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는 외주제작 전문업체가 나오는 등 환율 직격탄을 맞은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특히 대부분의 국내 애니메이션 외주 제작업체들의 경우 일본과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커 환율하락에 따른 타격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작품 제작을 고려해 보지만 기본적인 물량이 적은 데다 제작 단가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낮게 책정돼서 그마저도 힘든 상태다.
◇편당 250만∼600만원 수익 감소=국내 대표 외주제작업체 중 하나인 A업체는 지난 12월에만 환율하락으로 인해 3억 원 가량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이 회사 사장은 “1월에도 3억 원 정도의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업체가 30분짜리 TV 시리즈물 한 편 제작 시 받는 돈은 미국 작품의 경우 편당 9만∼15만달러(약 9000만원∼1억5000만원), 일본 작품의 경우 편당 600만∼750만엔(5000만원∼6000만원)이다.
그런데 환율 하락으로 지난 한해만 이 업체가 입은 손실액은 편당 적게는 250만 원에서 많게는 600만 원에 이른다. 시리즈물이 최소 26부작인 것을 감안할 때 환율하락으로 인한 전체 손실액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표참조>
이처럼 환율급락에 따른 수익 악화가 지속되면서 인건비 조차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애니메이션 외주 제작을 주로 해온 B업체는 최근 경영 악화로 외주제작을 포기, 실제로 문을 닫은 상태다.
◇외주제작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이 같은 수익 악화에도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외주제작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산업 특성상 다른 업종으로 전환이 힘들기 때문이다.
C업체 사장은 “현재로선 대안이 없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애니메이션 업계 입장에서 외주제작은 국산 애니메이션 창작의 밑바탕이 돼왔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실제 창작물을 만드는 애니메이션업체의 대부분이 외주제작에서 번 돈을 투자해 창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한 애니메이션 업체 관계자는 “제작을 안 하고 창작만 하며 버텨보려 했지만 하는데 이마저 쉽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국내 제작 및 게임 동영상 제작으로 활로 모색=이런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2∼3년 전부터 환율하락을 예측, 국내 제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돌파구를 찾은 업체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3D 제작 등 특정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계약시 제작 단가를 상대적으로 높이 받아 손실을 최소화하는 업체도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환율이 떨어져 제작 분야 매출이 줄긴했지만 직거래로 높은 단가를 적용받아 손해를 입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3D 애니메이션 제작 전문 업체는 “창작 외의 사업으로 게임 동영상 제작에 주력해 환율하락으로 인한 피해는 거의 입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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