받는 최초의 사례를 남겼다.

 이처럼 이야기는 최근 다양한 오프라인 출판물 및 온·오프라인 결합상품을 잇달아 출시함으로써 그동안의 안정적인 수익구조에다 추가적인 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야기의 사업 목표는 어린이 교육에 대한 사명감이 매출보다 더 중요하다. 이야기의 교육콘텐츠 연구개발(R&D)은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더 쉽고 재미있게 공부하게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업체는 그동안 어린이들이 싫증을 느끼지 않고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방법을 개발하는 데 매진해온 것이다.

 금훈섭 사장은 “어린이들에게 교육효과가 탁월한 교육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유통·교구·어린이 의류나 음식 등 다양한 키즈사업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