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부품, 日 추월 탄력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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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품업체인 A사는 각고의 노력으로 2012(2.0㎜×1.2㎜) 크기의 47마이크로패럿(μF)의 탄탈콘덴서를 개발해 시장에 출시했다. 그러자 일본의 선발업체 B사는 1608(1.6㎜×0.8㎜) 크기 신제품을 출시하고 대신 동일 규격의 제품 가격을 30% 인하한다. 결국 A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낮추고 시장에 진입했으나 시장은 이미 1608 제품이 대세가 된다. 지난 수십년간 국내 부품업체들이 일본 선발업체에 겪어온 스토리다.

 그러나 최근 MLCC, ESD필터, 칩배리스터 등에서는 이 같은 악순환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역전의 조짐마저 일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과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기술 개발 선도=삼성전기는 지난 2004년까지만 해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분야에서 일본 경쟁기업과 비교해 제품 출시 시기가 3∼6개월 뒤지면서 후발업체의 설움을 톡톡히 겪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4월 1005타입의 2.2μF 제품을 일본 기업보다 3개월 앞서 출시하면서 역전의 전기를 마련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1608타입 22μF 제품을 발표한 바 있다. 나노파우더 기술도 현재 삼성전기만이 갖고 있다. 삼성전기 측은 “고용량 MLCC를 선 출시하면서 제안 영업 등을 통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선출시 제품의 경우 경쟁사가 제품을 내놓기까지 높은 수익성이 보장된다”고 밝혔다.

 ESD필터 전문업체인 이노칩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초 세계 최초로 4채널 ESD필터를 양산했다. 경쟁사들이 지난해 중반 4채널 제품을 출시하자 최근에는 6채널, 8채널 제품까지 선보였다. 채널이 많을수록 ESD필터 사용량을 줄일 수 있으나 신호 간섭 등의 이유로 타 경쟁사들은 아직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ESD필터 제품은 우리가 세계 최초로 제품을 선보였으며 현재도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며 “후발업체들보다 최소 6개월 정도의 개발 격차를 유지하면서 가격정책에도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가격·지배력 주도=정전기 방지 부품인 칩배리스터를 제조해온 아모텍은 경쟁사와 제품 사이즈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거의 동등하지만 원가 부분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타 경쟁사들이 전극재료로 백금을 사용하지만 이 회사는 이보다 저렴한 팔라듐이나 은 합금 등을 사용하고 조성에서도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같은 성능의 제품을 동일 시기에 출시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확대, 이 분야 1위에 오르게 됐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국내 기업들이 기술 선도 부품 수가 적어 수익성을 높이는 데 만족하고 있지만 저변이 확대되면 가격조절을 통해 경쟁사 견제 정책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품산업은 한번 추월할 경우 계속 탄력을 받기 때문에 곧 이러한 시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