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등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과 대기업의 영화 콘텐츠 산업 투자 참여로 국내 영화 부가판권 시장에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DVD와 비디오가 이끌어온 부가판권 시장은 비디오의 몰락과 DVD 시장의 침체로 붕괴위기로까지 치달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온라인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가 선보이고 IPTV 등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홀드백 순차 변화와 기간 단축 등의 변화가 일며 부가판권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재료가 마련됐다.
◇DVD·비디오 시장 몰락과 홀드백 순차 변화=한국영화연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7390억원에 이르던 DVD·비디오 시장규모는 계속해서 줄어들어 지난해 약 4800억원으로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비디오 대여점 수는 2003년 8500개에서 2006년에는 6000개로 곤두박질쳤으며 DVD 제작사들의 총 매출액도 2003년 1000억원에서 2006년 8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디지털 콘텐츠의 확산으로 홀드백 기간 및 순차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홀드백(holdback)’은 한편의 영화가 극장 종영 후 DVD·비디오 등 다른 윈도우로 넘어갈 때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배급 기간을 유예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각 윈도우간 홀드백 기간은 3개월 정도 유지돼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평균 2개월 정도로 짧아졌다.
부가판권 배급 순차도 ‘극장-DVD·비디오-케이블TV’ 등의 순서가 큰 축이지만 이제는 케이블방송 앞에 ‘온라인 VOD(다운로드)’와 IPTV(TV포털)이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PPV(건당과금) 서비스와 함께 끼어들었다.
일부이긴 하지만 극장 종영 후 DVD에 배급되기 전에 바로 위성DMB(티유미디어)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 자본의 참여=지난해 홀드백 관행을 깨고 극장 종영 후 바로 위성DMB로 넘어간 영화는 ‘새드무비’ 등 5편. 이들 영화의 제작사는 iHQ로 SK텔레콤이 최대 주주이며, 티유미디어는 SKT의 자회사다. 결국 SK텔레콤이라는 거대 통신 기업이 영화 콘텐츠에 투자하면서 홀드백 순차까지도 바꿔 놓은 것이다.
KT도 예외는 아니다. IPTV 사업자인 KT는 사업 활성화를 위해 풍부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이미 영화제작사 싸이더스FNH 지분을 51% 갖고 있으며 드라마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에도 투자했다.
KT는 2005년에는 그룹 내에 ‘KT그룹 콘텐츠 사업협의회’를 마련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약 300억원 규모의 ‘싸이더스FNH펀드’를 조성해 각 계열사들의 콘텐츠 수급을 원활히 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나로텔레콤도 영화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 지분을 약 3% 갖고 있다.
대기업의 영화 콘텐츠 시장 참여는 앞으로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대 신방과 주정민 교수는 “향후 IPTV 서비스 윤곽이 드러나면 콘텐츠 제작에 경험이 없는 통신 사업자들은 막대한 자본력을 활용해 필요한 콘텐츠 업체를 인수합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망=IPTV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따른 부가판권 시장을 보는 영화 업계의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우선 새로운 시도와 환경으로 수요 확대 측면에서는 기대할 만하지만 자칫 수직 계열화된 거대 자본의 유입으로 영화 콘텐츠가 독점화되고 영세한 제작사들의 몰락으로 전체 영화 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이다.
또 IPTV의 주요 콘텐츠는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나 스포츠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같은 새 매체의 등장이 DVD와 비디오와 같은 탄탄한 부가판권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영화계의 입장이다.
영화진흥위원회 국내정책팀 김미현 팀장은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 유통이 확대되면서 업계가 여기에 얼마나 적응 또는 대응하느냐가 향후 영화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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