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 호환사용 길 열렸다

 전국에서 사용되는 2000여만장의 전자화폐가 호환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카드사별로 다른 비밀번호 전송방식을 통일하는 ‘공개 키 인증서 기반의 키 전달용 키 카드 규격”이 제정돼 그동안 함께 쓸 수 없었던 T머니·케이(K)캐시·마이비·비자캐시·하이패스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전자화폐를 호환·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2일 한국전자지불산업협회는 최근 이 같은 비밀번호 전송표준을 제정하고 오는 27일 열리는 총회에서 이를 협회표준으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떤 내용 담았나= 현재는 전자화폐 회사별로 다른 비밀번호 전송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회사는 이를 각각 처리해야 해 불편이 컸다. 회사별로 데이터를 산출한 뒤 합산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카드 호환사용도 어려웠다. 이 표준은 회사별 비밀번호 전송방식을 공개 키 인증서 기반으로 통일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보안의 우려 없이 관리를 편하게 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협회는 이 표준을 KT·SKT·하이스마텍·KEBT 등 전자지불 관련 주요기업이 참여하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단체표준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회원사인 한국스마트카드·마이비 등 주요 전자화폐 회사가 이를 따르게 되면 카드 호환사용의 기술적 기반이 마련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 표준을 제정한 뒤 올해 안에 수정작업을 거쳐 KS표준으로 제안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어떻게 바뀌나=표준화가 완료되면 최근 성장이 둔화된 전자화폐 시장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T머니 등 선불카드 사업자를 제외한 케이캐시·마이비·비자캐시 3개 회사의 전자화폐 이용금액은 하루 평균 3억2000만원으로 2004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에이캐시·몬덱스 등 전자화폐의 폐업과 후불교통카드 겸용 신용카드와의 경쟁으로 전자화폐 시장의 축소가 불가피했다. T머니 등도 편의점 등 신규시장을 공략해 왔지만 아직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조영휴 협회 국장은 “표준이 제정되면 가맹점에 전자화폐 사용 인프라 투자 시 중복투자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확산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OS에 연결되는 전자화폐 단말기 개발이 용이하기 때문에 전자화폐의 단점중 하나인 사용처 부족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케이캐시·마이비·비자캐시 등 900만장과 T머니·하이패스 등 1050만장을 더해 2000만 여장의 전자화폐 사용 인프라 확대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카드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전자화폐 시스템과 안전하게 서로 비밀번호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자화폐 이용 활성화에 기여하고 고객 증대효과와 수익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적으로는 전자화폐 호환사용을 위한 기본적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