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공학 개념이 우리나라보다 먼저 도입된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캡스톤 디자인’이 이미 대다수 공과대학에서 적용되고 있다. 학생들은 실제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경험을 미리 체험할 수 있고 향후 졸업후의 진로에 대한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기업들은 학생들의 프로젝트 경험을 보고 우수 인력을 뽑을 수도 있고, 실제 프로젝트 과정에서 얻은 우수 연구성과물을 기업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창의적 공학과 공학인증에 대한 도입이 확산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창의적 공학·캡스톤 디자인이 먼저 시작된 유럽과 미국의 사례를 살펴본다.
◇EU편:핀란드 헬싱키 공과대학과 에브테크 공과대학 사례 중심
핀란드가 캡스톤 디자인 모델을 구축하게된 주된 목적은 산·학 협력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특허 및 산·학 과제의 결과를 이용하기 위서였다. 학생들의 창업과 취업에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 지향점이다.
헬싱키공과대학과 에브테크공과대학은 산·학 협동을 통한 대학 교육과 산업기술과의 격차를 현격히 줄이고 근로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채택한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방학 기간에도 주변의 IT업체에 인턴십 등을 통해 꾸준히 기술을 연마거나 학기중에도 회사의 실험실에서 계속적인 산학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흔한 모습이다. 산학실습학점을 필수화한 것도 특징이다.
학생들은 낮에는 인근 기업체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학교 연구실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산·학 간에 연구비와 프로젝트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인력들이 학교와 기업을 교류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특히 노키아·시스코 등 세계적인 통신장비 제조업체들의 이름이 붙은 학내 연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인근 지역에 있는 글로벌 기업에서 산·학 협력 차원에서 테스트 장비나 및 네트워크 장비 등을 제공하면서 이같은 일들이 가능했다.
핀란드는 지난 92∼93년 최악의 경제위기 이후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단행, 전국 200여개 전문대학을 29개로 통폐합해 4년제 직업훈련 기술대학(Polytechnic)을 세웠다. 에브테크공대도 핀란드 교육부가 재계의 요구에 따라 통폐합한 기술대학이다.
핀란드 정부는 현재 2만4000여명인 4년제 직업훈련 기술대학생 숫자를 1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학과는 디지털미디어공학·전자공학 등 첨단분야 뿐 아니라 보건·미용·문화관광서비스·재활사회사업 등 모든 직업을 망라하는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부분 교육은 철저히 실무 위주로 구성된다. 기술대학 교수 5000여명 중 1500여명은 박사 학위가 없다. 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기술자 출신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또 현재 6000명인 외국인 학생을 2010년까지 2만8000명으로 늘려가기로 했다. 무료 교육을 실시하는 핀란드가 외국 학생에게 자선을 베풀려는 것이 아니다. 핀란드 학생들에게 외국인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미리 가르치기 위해서다.
핀란드 정부는 또 핀란드에서 학위를 받은 외국 학생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핀란드 기업체들이 외국인 학생을 채용, 해당 국가의 주재원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에브테크공대로 이 대학은 4년 전부터 중국 학생들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50여명의 중국 학생이 재학중이다.
산·학 협동은 수강 과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핀란드 4년제 기술대학들은 기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영어로만 수업하는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29개 기술대학이 운영하는 영어 강좌는 무려 300여개. 글로벌 시대의 기술자는 세계의 고객을 상대로 제품 설명회를 열 수 있어야 한다는 기업체의 주문 때문이다.
핀란드는 과거 외국자본을 유치해 산업을 일으키던 방식에서 벗어나 산·학 협력을 통한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국가로 변신하고 있다.
◆헬싱키공과대학과 에브테크공과대학의 운영
헬싱키공과대학은 5년제로 ‘3+2학제로 운영된다. 1단계 3년간은 기초학문을 중심의 학사과정이고 2단계 2년간은 고급 기술연구과정으로 석사학위를 수여한다. 전체적으로 18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기술전문학교인 에브테크공과대학은 4년제 학사학위를 수여한다. 특히 산·학 기술 위주의 실용화 및 실험실습을 강화했다. 약 1년간은 산업체 실습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산업체 실습동안 학생들은 산업체, 국가 및 학교 등을 통해 정식 급여도 받는다. 산·학 협력 및 산업체 연수를 통해 취업이 잘 유도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학교의 역할로 꼽히고 있다.
◇미국편:미시건공과대학 사례
미시건 공과대학의 창의적 공학은 철저한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진행된다.
기업들이 실제 기술개발 등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 학교에 연구를 요청하고 학생들은 자금을 지원받은 대신,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결과물을 철저히 기업에 보고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이 학교를 지원하는 경우 형식적이거나 사회 공헌 쪽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 내 창의적 공학에서는 기업들이 학생들의 연구성과를 실제 활용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미시건 공대는 학생들에게 일정 기간을 디자인 프로젝트에 의한 엔지니어링 경험을 쌓도록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실제 엔지니어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원천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학생들은 주요 디자인 프로세서, 툴, 관리 능력, 의사소통 과정 등의 주요 교과목의 이슈를 먼저 학내 강의를 통해 얻게 된다. 새로운 학기에는 그들이 배운 과정을 시험해볼 수 있는 현장실습을 통해 경험을 쌓는다.
학생들은 모두 팀 단위로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 결정은 학생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이 과정은 학생들은 향후 종사하게 될 직업의 결정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또 개별 프로젝트 성공 여부는 그들이 향후 기업 취업에도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시건 공대에서는 사실상 학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학생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라고 밝힐 정도다.
기업체 등의 후원자는 학생들이 경험한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받게 되고 교수 등 조언자와 기업들 역시 그들의 성공여부에 일정부분 책임을 지게 된다.
각 프로젝트 팀(교수 포함)은 1만5000달러를 지원받는다. 프로젝트는 철저하게 실제 필요한 부분을 연구하는 쪽에 포커스를 맞춘다. 프로젝트는 기업들이 산·학 협력을 통해 얻고 싶어하는 내용을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지막 완성 결과물에 대한 보고가 마무리되면 프로젝트가 끝나는 구조다.
조언자는 학생들과 주 1∼2회 미팅을 갖고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적 정보를 제공한다. 졸업자들은 해당 팀의 결과와 각 개인들이 노력한 부분에 대해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보고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는 연구능력 이외에 보고와 설명 능력 향상을 위해서도 중요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기업들은 학생과 프로젝트팀의 중요한 고객이다. 좋은 학생들의 우수한 성과물을 얻는다면 그 기업은 행복한 고객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학생들의 연구 결과물의 수준에 따라 영향을 받는 기업들 역시 학생들과 주 1∼2시간의 미팅을 통해 요구할 부분과 학생들에게 추가 지원할 부분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과정에 참여한다. 말 그대로 기업과 학생 간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되는 구조다. 학생과 기업과의 연계를 강조하면서도 프로젝트의 주체는 반드시 ‘학생’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꾸준히 강조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미시건공과대학 운영은
미시건공과대학은 학기 초에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학생들이 이 가운데 원하는 프로젝트를 선택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개별 학생들은 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입찰’을 해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프로젝트에 선발되기 위해 ‘내가 왜 이 프로그램에 적합한가’를 적극적으로 알려야하고 그동안의 경력과 특기 등이 적힌 이력서도 내야 한다.
미시건공대 디자인 교육프로그램은 철저한 학생주심의 운영을 강조한다. 각 프로젝트는 5명이 팀을 이루며 기업체를 방문해 기업 엔지니어와 향후 프로젝트를 정돈하고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각 프로젝트에는 지도교수가 참여하지만 감독자 역할이며 모든 결정은 학생들이 스스로 내야한다.
기업의 요구에 맞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특징이다. 창의력 향상과 현장 적응력과 함께 기업체와의 끈끈한 연계는 캡스톤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에 있어서 옵션이 아니라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필수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미국의 창의적 공학 패러다임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