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코리아 2010]1부-강소기업 탄생 토양 만들자④글로벌이 희망이다

‘소프트웨어(SW)코리아, 중국 속국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중국이 SW코리아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SW 관련 거대한 내수 시장, 우수한 인력 배출, 정부 육성 정책 등 3박자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IT 강국에서 SW 강국으로 깃발을 바꿔 단 우리나라를 턱 밑에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과 같은 SW 인력 부족, 기업의 SW 인력 신분 차별, 비현실적인 SW 지원 정책 등의 현상들이 시급히 개선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SW 코리아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일무역 적자의 주 요인이 열악한 부품·소재 산업이듯 대중 무역 적자의 주 요인은 SW산업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 신 국가 성장 동력은 SW이다= 중국은 지난 2001년 12월 부터 칭화대, 베이징대, 하얼빈공대 등 전국 35개 대학에 ‘시범성SW학원(National Pilot Software of School)’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35개 대학의 NPSS 핵심 임무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업형 고급 SW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즉 기업과 사회, 국제화 시장 요구에 부응한 고급 SW 인재를 육성하는 산실인 셈이다. 2006년말 현재 전국 35개 대학에 설립된 NPSS 재학생은 학부생 37865명, 대학원생 26174명 등 총 64039명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NPSS 운영 대학에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 학생 모집 방식과 규모, 학비를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은 물론 대학 내 NPSS가 특장점을 살려 해외 대학이나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 정부의 특수한 우대 정책에 힘입어 35개 NPSS는 고등교육의 ‘경제특구’로도 불리고 있다.

중국 칭화대학 유학생 온기홍 씨는 “컴퓨터관련 학부와 달리, NPSS는 엔지니어링 개발 교육, 엔지니어링 석사를 육성하기 위한 실용 복합형 SW 인재 역할을 한다”며 “시장 요구에 적합한 육성 방식, 기업과 결합을 강조하는 학기제 등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토종 및 외국 기업들은 시범성 소프트학원(NPSS) 졸업생을 응용능력, SW 개발능력, 공정관리능력, 창조창업 능력 등이 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말로만 글로벌화해선 안된다 = 국내 SW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같은 SW 육성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년 학부생 6700여명, 연구생 2500여명 등 매년 1만여명의 우수한 SW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중국 측은 향후 NPSS 대학수를 늘려 매년 18000명의 졸업생들을 배출하는 등 중국의 SW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 NPSS가 국가 SW 산업 발전을 위해 새로운 동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고급 SW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대학 ITRC(Information Technology Research CenterInformation)를 50곳 운영하고 있다. 이중 SW 관련 ITRC는 서울대, 아주대, KAIST 등 8곳의 대학에 그치고 있다. 특히 8곳에서 배출되는 SW 관련 석·박사 인력은 160여명으로 SW 인력 양성 체계가 척박한 상황이다.

 KAIST 김진형 교수는 “KAIST 전자전산학과에서 석사 50명, 박사 30명 등 매년 80명의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며 “이들 인력은 100% 삼성그룹에 채용될 뿐 나머지 기업들은 고급 SW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SW 인력 부족 현상은 ‘전산학’ 기피현상탓이다. 국내 기업들이 전산 출신을 흘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수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기때문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기업에서 전산학 인력은 전산 실장직에 머 물뿐 이외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없다”며 “전산 출신 인력은 우리 사회에서 개인 경력 관리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SDS 박준성 전무는 “IBM 본사에 SOA 컨설팅을 의뢰했더니 중국 인력 2명이 방한, 그들로부터 신기술을 습득한 적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SW 인력관리에 소홀할 경우 자칫 신기술 등 SW 분야는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 차원의 보다 구체적인 수출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히 특정 부처만의 문제가 아닌 범정부 차원에서 일관성 있게 강력한 SW 진흥정책을 펼쳐야 SW코리아 2010 비전을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NPSS 이렇게 운영한다.

전통적인 컴퓨터 전공 학부가 소질 교육 위주인 반면 NPSS는 직업 교육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하얼빈공대 NPSS는 실험센터 내에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하드웨어 등 실험실을 갖고 있다. 기업과 합작해 교내에 3개 실습 기지, 3개 연합 실험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40여 기업이 NPSS 학생의 실습을 지원해주고 있다.

 또한 하얼빈 공대 NPSS는 국제 IT기술 인증 훈련 센터도 설립, 학생들이 재학 기간 중 기술자격증을 따도록 지원한다. 하얼빈공대 NPSS는 아일랜드의 더블린공대(DIT) 등 해외 대학과 협력 관계 맺고 있다.

 하얼빈공대 NPSS는 현재 28명 교수 및 교내외 겸직 교수 100여명을 두고 있다. 학부 재학생은 1020명, 석사 재학생은 630명 가량이다. 지난 2006년말 까지 하얼빈공대 NPSS가 배출한 학부 졸업생은 555명, SW엔지니어링 석사는 366명 정도다.

 하얼빈공대 NPSS의 교과 과정은 △이론 △컴퓨터 시스템 △소프트웨어 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관리 등 5개 분야이다. 특히 ‘컴퓨터 네트워크와 정보 보안’, ‘기업 정보화와 전자상거래’, ‘매체 디지털화와 언어정보처리’ 등 크게 3개 방향에서 전문 지식을 습득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기업을 향한 첫 걸음마

 외산 업체가 득세하고 있는 국내 SW시장에서 토종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업체들이 있다.

 티맥스소프트, 핸디소프트, 안철수연구소, 한글과컴퓨터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업체는 하나같이 탄탄한 기술력과 인력 구성 그리고 적극적인 세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하고 뻔한 것들이라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적극 도입하고 철저히 구사해 지금의 경쟁력을 갖추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즉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티맥스소프트(대표 김병국)는 연구개발 투자와 인력확보에 전력, 미들웨어로 시작해 데이터베이스, 업무프로세스관리(BPM)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적 원천을 차례로 추가, 국내 대표SW업체로 자리잡았다. 또 국제 SW표준기구에 적극 참여해 세계 시장의 흐름을 제품개발 단계서부터 적극 반영하고, 매년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비용을 투자해 독창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핸디소프트(대표 정영택)는 그룹웨어와 BPM을 앞세워 일찌감치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 상당한 수출성과를 거두며 국내기업의 명성을 높이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 초창기인 1990년대 중반엔 현지 고객 사례가 없어 난관이 많았지만 다양한 외국어 버전 출시와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 강화 등 오히려 더욱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구사해 현재는 20여개국에서 300여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대표 오석주)는 각종 국제 인증을 획득해 제품력을 입증하고, 게임 보안 솔루션과 모바일 백신 개발 등 차별화된 솔루션으로 외산업체에 맞서고 있다. 또한 해외 진출 시 현지 파트너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등 사전준비 작업을 철저히 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대표 백종진)는 최근 인터넷 접속만으로 별도의 설치 없이 오피스 SW를 사용할 수 있는 씽크프리 오피스 등 특화된 제품을 앞세워 해외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씽크프리 오피스는 한발 앞선 기술력에 MS 오피스와 완벽한 호환성까지 갖춰 국내외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기고-글로벌 경쟁력 확보방안과 이를 위한 노력

:유영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ymyou@software.or.kr) 

 얼마 전 신문기사에서 티맥스소프트가 지난해 매출 600억원을 돌파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SW 기업 등장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업력이 10년이 넘었다는 대다수 SW기업은 매출 100억원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SW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91만달러다. 관련 업계는 국내 내수 시장 규모로 볼 때 매출 500억원대를 넘어서면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 SW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 SW 시장의 98%를 차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러면 국내 SW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행되어야 할까. 우선 국내 무대에서 성공경험을 쌓아야 한다. SW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레퍼런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록 작은 규모지만 내수 시장에서 레퍼런스를 쌓지 못한다면 해외 시장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내 시장은 다양한 레퍼런스를 제공할 수 있는 IT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LG전자에서 최고정보책임자(CIO)로 근무할 당시 핸디소프트의 비즈니스 프로세스관리(BPM) 제품을 전사적으로 사용하자 핸디소프트가 급성장했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서도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

 레퍼런스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SW품질, 즉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SW 기능과 품질은 절대적으로 사용자에 따라 결정된다. 아무리 공급자가 오랜 기간 개발했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개선점을 요청하고 이를 바탕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것이 SW 비즈니스의 기본 속성인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다국적 기업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품질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레퍼런스가 갖는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중소 SW업체들이 레퍼런스를 확보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중소 SW기업에 기회를 주는 배려와 아량이 필요하다. 중소 SW기업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시장 진입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그 제품은 영원히 기능과 품질 향상의 기회마저 봉쇄당하고 마는 것이다. ‘삼성이 썼다’ ‘LG가 썼다’는 입소문이 나면 제품에 대한 신뢰도 향상은 물론이고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것도 더욱 수월해진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정보화를 일군 전자정부 등 국내 프로젝트를 IT서비스업체와 SW업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규모가 영세한 업체가 개별 SW제품을 직접 수출하기란 쉽지 않다. IT 서비스 업체들이 대규모 서비스 단위별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국산 SW를 대거 투입하는 협업 방식이 현실적이다.

 특히 전자정부는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솔루션이 대거 접목된 만큼 국내 업체의 글로벌시장 진출 기회를 넓혀줄 것이다. 이처럼 IT서비스 업체와 SW기업들이 각각의 강점을 상호 신뢰기반 위에 결합하여 시너지를 내야 글로벌 경쟁에서 동반성장의 열매를 얻을 수 있고, 글로벌 SW기업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최희재 기자@전자신문, hj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