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주택 건설에 필요한 하드웨어 구조물과 관련 부분품을 생산하던 빌트인비즈(www.controldesk.co.kr)는 최근 리모컨으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싱크대를 개발해 고령친화용품 제조업체로 탈바꿈했다. 이 회사 권진대 사장은 “업무차 해외 전시회에 갔다가 노인층을 겨냥한 각종 다양한 상품을 본 후 개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싱크대는 이동이 가능할 뿐 아니라 최소화한 이동공간에서 세탁과 다림질, 간단한 씻기까지 가능해 노인층에 안성맞춤이다.
21세기 고령화 시대 최고 유망산업의 하나로 꼽히는 고령친화산업에 기업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창업 초기부터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래 갖고 있던 아이템을 응용해 고령친화 상품 시장에 참여하는 형태다. 특히 의료기기를 비롯해 생활 필수품까지 다양한 품목이 공존하는 이 시장에 IT를 접목, 독창적이고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 IT접목한 독창적 상품 속속 등장
실비토스는 지난해 11월 홈케어폰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집에 혼자 남겨진 치매노인, 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실내생활의 이상 유무를 외출한 가족에게 즉시 알려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비상호출 버튼에 센서를 이용한 자동호출 방식을 접목시켜 노인이 직접 버튼을 눌러 연락할 수 있고 움직이지 못할 때는 이를 감지한 센서에 의해 자동 호출된다. 통신전문기업 출신의 이 회사 사장은 현재 운영 중인 케이블TV용 통신선 제조 및 유통 관련 노하우를 살려 홈케어폰을 개발했고, 고령친화용품 시장에 본격 가세했다.
또 선우정보기술은 자사 홈네트워크 기술을 응용해 노인층 및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안전한 실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각종 장비와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중이 전체의 8%를 넘어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는 노인인구 비중이 15%, 2030년에는 25%에 이르러 4명 중 1명이 노인일 정도로 한국은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나라다. 고령 인구의 증가는 관련 필요상품의 수요를 촉발하고 나아가 산업군을 형성하도록 이끈다.
표-국내 고령친화용품 시장규모(추정, 단위:억원)
년도 2005 2007 2010 2015
시장규모 5923 6500 1조 2조
지난해 산업자원부는 ‘고령친화산업 발전방안’을 통해 향후 5년 이내에 보건·요양·의료기기·복지용품·의약품은 물론이고 금융·주택·문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고령친화 용품의 공급이 필요하고, 관련 시장규모만 2010년까지 3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일반기업이 고령친화용품기업으로 발빠르게 변신하려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정부, 고령친화산업발전 로드맵 제시
또 정부는 지난 2005년 고령친화산업발전 로드맵을 제시해 올 해까지 산업화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2008년부터 시장 활성화에 나서며 2010년에는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산업군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때맞춰 지난달 30일 국내 처음으로 시장에 유통 중인 고령친화용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체험관도 문을 열었다. 200평 규모의 전시관에는 높낮이가 조절되는 냉장고, 전동 휠체어, 자판 크기가 기존 키보드의 2∼3배인 특수 키보드 등 300여종에 1000여점의 고령친화용품이 전시됐다.
이처럼 고령 수요층 형성에 정부 육성정책도 강하게 추진되고 적잖은 관련 상품 또한 유통되고 있지만 기업에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고령친화용품 관련 품목별 분류체계와 제품 인증제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고 상품에 대한 품질 규격 및 소비자 보호체계도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동근 고령친화용품산업화지원센터장은 “고령친화용품 제조사들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현재 전국 7개 지역에서 시범실시하고 있는 노인수발보험의 전면 실시다. 수발보험의 전면 확대 실시는 관련 용품 수요를 촉발하고 시장파이를 대폭 확대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
◇ 상품 분류체계와 표준화 시급
지난해 4월 대화디에이치 등 50개 고령친화용품 제조사가 모여 한국고령친화용품산업협회를 결성, 활동에 들어갔다. 이규연 협회장은 “고령친화용품 분류체계 정립과 품목별 표준화가 시급한 실정”이라며 “현재 고령친화용품 제조기업으로 분류되는 대부분이 영세하다보니 R&D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전문인력도 모자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료기기 전문 개발사 피지오랩의 김기련 사장은 “상품을 만들고 나면 기업이 알아서 시장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개발부터 제품 론칭까지가 너무 힘들다”며 “고령친화용품 산업이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장에 필요한 상품과 관련 스펙, 나아가 시장 수요까지 정확히 파악해 기업에 제공해주려는 지원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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