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전문(팹리스) 업체들이 대졸 신입 사원 채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팹리스는 석·박사 출신이나 경력 사원이 아닌 대졸 신입 사원을 뽑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르칠 여력이 없어서다. 하루라도 빨리 개발에 투입해야 하는데 신입사원을 뽑아 1∼2년 간 재교육을 시키기에는 힘에 부쳤다. 팹리스 업체들이 대학생들 사이에 알려지지 않아 채용에도 어려움이 뒤따랐다. 팹리스 업계는 이런 연유로 ‘사람이 없어서 사업을 못 키우겠다’는 하소연이 나올 만큼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여왔다.
하지만 그동안 개발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여유와 기반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재를 스스로 육성하고 키워야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필요성도 절감하고 있다. 칩 설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대학생들의 경우 칩 설계와 달리 소트트웨어 개발에는 곧바로 투입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래서 적은 규모나마 대졸 신입 사원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정세진 펜타마이크로 사장은 “처음에는 경력직원만 뽑았고 신입을 채용하더라도 석사 이상이었지만, 이것도 이제는 한계여서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라며 “규모가 커지면서 교육을 할 만한 여유가 생겼다는 것도 팹리스 대졸 신입 사원 채용의 배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엠텍비전(대표 이성민)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을 5명을 채용했으며, 여름에는 대학생들을 인턴사원으로 맞아 인턴사원으로 맞아 현장실습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텔레칩스(대표 서민호)는 대학을 직접 찾아가 대학생들을 텔레칩스를 소개하는 방식을 통해 대졸 신입 사원을 채용 중이다. 지난 해 7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 해에도 5명 내외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텔레칩스는 신입사원 교육을 위해 교육담당자도 채용할 계획이다. 티엘아이(대표 김달수)는 올해에는 사업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대졸 신입 사원을 연구원으로 7명 정도를 채용할 예정이다. 펜타마이크로(대표 정세진)도 지난해 처음 대졸 신입 사원 2명을 채용했으며, 올 해에도 2∼3명을 더 뽑는다.
팹리스는 대기업처럼 대규모 공개 채용을 하지는 못하지만, 대학 교수의 소개를 통해 학교로 직접 찾아가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채용박람회를 활용하고 있다. 대졸 신입 사원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학에 회사를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협회도 거들고 있다. 반도체산업협회는 팹리스 업체들이 대학을 찾아다니며 학생들에게 회사를 알리고 학생들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기업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을 마련 중이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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