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 기업 간 상생 경영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업체는 진정으로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반드시 밟아야 한다. 그 과정이 상생경영의 정답에 가깝기때문이다. 특히 대형 IT서비스 업체는 중소 업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우수 협력업체 역량에 대해 공정한 대가를 지급, 동반 성장해야 한다. 박노철 SK텔레콤 정보기술연구원장은 “나의 성공과 파트너의 성장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상생 경영의 지향점이자 힘”이라고 지적했다.
중소 소프트웨어(SW)업체는 대형 IT서비스업체의 마케팅 지원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경영의 1순위 모델로 꼽았다.
전자신문이 삼성SDS·LG CNS·SK C&C·포스데이타 등 대형 업체의 우수 협력업체 각각 10곳씩 총 40곳을 대상으로 상생경영을 주제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IT서비스업체에 바라는 지원 방안’ 문항 관련 응답 업체의 31.4%가 마케팅 지원을 선호했다.
특히 이같은 설문 조사 결과는 삼성SDS·LG CNS·SK C&C·포스데이타 등 대형 IT서비스업체와 지속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나름대로 IT서비스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우수 협력업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협력업체가 원하는 상생 모델 세 가지 테마=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인 ‘마케팅 지원’ 정책 마련의 뒤를 이어 중소 협력업체들은 △직원교육 지원(25.7%) △연구개발 지원(21.4%) △계약대금 적기 지급(8.6%) △납품절차 개선(7.2%) 등 순으로 응답했다. 이 밖에 중소 협력업체들은 납품단가 상향 조정, 합리적인 사업 발주금액 등을 IT서비스업체의 지원 및 개선 방안으로 지목했다.
따라서 중소 협력업체들은 마케팅, 연구개발, 직원교육 세 가지 주제를 상생 경영의 베스트 모델로 손꼽았다. 이는 중소 솔루션업체는 제품 개발을 먼저 진행한 후 마케팅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기대하는 ‘선 개발, 후 마케팅’ 방식을 가진 반면에 IT서비스업체는 사업 수주를 위한 마케팅을 먼저 진행한 후 정해진 사업비 내에서 개발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선 마케팅, 후 개발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즉, 중소 솔루션업체는 산업 특성상 연구개발에 투자한 개발 비용을 제품 출시 초기에 조기 확보함으로써 차기 제품 개발 및 기업 안정화를 추구하는만큼 IT서비스업체가 마케팅, 연구개발, 직원교육 등의 지원을 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IT서비스업체 상생 경영, 2%가 부족하다=중소 협력업체들은 IT서비스업체의 상생 경영 노력을 비교적 높이 평가했다. ‘대형 IT서비스업체의 협력업체 역량개발 지원 노력’ 문항 관련 중소 협력업체들은 △높다(57.5%) △매우 높다(27.5%) △보통이다(10.0%) △적다(5.0%) 등 순으로 답했다. 10곳 중 8곳은 대형 IT서비스업체의 상생 경영 노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 협력업체의 이같은 인지도는 대형 IT서비스업체에 대한 신뢰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한 중소 협력업체의 82.5%가 IT서비스업체에 적지 않은 신뢰감을 표했기 때문이다. ‘IT서비스업체와 협력업체 간의 신뢰도 평가’ 문항 관련해 응답 업체는 △높다(50.0%) △매우 높다(32.5%) △보통이다(15.0%) △적다(2.5%) 등 순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IT서비스업체와 중소 협력업체 간 거래 과정에서 불합리한 사례들이 많지는 않지만 여전히 IT서비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경영 정착을 위한 시급한 선결 과제로 지적됐다. 응답한 중소 협력업체 42.5%가 대형 IT서비스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불합리한 사례들이 있다고 응답했다.
‘IT서비스업체와 협력업체 간 거래 과정에서 불합리한 사례 존재 여부’ 문항과 관련해 △응답 업체 5.0%가 ‘많이 있다’ △15.0 % ‘보통이다’ △22.5% ‘일부 존재한다’ 등으로 답한 반면에 응답 업체 57.5%가 ‘거의 없다’고 답했다.
김숙희 솔리데오시스템즈 사장은 “대형 IT서비스업체를 중심으로 상생경영 노력이 활발하다”며 “IT서비스업체가 사업 수주 시 솔루션 선정 우위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솔루션 저가 구입으로 수익을 내려는 분위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파트너로 재도약=대형 IT서비스업체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 혼자서 성장을 한다는 것은 더는 불가능하다는 점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인 삼성SDS 사장은 “‘파트너사의 발전이 곧 삼성SDS의 성장’이라는 상생 경영 철학을 갖고 실질적인 정책 수립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SDS는 파트너 임직원들의 역량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120여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교육비의 최대 90%를 지원하는 ‘파트너사 임직원 교육비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실시한다. 이 회사는 이를 금액으로 환산시 10억원 가량의 지원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추가 증액할 예정이다.
LG CNS도 올해 국산 SW 구매 비중을 35%(06년 9월 현재) 이상으로 확대한다. 특히 전자태그(RFID), 유비쿼터스,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공개 SW 등 분야와 관련 중소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SK C&C는 중소 협력업체와의 거래에서 100% 현금결제 원칙을 도입하고, 검수 후 7일 이내에 대금이 지급되도록 하는 등 우수 중소 협력업체와 상생 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해 기술, 인력, 자금 등 전방위 지원책을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데이타는 지난해 4월부터 우리은행과 협약을 맺고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네트워크 론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네트워크 론’은 은행이 납품 계약서만으로 협력업체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로 납품이 완료된 후 해당 기업의 결제대금을 활용, 자동으로 상환하는 전자결재시스템이다.
강동석 정보사회진흥원 전자정부지원사업단장은 “전자정부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솔루션업체들이 SI업체로부터 선정되더라도 견적가와 납품가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등 SW 제값을 받지 못하는 사례을 빈번하게 보았다”며 “정부 차원에서 SW 가격을 조달 단가로 정하는 등 제 3자 차원에서 공급 가격을 조정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기고-발주처와 공급자간 상생 경영 이렇게 성공했다
: SK텔레콤 정보기술연구원장 박노철 전무
SK텔레콤이 지난해 10월께 성공적으로 구축한 세계적 규모의 차세대마케팅시스템(NGM) 프로젝트는 바로 상생경영에서 지향하는 ‘윈윈(Win-Win)’ 파트너십의 핵심과 그 성과를 확인한 대표 사례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SK텔레콤과 비즈니스 파트너 모두가 ‘NGM 성공’이란 공동 목표를 갖고 다음과 같은 상생경영의 실 사례들을 함께 만들고 성공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우선 NGM 조직은 프로젝트 초기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SK텔레콤과 참여업체 간에 ‘1대 N’ 형태의 직접 계약방식을 취했다.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로는 유례 없이 간소화된 계약구조를 수행한 것이다. 특히 SK텔레콤이 소속사나 계약 구조와 상관 없이 오직 ‘NGM 성공’이란 목표를 위해 ‘일심동체(One Body)’의 모습을 갖췄다. 이로 인해 NGM에 참여한 다양한 조직 문화를 지닌 사람들이 한 몸처럼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었다.
두번째, NGM 프로젝트는 국내 IT 프로젝트 사상 유례 없는 것이었다. 당연히 기술적인 측면의 여러 가지 난관들에 봉착했다. 하지만 수많은 참여업체들이 제공한 솔루션 관련 협조와 지원 그리고 기술적 문제를 전담하는 조직 ‘NGM 글로벌 TF’가 있었다. 임원급 수준의 위원회와 실무책임자급 위원회로 구성된 이 조직은 프로젝트 과정중에 발생한 많은 기술적 문제들을 공동 해결하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
세번째, 개발 인력들에게는 프로젝트 이정표를 공유하고 단계별 목표 수립시마다 개인별 포인트를 부여, 의욕 고취에 힘썼다. 프로젝트 종료후 포인트에 따른 인센티브 보상을 수행하는 보기 드문 상생경영 사례도 만들었다. 특히 경험과 기술을 분야 별로 인증해주는 업무 영역별 전문가 인증 제도를 독자적으로 도입, 96명에게 NGM 인증서를 수여했다. 이 제도는 SK텔레콤과 개발자간 ‘윈윈’ 관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국산 SW업체와 상생경영 사례을 만들었다. 기업의 핵심 IT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제품 안정성과 성능이 입증되지 않은 국산 SW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국내 업체의 기술력에 대한 믿음과 상생경영 철학이 이를 가능케 했다. 그 결과 국산 SW는 글로벌 시장에 견줄 수 있는 제품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기술 역량은 뛰어나지만 제품 완성도나 글로벌 마케팅 역량이 뒤지는 국산 SW업체에 NGM이란 세계적인 레퍼런스를 안겨준 것이다.
상생경영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신뢰’와 ‘실질적인 체계’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필요할 때에만 파트너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어려운 산업 환경속에서도 신뢰를 지속적으로 쌓아갈 때만이 모두가 공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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