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업계가 최근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기업구조조정(CRC·Corporate Restructuring Company)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한미 FTA 등으로 한계 중소기업들이 대거 퇴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CRC제도가 시장에서 정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현재 CRC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도출에 나선 상태다.
벤처캐피탈협회의 김형수 이사는 “CRC투자는 기업의 기본적 골격을 확인후 투자 결정을 한다는 측면에서 안정성이 높고 무너져가는 기업을 살린다는 측면에서 벤처캐피털업계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협회(KACRC)의 손진용 사무국장도 “모든 기업은 부도를 맞을 수 있다”며 “CRC는 단기적으로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기업에 다시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CRC란=CRC는 한순간의 경영 실수로 심각한 자금압박에 처한 기업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벤처캐피털업체 등이 CRC펀드의 조성을 통해 이들 기업을 지원한다. CRC는 미래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투자대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는 벤처투자와 유사하지만 여럿 차이점이 있다. 우선 벤처투자는 성장단계에 있는 벤처기업이 주요 타깃인데 반해, CRC투자는 성숙단계에 진입했다가 부도 등으로 위태해지거나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보는 등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 대상이다. 투자규모도 다르다. 벤처투자는 많아야 10억원 안팎이지만, CRC투자는 성숙단계인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때문에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CRC펀드 규모 얼마나=KACRC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77개 펀드가 결성돼 총 1조1115억원 규모의 자금이 운영되고 있다. 이는 2005년 말(58개)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벤처기업투자 시장이 주춤하면서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CRC 펀드를 잇달아 결성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펀드당 규모는 10억원 대에서부터 700억원를 넘나드는 경우가 있는 등 매우 다양하다. 현재 국내에서 CRC사업자로 등록한 곳은 모두 49개사이며 이 가운데 30개사가 벤처캐피털(창투사 19개사, 신기술금융업 11개사)이고 나머지 19개사는 CRC전문업체로 분류된다.
◇기업 발굴경쟁 치열=CRC업체들 입장에서는 최근 1∼2년 사이에 대거 결성된 사모펀드(PEF)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CRC투자에 나서면서 투자 대상 발굴이 쉽지 않다. 경쟁히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 산은캐피탈 관계자는 “대상기업들이 많지 않은게 사실”이라며 “부실화돼 있지만 과거 업계에서 어느정도 지위를 누리던 기업들이 투자대상 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한국기술투자 관계자도 “투자제안이 들어온 기업 뿐만 아니라 리서치 및 증권사의 기업금융(IB)팀 등의 협조로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CRC, 오해와 진실
▲과연, 비밀 지켜질까=그렇다. 투자자와 피투자자는 투자 과정에서 정보의 악용 가능성을 방지하고 기업의 중요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약을 통해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하며 이는 대부분 지켜진다.
▲경영참여 어디까지=경영권을 인수하는 만큼 경영에 깊이 관여한다고 봐야 한다. 경영진을 교체하는 경우도 있으며, 주로 사외이사 파견 등을 통해 참여한다.
▲투자자, 수익률 얼마나 노리나=벤처투자는 잠재력을 보고 투자해 일반적으로 3∼4배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CRC투자의 경우 20%대를 목표로 한다. 30% 이상이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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