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디지털 홈 시대를 성큼 앞당기고 있다.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디지털 가전인 TV는 최근 화질과 기능,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집안의 중심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근래 기술발전 속도를 보면 디지털홈의 첫 ‘대면(인터페이스)’이자 ‘근간(플랫폼)’으로 면모를 톡톡히 과시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기술진화는 ‘풀(Full)HD’ TV의 등장에서 발견된다. 풀HD급 TV는 해상도가 1920*1080(200만화소) 수준으로 현재 대중화된 HD급 영상보다 2배, 표준영상(SD)에 비해서는 무려 6배 이상 화질이 뛰어나다. 고해상도도 만족하지 않는 초고해상도인 것이다.
세계 평판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보이는 LCD·PDP TV도 올해는 웬만한 대형 화면에는 모두 풀HD 기능이 구현된다. 자체 개발한 풀HD 엔진을 통해 방송신호의 입력에서 출력까지 풀HD급 화질을 지원하는 한편, PC와 차세대 DVD 플레이어와 연결해 완벽한 디지털 AV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다.
풀HD급 화질로 개선한 배경에는 명실명암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 한몫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삼성SDI와 공동 개발한 ‘데이라이트 플러스’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 PDP 패널에 ‘블랙패널’과 ‘데이라이트 필터’를 적용해 외광을 최대한 흡수하고 빛 반사를 막는 대신, 내부 영상신호의 투과율은 대폭 향상시킨 것이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PDP TV의 명실명암비를 일반 PDP TV 제품에 비해 4배 이상, 기존 데이라이트 제품보다도 2배 가까이 개선했다. 햇빛 등 밝은 시야환경에서 가장 큰 취약점인 블루와 그린 색상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도 화질 향상의 관건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와이드 컬러 컨트롤’이라는 기술을 자체 개발, 블루와 그린 색상의 경계영역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밝은 조건에서도 하늘색·잔디색 등을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한 기술이다. 이밖에 ‘스케일러 IPC’ 기술이 한층 완벽한 자연색 구현을 위한 대용량 데이터 처리기술로 제몫을 하고 있다.
화질과 더불어 가정내 각종 AV 기기들과 더 쉽고, 편리하게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인터페이스 기술도 디지털홈을 향한 근간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들이 상용화한 무선 TV의 전송기술이 대표적이다. 무선랜 규격 가운데 하나인 ‘IEEE 802.11a’를 기반으로 한 무선 전송 기술은 TV본체와 ‘무선 홈 AV 센터’를 연결해 공간 제약 없이 TV를 설치하고 이동도 할 수 있게 했다. 무선 홈 AV센터가 TV 안테나와 VCR, DVD 플레이어, 셋톱박스 등 각종 AV 기기들과 연결을 지원, 이들 기기에서 전송받은 영상신호를 무선 데이터로 변환해 TV 본체에 구현하는 원리다. 이같은 무선 TV 전송기술은 5㎓와 6㎓ 사이의 주파수를 이용, 직교주파수분할다중(OFDM) 변조방식으로 최대 54Mbps급의 전송속도를 낸다.
디지털홈을 향한 TV의 진화는 각종 AV 기기들간 인터페이스 기술도 뒷받침하고 있다. ‘고선명멀티미디어인터페이스(HDMI)’는 HDTV에서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한 기술규격으로 PC와 모니터의 연결 표준인 ‘DVI’를 발전시킨 개념이다. 지난 2002년 처음 상용화한 HDMI 기술규격은 최근 5Gbps의 전송속도와 풀HD급 ‘1080p’ 신호를 지원하는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신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영상을 보고자 하는 TV의 가장 기본적인 지향점 또한 한층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해 현재 미국 ‘ATSC’에 표준으로 제안한 ‘A-VSB’ 기술규격이 대표적이다. 집안에서는 위치선정에 따라 여전히 수신감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건물 외부에서도 다른 빌딩이나 장애물로 인해 방송 신호에 간섭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A-VSB 기술은 북미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주파수를 그대로 이용해 기지국 구축에 따른 비용을 줄여주면서도 이동 수신을 향상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A-VSB가 상용화하면 집안 곳곳에 마음대로 TV를 이동시킬 수 있으며, 집밖에서도 아무데서나 TV를 들고 다니거나 설치할 수 있다.
이밖에 TV의 양방향성도 이제 뚜렷한 화두로 등장할 전망이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IPTV가 그 전면에 서 있다. TV와 인터넷의 결합을 선언한 IPTV는 내 맘대로 방송을 골라 볼 수 있는 장점과 더불어 단순히 방송사가 전해주는 콘텐츠 외에 t커머스·데이터방송 등 양방향 서비스를 구현한다. 또한 디지털 지상파 방송사도 양방향 데이터 방송을, 케이블 업계에서도 디지털 케이블을 통해 양방향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시청자가 주체가 되는 양방향 서비스는 곧 보편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타임머신TV 원리
LG전자가 세계 처음 선보인 ‘타임머신 TV’가 올 한해 화제를 몰고 다닐 조짐이다. 타임머신 TV는 TV와 개인용 영상 녹화기인 PVR를 결합한 일종의 컨버전스형 제품. 전통적인 VCR와 다른 점이라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하드디스크(HDD)에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 파일로 저장·재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타임머신 TV는 일반 디지털 TV와 달리 TV의 영상·음성 신호에 ‘타임머신’ 기능을 입힌다.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음성·영상 신호를 TV에 내장된 AV칩으로 보내기 전 그 압축신호를 타임머신전용칩(PVR칩)을 거쳐 AV칩으로 보내거나, 별도로 마련된 HDD에 자동 저장하고 일반 녹화하는 원리다. 이에 따라 타임머신 TV가 일반 TV와 크게 다른 점은 생방송 멈춤 기능과 예약녹화 기능이다.
특히 LG전자가 올 들어 새롭게 선보인 3세대 타임머신 TV는 HDD용량이 250GB에서 160GB로 줄어들었지만 USB 2.0으로 녹화영상을 외장 HDD에 저장할 수 있다. 즉 외장 HDD를 이용하면 저장용량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타임머신 TV는 HD튜너가 1개 뿐이어서 동시화면 사용시 한 화면은 디지털 영상으로, 나머지 화면은 아날로그 화면으로 시청해야 했다. 하지만 3세대 타임머신 TV는 HD튜너 2개를 장착, 동시화면 시청시 두 화면 모두 H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USB 2.0을 통해 PC나 MP3, 디지털카메라 등을 TV에 직접 연결할 수도 있게 됐다. 가히 TV가 디지털홈 플랫폼의 면모를 갖춘 것이다.
지난 2002년 첫선을 보인 타임머신 TV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지난해에는 타임머신 기능을 원칩화하는데 성공함으로써 3세대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타임머신 기능을 통해 궁극적으로 ‘보는 TV’를 ‘참여하는 TV’로 탈바꿈시킨다는 게 LG전자의 구상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올해를 타임머신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고, LCD TV와 PDP TV로만 200만대를 판매해 타임머신 TV 판매 비중을 전체 평판 TV의 2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해외 시장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타임머신 TV를 선보였던 북미·유럽·아시아·중남미 등 60개국 외에 올해에는 80개국으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기고:TV의 진화 방향]삼성전자 DM총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임종태 수석연구원, jongtae@samsung.com
최근 대형 평판 TV의 가격이 크게 내려가면서 고화질 영상을 즐길 수 있는 대형 디지털 TV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TV가 대형화되고 고화질·고음질을 추구하는 동시에 다양한 기능을 갖춘 디지털 오디오비디오(AV) 제품들도 쏟아지고 있다. 또한 누구나 손쉽게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를 이용해 개성있는 사진과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휴대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이런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도 열리고 있다.
디지털과 초고속 네트워크로 상징되는 이같은 시장흐름에서 TV는 단연 그 정점에 있다. 지금까지 PC에서 즐길 수 있던 많은 콘텐츠를 하드디스크(HDD)나 외부 메모리를 통해 TV에서도 볼 수 있고, 나아가 가까운 미래에는 가정 내 모든 디지털 AV제품들과 IT기기들이 TV를 중심으로 상호 연결되는 디지털홈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디지털 방송이 확대되고 광통신망(FTTH) 기반의 초고속인터넷이 확대되면서 이같은 추세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TV를 중심으로 디지털홈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이슈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홈네트워크 표준이다. 다종다양한 기능을 갖춘 AV 제품들을 더욱 편리하게 사용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하려는 것이다. PC와 AV제품들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설계 표준인 ‘DLNA’나 하나의 연결선으로 주변기기를 제어하기 위한 ‘HANA’ 등 다양한 표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홈 네트워크 표준기술은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기기를 네트워크로 자동 인식하는 한편, 각종 AV 기기들과의 호환성 문제도 해결해 준다. 또한 플러그앤플레이 기능 외에도 블루투스나 무선랜 등 무선기술을 이용해 AV제품들을 더 간편하게 연결하거나 소비자들의 다양한 사용패턴을 반영하려는 인터페이스 연구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해 원하는 방송과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가 활발한 반면, 최근 일본에서는 대형 TV 제조사들이 TV에 직접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TV 전용 포털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본 정부도 함께 주도하고 있는 TV 전용 포털서비스는 이달 중 업계 공동으로 선보이는 등 국내외에서 미래 디지털홈을 향한 TV의 진화가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능형 TV를 중심으로 AV제품외에도 조명·냉장고·에어컨 등을 제어하는 홈 오토메이션과 인터넷 영상전화 기능도 곧 현실로 등장할 전망이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화질에 따른 디지털TV의 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