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스톤 디자인(창의적 종합설계) 과제를 다학제간 협력과제로’
우리나라 대학 공학교육 과정이 대부분 이론중심의 기술교육 위주로 구성돼 있고 산업현장과 괴리된 엔지니어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창의성과 경영공학을 중심으로 한 심도있는 창의적 공학교육이 부족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후에 실제 비즈니스 현장엔 적응하지 못하는 인력을 양산하면서 기업과 학생들의 불만도 자연스럽게 높아가고 있다. 학생들의 진로를 돕기 위한 공대 교육이 반대로 이공계 출신들을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데 장애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무한경쟁의 국제 경제 환경에서 ‘이론 중심의 기술교육’을 통한 전통산업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 나노기술(NT)·바이오기술(BT)·정보기술(IT) 등 기술분야와 경영·마케팅·디자인 분야의 융합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해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산업자원부와 유관기관, 대학들이 선진국을 벤치마킹해서 도입한 것이 캡스톤 디자인이다. 캡스톤 디자인의 거시적 목표는 설계과제를 학생들이 직접 수행함으로써 제품의 개발단계에서부터 생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품을 단순히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품성과 경제성, 양산단계의 문제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다학제간 협력과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계공학·산업공학·전자공학 등 각 공학분야를 융합해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다학제 융합 캡스톤 디자인 교육이 제시되고 있다.
장동영 서울산업대 교수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국가 경제의 초석이 될 수 있는 공학기술에 경영감각을 융합한 창의적인 공학기술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다학제 융합 캡스톤 디자인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통해 창의력 및 경영감각을 갖춘 공학 기술인력을 양성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캡스톤 디자인 교육은 종합적인 설계 능력 배양이라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만 경영·경제적 문제 고려 능력을 배양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한 다학제 중심의 캡스톤 디자인 교육모델을 개발·제시하고 이를 전국 대학으로 확산·지원해 새로운 공학기술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세계적인 대학 사이에서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난양대학은 공학도들에게 경제 마인드 및 기업가적 정신을 불어넣고 실제 창업 절차와 창업시 발생할 수 있는 난관과 대책, 벤처 캐피털리스트와의 면담 등 실제로 기업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노하우와 기술을 선행학습하는 기업가 정신 과정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미시건공대의 경우 40여개 기업과 함께 60여개의 캡스톤 디자인 프로젝트를 운영, 기업이 실제 필요한 사항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칭화대학과 베이징대학 등은 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자본을 결합시켜 회사에 직접 투자하고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학생들에게 풍부한 현장실습을 제공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산자부도 창의적 종합설계 과제를 다학제간 협력과제로 유도함으로써 실질적인 산·학 협력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캡스톤 디자인 지원과제와 기업체의 연계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다학제간 과제를 통해 시제품에 상품성과 경제성 등을 고려해 제품화 단계까지 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산자부와 한국산업기술재단은 올해 각종 공학관련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폐합해 전국적으로 50개의 공학혁신센터를 설립해 공학교육 혁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공학혁신센터 과제를 지원할 때 캡스톤 디자인 분야는 우대하기로 하기로 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을 해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캡스톤 디자인 경진대회도 본격적인 국제행사로 확대해 해외 선진 대학과 비교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캡스톤 디자인 우수사례-영남대 기계공학부
‘국가가 공인한 실무형 공학도의 산실, 영남대 기계공학부’
94∼99년 공과대학 국책지원사업 주관, 99∼2006년 ‘두뇌한국(Brain Korea) 21 지역대학육성사업’ 주관, 2001년 전국 최초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 인증 획득, 2003년 ‘창의적 공학교육 지원사업’ 영남지역 시범대학 선정, 2006∼2012년 ‘2단계 BK21사업’ 주관, 2000∼2003 ‘BK21사업’ 평가 최우수 주관대학, 2005 대학교육협의회 대학학문분야 평가 기계공학부문 전국 5위…
영남대 기계공학부가 그동안 쌓아온 프로필이다. 이같은 화려한 프로필의 뒤에는 급변하는 기계 산업계의 현실과 수요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교수법과 실험적 교과과정을 도입해온 기계공학부 교수와 학생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 95년 전국 4년제 대학 최초로 ‘캡스톤 디자인’을 4학년 전공 필수과목으로 개설한 것. 졸업논문 대신 캡스톤 디자인과목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함으로써 대학 재학 중 배운 공학이론을 바탕으로 작품기획에서부터 설계 및 제작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고 사회진출에 앞서 자신의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과 현장 적응력을 스스로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과감한 시도였다.
영남대 기계공학부는 지난 10년 동안 ‘워터 제트(water-jet) 잠수함’ ‘나무가지치기 로봇’ ‘계단 오르는 휠체어’ 등 약 600개의 창의공학과제를 선보였다.
이재원 기계공학부장은 “강의실에서 배운 원리를 응용해 직접 작품제작의 전 과정을 경험해보는 것뿐만 아니라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작품제작 원리를 설명하고 평가를 받으면서 학생들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서 “그 결과 캡스톤 디자인 전공을 이수 학생들에 대한 산업체의 평가도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기계공학부 졸업생들의 순수취업률은 2004년 70%, 2005년 78%, 2006년 75%로 전국 기계공학과의 평균취업률 66.2%, 71.4%, 72.5%를 각각 웃도는 등 실무형 대학교육의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기고-공학교육 연구 다양화해야
: 김용세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yskim@skku.edu
정부나 민간 기업의 기술 경쟁력 확보는 우리 국민의 생활 향상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급변하는 기술, 사회, 문화, 경제적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소양과 기술을 갖춘 공학 기술 인력의 양성이 너무도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공학교육은 창의적인 혁신을 필요로 한다.
80년대 제품개발 경쟁력 저하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미국의 공학교육 혁신 사례를 보자. 80년대 미국에서는 2차 대전 이후 생겨난 엔지니어링 사이언스 위주의 공학 교육·연구에서 엔지니어링 디자인으로의 전환의 필요성이 대두 돼 설계 기반의 공학 교육 및 연구 강화 노력이 산·학·관의 협력으로 진행됐다. 이런 상황은 미국과학재단에 공학설계 연구지원 부문의 신설 등 설계 연구지원 강화, 공학교육 인증에서 설계부분의 강화로 반영됐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최근까지도 우리나라 공학교육은 25년 전 미국처럼 공학분석 위주의 교과과정으로 구성됐다. 설계 관련 교과목에서도 이론적, 수학적 성향이 깊다. 공학설계 부문의 전문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활성화된 연구 위주의 대학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 교과과정 개편 및 공학교육 개선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황이다.
최근 공학교육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이 불만으로 표출되면서 공학교육 인증의 수단을 통해 공학교육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미국 공학교육인증에서 강조돼 온 설계부문 강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2002년 산업자원부의 지원으로 시작된 창의적 공학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확산사업은 이러한 시점에서 우선 학부 졸업반 학생들에게 무언가 설계해 제작하게 하는 내용으로 소위 캡스톤 디자인 교육의 활성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러한 설계, 제작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체계적인 설계 교육 방법론, 특히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과정인 초기 설계 과정 교육의 개발 및 이의 기반을 이룰 설계관련 연구의 경우는 최근까지도 활성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공학교육의 일선에 있는 교수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정부 및 관련 지원 기관이 많이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로부터 공학교육 혁신이 이루어지게 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정부 및 정부과제를 주관해 진행하는 기관에서 미리 너무 많은 상황을 정리해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내용과 규모 면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일반적 방향만을 제시하는 정부지원 프로그램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소규모의 일선 교수 그룹들이 스스로 노력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게 해 공학교육 혁신을 위한 노력을 시도하게 하고 이 중 학계의 인정을 받은 성공적인 방법은 이를 제안하고 수행한 선행기관의 도움을 통해 확산 전파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공학교육의 창의적 혁신을 위해서는 효율성보다는 다양성을 권장해야 한다. 이를테면 같은 공과대학에서도 여러 가지의 다양한 공학교육혁신을 위한 연구와 노력이 일선 교수진에 의해 다양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정부는 융통성 있는 지원체계로 이를 권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