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자기부상열차` 부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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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를 축으로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가 지원하는 한국기계연구원의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사업단(단장 신병천)’이 지난달 말 출범하면서 한국형 자기부상열차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7㎞짜리 시범 노선 선정이 임박하면서 지자체 간 수주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이같이 지자체가 시범노선 수주에 공을 들이는 것은 오는 2013년께 착수할 영업노선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위해 정부는 오는 2012년까지 6년간 총 45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참여 인력은 기계연과 로템,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산·학·연 26개 기관에서 연구원만 300여명이다.

 ◇시범노선 수주전 치열=현재 기계연 등을 상대로 자기부상열차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수주전을 펴고 있는 지자체는 대구와 대전, 전주다. 이외에 마산과 광주가 관심을 갖고 기계연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내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1일 모 지역 지하철건설본부장이 대전을 방문해 도시형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사업단 신병천 단장을 만나러 왔다가 ‘퇴짜맞고’ 그냥 돌아갔다.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신 단장의 판단 때문이다.

 신 단장은 “2010년대 실용화 사업이 마무리되면 전국 지자체 30곳에서 도입하려는 경전철이 모두 자기부상열차로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며 “안전성과 경제성에서 기존 열차보다 경쟁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안전성 믿을 수 있나=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이제 시작하는 자기부상열차 실용화를 위한 전제조건인 열차의 안전성은 어떨까.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단 한 번도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의 제한 속도인 시속 110㎞를 구현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93년 대전 엑스포 때 현대정공이 시험노선을 운영하긴 했지만 당시 연구 책임을 맡았던 김인곤 기계연 박사는 이미 지난 2000년 미국으로 떠나고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도영 기계연 기술팀장은 “기술적으로는 검토 및 시험이 모두 끝난 상황”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성능 안정화 작업만 약간 보완하면 실전에 투입해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박 팀장은 “전자석이 열차 궤도를 아래쪽에서 감싸기 때문에 아무리 고속으로 달리더라도 탈선의 우려가 거의 없는 것이 자기부상 방식의 최대 장점”이라며 “안전성 확보를 위한 추가노력은 필요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외국은 어떻게 하나=세계적인 실용화 사례는 지난 2004년 개통한 중국 상하이의 시속 430㎞급 고속자기부상열차(독일방식)와 2005년 개통한 일본 나고야의 시속 100㎞급 도시형자기부상열차(일본모델)뿐이다.

 바퀴식 초고속 열차는 일본의 신간센과 프랑스의 TGV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한계 속도가 시속 400㎞이기 때문에 시속 500㎞를 넘기기 위해서는 자기부상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신 단장은 “일본 방식과 독일 방식 모두 그 나름대로 장단점을 갖고 있다”며 “2016년께엔 우리나라에서도 시속 550㎞급 초고속 자기부상열차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시승기

 한국기계연구원에 설치돼 있는 자기부상열차에 오른 첫 느낌은 현재 운행되고 있는 KTX나 새마을호에 올랐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달려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레일에 바퀴 닿는 소음이 일단 없다. 전자석의 미는 힘으로 움직이니 엔진 소음도 당연히 안 난다. 차량이 진행할 때의 진동도 크게 느낄 수 없다.

 처음 자기부상열차에 승차하면 운전을 담당한 연구원이 차량의 부상을 알려준다. 공중에 10㎜가 뜨게 된다. 일반인은 감지하기 어렵다. 출발 신호와 함께 조용히 미끄러져 나간다.

 KTX가 그렇듯이 철도 레일이 온도에 따라 늘어나는 것을 수용하기 위해 이음새가 있듯 자기부상열차의 궤도에도 100m 간격으로 이음새를 만들어 놔 덜컹거림이 있다.(열차는 바뀌에 닿는 부분을 레일이라고 하지만 자기부상열차는 떠서 가기 때문에 궤도라고 부른다) 후진도 전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전자기적인 신호만 바꿔주면 반대로 가기 때문이다.

 단점이라면 노선을 바꾸는 작업이 일반 열차에 비해 더 복잡하고 불편하다. 일반 열차는 조작 한번으로 쉽게 노선을 바꿀 수 있지만 자기부상열차는 궤도 자체를 정확히 옮겨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30초∼60초 더 걸린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인터뷰-기계연 시스템엔지니어링연구본부 성호경 팀장

 “궤도로부터 10㎜가 떠 시속 110∼550㎞로 달리는 20t이 넘는 차량을 ±1.5㎜ 이내로 컨트롤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자기부상열차의 핵심 기술인 ‘부상 제어’ 부문 국내 1인자로 불리고 있는 기계연 시스템엔지니어링연구본부 성호경 팀장(52)은 “자기부상열차의 부상 제어야말로 우리나라 제어 기술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술의 총화”라고 설명했다.

 “차량의 무게가 증가하거나 외부적인 영향 등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언제나 일정한 궤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기술이 바로 강인 제어 및 최적 제어 기술입니다. 전류의 양을 조절해 오차를 컨트롤하는 기술인 셈이죠.”

 성 팀장은 지난 2001년 KAIST의 변증남 교수 밑에서 국내 처음 ‘부상제어’ 부문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 분야의 독보적인 인물이자 지난 90년대 초부터 자기부상열차의 연구에 몰두해온 산증인이다.

 성 팀장은 올해부터 오는 2016년까지 10년간 총 2500억원을 들여 시속 550㎞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의 핵심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으로 ‘마그레브 550’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성 팀장은 “특허권 등의 문제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독일식과 일본식의 장단점을 보완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초고속 자기부상열차가 개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