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나를 가다]1부-달리는 코끼리, 인도⑤선섹스를 보라

중개인의 거리라는 의미의 ‘다랄 스트리트’
중개인의 거리라는 의미의 ‘다랄 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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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월 스트리트라는 뭄바이의 ‘다랄 스트리트(Dalal Street)’는 나스닥에 상장한 인포시스, 위프로 등 글로벌 IT서비스업체들의 성공에 자극받은 외국자본 열기의 집결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가 올해를 기점으로 일본·중국에 이어 한국을 제치고 아시아 3위의 국민총생산(GDP) 국가가 되리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날로 글로벌화되는 인도 증시의 양대 거래소가 포진한 뭄바이는 최근 들어 더욱더 세계적인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힌두어로 중개인을 의미하는‘다랄’과 영어 ‘스트리트’가 결합한 다랄 스트리트란 이름은 그래서인지 아주 자연스럽다. 증권사 등 금융 업체들의 본사와 지사 간판이 즐비한 이 거리도 인도 전역 어딜가나 볼 수 있는 사람·자동차·오토바이가 뒤섞인 혼잡스러움 그대로다. 다랄 스트리트의 혼돈 속을 헤쳐 나가다 보면 큰 건물이 막아선다. 뭄바이증권거래소(BSE)다. 1875년에 세워진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증권거래소다.

 최근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과 인기를 한몸에 끌고 있는 인도 증시는 60조원대 규모의 전체 증시 운용자금 가운데 80% 가까이를 외국 자본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로 외국인의 유망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BSE는 최근 급부상한 인도증권거래소(NSE)와 함께 인도 증시 거래금액의 99%를 소화한다. 이미 ‘인도의 뉴욕’이란 세계적 명성을 쌓은 뭄바이에는 인도기업 100개 중 52개의 본부가 위치해 있고 인도중앙은행·수출입은행·외국은행의 본점도 진출해 있다.

 BSE와 NSE를 중심으로 인도 주식거래의 70%가 뭄바이에서 소화된다. 특히 최근 유명 자산운용사들이 뭄바이에 둥지를 틀고, 투자에 나서고 있어 이 도시를 둘러싸고 일고 있는 금융 시장 열기는 뭄바이가 면해 있는 아라비아해의 태양만큼이나 뜨겁다.

 ◇버블 논쟁 속, 증시는 뜨겁다=BSE의 선섹스(SENSEX) 지수는 최근 4년간 거의 4배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증시의 급성장은 지난 2003년 시작됐다. 당시 연간 73%나 올랐다. 이듬해 13% 성장으로 잠시 주춤하는 듯하더니, 2005년에 다시 42%나 뛰어오른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에는 47% 올랐다. 올해 초 1만4000포인트를 뛰어넘는 등 사상최고치를 기록했고, 최근에는 1만4200∼1만4500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인도 증권회사인 MSB시큐리티스의 쿠마르 샤하 뭄바이 지점 매니저는 “인도 업체들, 특히 IT 관련 업체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여기에 투자하기 위해 자본이 몰리고 있다. 이는 외국 투자자에게 분명한 매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뭄바이 증시 사람들 간에는 올 초 선섹스 지수가 정점에 달하면서 이제는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인도의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물리 나호티 MSB 시큐리티스 지점장은 “증시에서는 상승과 하강이 있기 마련이며 인도 증시의 대세적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전체 거래액의 80%가 외국 투자운용자금=대체로 인도에 몰린 증시 투자자금은 5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10조원은 인도 자금이고 45조원은 외국 유수 투자사들이 인도에서 거래하는 돈이다. 이 가운데는 우리나라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투자한 1조원도 있다. 현지지사를 준비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세계적 업체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태세다.

 자산운용사들이 현재 주로 투자하는 종목은 인도의 글로벌 IT서비스 기업인 타타·위프로·인포시스 등을 포함한 유명 종목 30개 정도다. 이른바 블루칩들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이 종목에 대한 투자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이곳 증시 관계자들은 말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조완연 차장은 인도에서 특별 임무를 부여받았다.

 “인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소프트웨어 업체가 있고, 이 중에 어느 회사가 제2의 인포시스로 성장할 수 있을지 발굴하는 것이 이곳에서의 주요 업무입니다.”

 ◇투명한 기업 운영이 투자 유인=인도의 금융솔루션 회사 마스테크의 창업자인 아샹크 데사이 회장은 “인도기업들은 선진국 회사의 솔루션을 해 온 경험과 시스템을 차용하면서 기업 경영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보통 개발도상국 기업들이 분식회계 등 부정한 방법으로 불투명하게 경영하는 것과 대비되는 장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데사이 회장은 “기업 거버넌스 측면에서 탁월한 인도기업들은 서구 선진국 투자자들에게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인도인들은 부패한 관료나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과 달리 기업의 경영 투명성에 대해 자신감을 말하고 있었다.

 인도사회의 변화 역시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지적한 대로 인도 기업인들 스스로 기업의 빠른 변화와 적응 속도를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부동산 시장도 투자자 유인=글로벌 투자자금이 눈독을 들이는 곳은 또 있다. 부동산 시장이다. 자고 나면 집값이 오르고, 사무실 임대료가 오른다. 현지 지점을 준비 중인 국내 물류업체 H사 관계자는 “지점 개설을 위해 사무실을 찾고 있는데, 이전에 입주한 업체보다 70% 이상 비싼 가격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뭄바이뿐 아니라 인도 전체적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뭄바이·하이데라바드 등을 포함, 급성장하는 도시 곳곳에는 대형 크레인이 서있고, 하루가 다르게 도시의 지형이 변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기업들의 비즈니스 공간이다.

 자산운용 측면에서 폭발력을 가진 IT 벤처 종목과 부동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매력은 뭄바이를 기점으로 인도 전역을 투자의 보고로 만들고 있었다.

 

◆인터뷰-물리 라호티 MSB시큐티스 뭄바이 지점장

 “인도는 분명 전망 있는 투자처입니다. 가장 매력 있는 나라, 인도 투자에 주저하지 마십시오.”

 인도의 증권회사 MSB시큐리티스의 물리 라호티 뭄바이 지점장은 한국에서 인도 펀드가 인기라는 말에 반색을 하며 ‘기회의 땅’임을 강조했다. 라호티 지점장은 “누가 봐도 인도가 최우선 투자처이며, 앞으로 성장세가 가파르게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잠재력이 큰 종목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포시스·위프로 같은 회사의 주가는 6년 전 10달러 정도였지만, 이들이 한때 100달러 넘게 오르기도 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톡톡한 재미를 안겨줬다.

 “인도의 성장은 지난 2∼3년보다 향후 2∼3년 동안 참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최소 30% 이상의 성장을 예상합니다.”

 라호티 지점장은 당분간 인도의 기반시설(인프라)·정보통신분야·IT서비스 관련 종목이 뜨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IT 아웃소싱이란 분야가 아직은 초기 단계로, 선진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산할 경우 인포시스·새티암 등 유명 회사들의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그는 “IT 부문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는 정말로 광적(crazy)일 정도며 특히 미국과 일본 자금의 유입이 많다”고 그는 말했다. 또 “반도체 분야에서도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이 늘고 있어, 인도 SW 산업 전반으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MSB시큐리티스는 뭄바이에서 증권거래가 가능한 허가업체 30여개 중 하나로 증권 외에도 은행, 자산운용사 등을 보유하고 있다.

 

◆뭄바이증권거래소(BSE)와 인도증권거래소(NSE)

 뭄바이증권거래소(BSE)는 지난 1875년 아시아 최초로 설립된 증권거래소로 3500개가 넘은 인도의 기업들이 BSE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시가 총액이 대략 7000억∼8000억달러에 이르는 등 세계 5대 중요 증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BSE 선섹스(SENSEX)는 ‘SENSitive indEX’의 약어로, 주로 거래되는 BSE의 대표 종목 30개의 지수를 일컫는다. 인도에는 23개의 증권거래소가 있으며, 이중 경제 중심지인 뭄바이 증시가 이들을 사실상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BSE는 최근 자체 지분 매각을 추진 중으로, 나스닥 등 유수 거래소들이 매입을 검토인 것으로 전해졌다.

 BSE와 함께 최근에 급부상한 것이 인도증권거래소(NSE)다. 지난 1992년 세워진 거래소로 뭄바이에 위치해 있으며 BSE와 함께 인도 증시 거래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NSE는 인도 320개 도시 이상을 커버한다. 1일 거래량이 80억달러 규모며 시가 총액은 BSE를 웃돌고 있다.

 코팔 S 쿠마르 MSB시큐리티스 사업담당은 “NSE는 최첨단 거래 시스템을 도입, 유명 기업들을 유치하면서 BSE와 경쟁하고 있다”며 “BSE가 전통적인 증시를 상징한다면, NSE는 모험적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