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구로, 10년 앞을 내다본다]`혁신 클러스터`도약 기반 다져야

서울시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가리봉 125번지 지역을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선정, 개발에 나선다. 오는 2008년 착공에 들어갈 가리봉 균촉지구는 총 8만5000평에 달하며 호텔, 컨벤션센터, R&D센터와 도심형 주거공간이 들어선다. 사진은 균형발전촉진지구 조감도.
서울시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가리봉 125번지 지역을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선정, 개발에 나선다. 오는 2008년 착공에 들어갈 가리봉 균촉지구는 총 8만5000평에 달하며 호텔, 컨벤션센터, R&D센터와 도심형 주거공간이 들어선다. 사진은 균형발전촉진지구 조감도.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구조고도화 기능배치 구성도

지난 1997년 구로 첨단화 계획 이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6000여개 입주 업체 중 4000개가 넘는 기업이 향후 국가 주력 사업이 IT분야 업체로 채워지는 등 구조 구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 클러스터 성공 단계로 볼 때 ‘단순 집적지’에서 ‘특성화된 산업클러스터’로 변모해 가는 과정이라는 게 다수 의견이다. 하지만, 특성화 클러스터를 뛰어넘어 클러스터 구조 고도화의 마지막 단계인 ‘혁신 클러스터’로 도약하기 위해선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클러스터 지정을 비롯한 청사진이 필요하다=구조 고도화 이후 첨단화 계획이 나온 만큼 향후 10년을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도 고조화 안착을 위해선 ‘단순 집적화’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집적이 완료된 만큼 이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입주 업체수는 지난 2005년 이후 증가율이 다소 감소되긴 했지만 향후 3년내 8000개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입주 업체가 늘고 있지만 단지별 입주 업체 선별 등 큰 틀만 결정됐을 뿐 각 기업을 위한 지원 방안은 전무한 상태다.

 수도권 역차별도 큰 문제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서울에 위치한 유일한 국가공단인 만큼 우수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유일한 공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난 3년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전체 30여개 국가공단 중 유입 업체 1위, 생산액 증가율 1위 등 모든 점에 수위를 차지 했다. 하지만, 서울에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정부 산하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경쟁력 없는 지방 단지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혁신 클러스터’로 지정하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청사진 안에는 단지내 불균형 문제 해결도 들어가야 한다. 현재 패션산업이 주가되는 2단지는 매년 생산액과 비중이 줄고 있는 등 구조고도화 계획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도 나서야 할 때다=구조 고도화 마무리를 위해선 지역과의 시너지 극대화가 우선이다. 2006년 현재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구로구와 금천구 총 생산의 각각 88%와 92%를 차지하는 등 지역 경제 발전에 없어선 안될 존재다. 서울시를 기준으로 해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비중은 20% 이상이다. 하지만, ‘나라땅’이라는 이유로 현재 산자부 이외 다른 지자체의 지원은 단발성에 그치고 있다. 구로·금천구가 각 지역 입주 기업에 대해 매년 50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지만 보다 큰 성과를 위해선 서울시와 같은 광역 단체의 지원이 필수다.

 서울시는 올해 첨단지식산업 육성을 위해 1925억원을 편성했지만 이 중 3분의 1 가량인 675억원은 상암 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 개발에 투입된다. 물론 단지가 포함된 서남권 개발을 위해 공약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지원 계획은 아직 수립돼 있지 않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경영협의회 관계자는 “구로지역도 서울시에 속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대한 투자는 서울시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몫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도 전면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균형발전인가, 선택과 집중인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성장 속도가 국내 전체 산업단지 가운데 가장 빠름에도 불구하고 혁신 클러스터에 왜 포함시키지 않을까.

 구로 소재 벤처 CEO들은 가장 대표적으로 변화에 성공하고 있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바람과는 무관하게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혁신 클러스터로 지정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둘러싼 이같은 이견은 크게 ‘균형발전’과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서 비롯된다. 정부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혁신 클러스터’에 포함시키지 않는 이유는 지역간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는 명목에서다. 그나마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경우 놀라운 속도로 발전한 경우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 공단에 더 많은 혜택을 주자는 논리다.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다는 차원에서는 적합한 해답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박하는 논리가 ‘선택과 집중’이다. 발전 가능한 곳을 선택해, 그곳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억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어려운 곳 100여개에 1억원씩을 투자하는 것보다는 성공할 수 있는 곳 10여개에 10억원씩 투자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홍국선 서울대 산학협력재단장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혁신 클러스터에 포함시켜 집중적인 투자를 했을 때 지금보다 더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로 CEO들의 벤처활성화 제안

-전문 인력 양성이 가장 시급하다

 아토정보기술 강관식 사장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순발력과 창의력을 위해서는 우수 인력이 필요한데 적절한 수준의 인력을 구할 수가 없다. 기존 인력관리까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수년간 기껏해서 키워놓은 인력이라 하더라도 결국 대기업 등에 뺏기고 말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CEO들의 경영 활동 중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 양성이다. 본지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소재 업체의 CEO 22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3.3%의 응답자가 가장 필요한 정책 지원으로 전문인력 양성을 꼽았다. 이는 조달물자 지정 등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20.9%), 시장 및 기술동향에 관한 정보제공(10.2%)보다 앞서 나타난 결과다. 그동안 투자 활성화, 기술개발 지원 등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두며 양적 육성에 치우쳤던 벤처 지원 정책이 앞으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인력 양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벤처기업의 경영 애로사항 중 1위로도 필요인력 확충이 20.0%다. 이는 국내 영업 및 판로확보, 자금조달보다 앞서서 나타났다는 것과도 일치해 벤처 지원정책의 방향이 전문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둬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취재팀이 50여명의 CEO를 대상으로 면접취재를 벌인 결과에서도 대부분의 CEO들이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개발자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력들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윤선택 선도소프트 사장은 “현재 정부의 IT인력 지원 정책은 양적 육성에 치우쳐 있어 양질의 우수 인원을 원하는 업계 현실에 다소 동떨어져 있다”며 “향후 이 부분 개선을 위해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금 지원정책 획기적 개선 필요=데이타링크의 윤남수 사장은 벤처 경영에 있어 어려운 점으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현실적으로 지금의 정부 및 각종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중소기업 자금 지원 제도의 경우에 담보물이 전혀 없고 기술력만을 갖춘 현재 벤처들의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 응답자 CEO 225명가운데 17.8%의 응답자들이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꺼내 이에 대해 공감했다. 벤처캐피털의 자금 지원도 마찬가지다. 설문 응답자 중 52% 이상이 현재 벤처캐피털 등 전문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았지만 지나친 경영 간섭과 단기간 가시적인 성과를 바라는 풍토에 추가 자금 투자 계획이 없다는 의견이 56.4%로 절반을 넘었다.

 ◇연령별 차이, 연령 낮을수록 적극적인 투자 추진=사회 조사 통계처리 프로그램인 SPSS를 이용해 교차 분석한 결과 연령대별에 따라 투자 추진 여부 및 자사 성장단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다.

 20∼40대 CEO의 경우에는 자사가 ‘창업기-성장기-성숙기-정체기’ 가운데 ‘성장기’에 들어섰다는 응답이 평균 60%대로 가장 높았다. 이에 비해 50대 CEO의 경우에는 자사 기업이 정체기에 들어섰다고 응답한 비율이 40%대로 다른 응답의 20%대에 비해 1.5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외부 투자유치에 대해서는 20대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20대 CEO의 경우 44.8%가 ‘이미 외부 투자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30대는 24.1%로 비중이 낮아졌다. 40대와 50대의 경우는 25%와 12.5%가 투자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