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판가를 따라오지 못하는 협력사에 페널티를 주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대신 협력사를 단순한 공급자가 아닌 초일류로 가는 파트너로 삼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파트너스데이에서 “올해부터 서플라이어 대신 파트너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이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협력업체도 삼성전자와 함께 초일류 기업 대열에 오를 수 있도록 제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업체 ERP 구축, 전문인력 교육 등 경영 인프라 지원에만 올해 900억원가량을 투입할 뜻을 밝힌 것으로 참석자들은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협력사를 상대로 무이자 자금 대여에 437억원, 제조혁신 및 전문인력 양성에 1224억원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등 협력사에 총 1661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구매전략 천명은 앞으로 협력사들에도 초일류에 부응하는 경영 인프라와 경영혁신, 이를 통한 비용절감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파트너사들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한 판가인하가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판가 경쟁이 치열한만큼 판가를 못 따라오는 협력사에는 페널티를 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삼성전자의 협력사들도 초일류 기업에 부응하는 경영 인프라를 구축하고 혁신을 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이날 분위기를 전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뉴스의 눈-삼성 협력사, 초긴장 모드
‘나 떨고 있니(?)’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이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삼성전자가 파트너스 데이에서 협력사를 초일류로 가는 동반자로 삼겠다는 당근을 내놓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채찍을 들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울 것은 없지만 이날 삼성전자가 누차 강조한 점은 ‘든든한 동반자만 된다면 협력사도 얼마든지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7년간 정보통신총괄을 이끌었던 이기태 부회장도 지난해에 삼성과 함께할 협력사들을 선별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지난 수십년간 우물 안 개구리 신세였던 부품 협력사들에는 천금 같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를 뒤집으면 ‘삼성전자에 걸맞은,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도태된다’는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신임 사장도 지난 1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가절감은 내가 선수다’라며 구매전략에서 또 한번의 혁신을 예고했다.
삼성전자 협력사들은 이날 윤 부회장의 발언 이후 비상사태에 들어갔고, 부품업계도 덩달아 폭풍전야와 같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삼성전자 협력사의 한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업체만이 살아남는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가격경쟁력 강화와 품질 개선 노력에 전사적인 노력을 경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벤더 등록을 희망해 왔던 업체들은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비협력사 부품업체의 한 사장은 “삼성 협력업체 등록이 상당히 힘든 게 사실이었다”며 “하지만 경쟁력만 제대로 갖춘다면 삼성의 파트너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희망을 피력했다.
이미 휴대폰 부품 등에서는 벌써부터 삼성의 물량 조정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기존 협력사를 제치고 신규 업체가 협력사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납품 의존도가 높은 협력사들은 정보라인을 총가동하면서 삼성의 전략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초래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디지털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