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받는 `특허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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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글로벌 기업이 특허를 무기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미국 특허 등록 건수 면에서 IBM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특허 경영’을 전면에 내세운 상태지만 이미 경쟁 기업의 무차별적인 특허 공세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이처럼 반도체·LCD·휴대폰과 같이 국내 기업이 강점을 가진 업종을 겨냥해 특허 소송이 남발되면서 자칫 전체 산업 경쟁력마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낳고 있다.

 전 세계 낸드 플래시 점유율 4위이자 일본 2위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로써 삼성은 이번 르네사스 건을 포함해 불과 두 달 사이에 특허 침해 피소 건수만 5건을 넘어섰다.

 르네사스는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2건의 소송을 냈으며 자사 메모리 관련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르네사스는 로열티와 함께 세 배의 배상금과 지난해 8∼10월에 취득한 기술 특허 사용 금지도 함께 요구했다.

 삼성은 르네사스건뿐 아니라 이미 지난해 말부터 전방위적인 특허 공세에 몰리고 있다.

 먼저 이달 초에도 미국 워싱턴연구재단(WRF)에서 블루투스 특허 침해 혐의로 피소됐다. WRF는 특허 침해 제품 판매 중단과 손해 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지난달 초에는 일본 히타치그룹 자회사가 삼성을 하드디스크(HDD) 기술 특허 침해로 미국 텍사스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외에도 같은 달 스마트폰 업체 리서치인모션(RIM)이 최근 출시한 삼성의 스마트폰 ‘블랙잭’이 RIM의 ‘블랙베리’와 유사하다며 상표권 침해 소송을 냈다. 미국 반도체 업체 온세미컨덕터에서도 삼성전자에 칩 회로와 제조 과정 관련 4개 특허를 침해했다며 해당 기술 사용 금지 등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뉴스의 눈

삼성전자는 지난달과 이달에만 어림잡아 무려 5건에 이르는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다. 이는 지난 2005년 삼성이 진행한 13건 소송 건수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다. 하지만 13건은 삼성이 원고 위치에서 제기했던 소송까지 포함한 것임을 감안할 때 삼성이 피소된 건수만 따지면 상당한 수치다. 삼성은 연평균 10∼12건 소송을 당하고 5∼6건의 소송을 제기하는 상태다.

 이는 단순히 보면 삼성이 그만큼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삼성이 지난 2000년 글로벌 경영에 피치를 올리자 특허 소송이 부쩍 늘어났다. 삼성도 이에 특허 전담 최고책임자 조직까지 신설하고 특허 인력을 250여명에서 2010년까지 45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전사적으로 특허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는 경쟁 기업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돼 온 지 오래다. 최근에는 전자업계가 가격 압박으로 부가가치가 갈수록 낮아지면서 아예 주요 수입원의 하나로 특허에 기반을 둔 ‘로열티’ 비즈니스가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조차도 기술 특허를 무기로 시장을 방어하거나 경쟁업체를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지식재산권 보호’라는 명분 아래 자국 기업에 우호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점이다. 삼성은 이미 미국 법정에서 D램 가격 담합에 혐의로 상당한 피해를 감수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삼성이라는 기업에 국한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