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쉬는 VAN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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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신용카드정보처리(VAN) 업체들이 위기를 맞으면서 전자결제 시장에서 VAN사 발(發) 대규모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VAN 시장은 한국정보통신(KICC)·케이에스넷·FDI코리아 등 13개사의 전체 매출이 3500억원 규모에 그치고 있지만 카드발급사-VAN-가맹점으로 연결된 전자결제 인프라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결제 시장 지각변동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

 업계는 지각변동 이후엔 VAN 시장이 소수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최근 불어닥친 M&A 바람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국내 시장이 온라인 인프라가 잘 갖춰진데다 아시아 최고의 신용카드 사용국가로 떠오르면서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노리는 전자결제 분야 글로벌 기업의 진입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위기 1. 기술=올해부터 신용카드 인프라가 마그네틱 방식에서 IC칩 방식으로 급격히 변하면서 매출감소 위기가 닥쳤다. VAN사들은 수백억 규모의 결제단말기 투자부담을 안게 된데다 주요 수입원인 승인 수수료 감소가 불가피하다. IC칩카드 표준인 EMV는 카드를 긁을 때마다 매번 승인을 받지 않고 몰아서 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승인 수수료가 열 번 발생할 것을 한 번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EMV 단말기에서도 매번 승인을 내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향후 소액결제에 대한 승인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위기 2. 대형사 진입=대기업과 해외 대형 사업자의 진입으로 시장 변동이 예상된다. 전자결제 업계는 최근 SK C&C의 신용카드 단말기 시장 진입에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SK그룹이 가진 가맹점망과 전산망(SK네트웍스), 사이버머니(캐시백, 도토리), 통신사업자(SK텔레콤)와의 시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전자결제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롯데카드와 데이콤도 신용카드 정보처리 시장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대기업 위주의 시장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글로벌 기업의 진입도 변수다. FDC가 KMPS를 인수해 FDIK(VAN)를 설립한 데 이어 토털시스템·페이팔 등이 VAN·PG사를 접촉하며 시장진입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위기 3. 온오프라인 통합=전자결제 시장의 온오프라인 통합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에선 결제단말기에 IP를 부여하는 개발이 진행 중인데 이것이 성사될 경우 단말기는 승인정보를 VAN을 통하지 않고 바로 카드사로 온라인 송출하기 때문에 VAN의 역할이 없어질 수 있다.

 PG와 VAN을 활용한 다양한 정산모델 등장도 큰 변수다. FDC가 이니시스와 함께 공개한 글로벌 정산 모델도 아직까진 VAN을 통하는 기존 모델을 답습하고 있지만 향후엔 이들이 직접 승인정보처리는 물론이고 매입 업무까지 하게 될 것으로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다국적 정산처리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탐내면서 국내 시장의 매물을 탐색하는 등 물밑탐색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칩 기반의 전자거래가 올해 본격화되면서 전자결제 인프라의 무게중심이 오프라인의 VAN에서 온라인의 PG로 옮겨가며 융합 모델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국내 전자결제 인프라를 장악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