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정보체계는 ERP·SCM·CRM 등 여러 IT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이때 관리측면에서 보면 가장 큰 어려움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른다’는 데 있다. 예컨대, ERP의 재무시스템에는 2만명의 고객 정보가 들어있는데, CRM 시스템의 고객 ID는 3만개에 이르는 등 정보 불일치 현상이 나타난다. 기업의 정보화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각해지는데, 마스터데이터관리(MDM)는 전사적으로 공유되고 활용되는 주요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줘, 이를 해결한다.
IDC는 MDM시장이 매년 13.8% 성장, 2009년엔 10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CRM 시장(2006년말 130억달러)에 버금가는 규모다. 이를 토대로 추정해보면 2009년 우리나라 MDM 시장은 9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환경에서 데이터의 정합성과 품질관리를 위한 MDM은 더 이상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마스터 데이터의 문제=기업 활동의 근간이 되는 핵심항목들로 이루어진 기준정보를 마스터 데이터(Master data)라 한다. 예를 들어 상품·자재·고객·공급사·설비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이들은 어느 특정 시스템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업무 프로세스에서 공통으로 사용되어 여러 부서와 사용자들에 의해 생성되고 활용된다.
같은 기준 데이터라 하더라도, 시스템마다 각자의 업무적 관점과 필요에 따라 마스터데이터를 복사하고 해당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부가하여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분리된 원천데이터와 복제된 데이터 사이에는 정보의 불일치가 발생하게 되며, 이러한 불일치가 누적되면 기준정보를 기반으로 생성되는 각종 관리·통계·분석정보에도 신뢰도 저하라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ERP·CRM 등 주요 시스템들은 각각 독자적인 마스터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어 연계업무 처리나 타 시스템의 정보를 참조하기 위해 다수의 연계 인터페이스를 갖게 되는데, 이러한 다수의 인터페이스들은 IT 시스템 운영비용을 증가시킨다. 아울러 데이터의 중복과 불일치는 연계업무 정확성을 떨어뜨리고 실적 집계 시간과 비용을 늘려, 분석정보의 신뢰도를 낮추는 문제점을 야기한다.
◇마스터 데이터 관리(MDM)=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중앙집중형 마스터데이터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이를 통칭 MDM(Master Data Management)이라 한다. MDM의 근간은 동적인 기업내 업무 시스템으로부터 정적인 정보를 분리해 관리한다는 것이다. ERP·CRM 등과 같은 기업의 기간계 시스템들은 기업의 경영활동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업무행위를 데이터로 변환·축적·관리하는 동적인 시스템들이다. 이러한 동적인 시스템 성격은 기준이 되어야 할 정적인 마스터데이터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데이터관리의 안정성과 항시성을 떨어뜨리며, 마스터데이터와 관련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다. 따라서 기업내의 동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업무시스템, 정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MDM시스템, 경영에 필요한 분석 및 의사결정 정보를 지원하는 분석계시스템의 삼각구도를 균형 있게 갖추는 작업이 시급하다.
아울러 다수의 업무적 관점을 포괄하는 전사적 관점에서 마스터데이터를 합의 및 정의하고 데이터 관리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과정을 거치면 양질의 데이터를 쉽게 획득할 수 있게 되어 기업의 제반 정보의 투명성 및 정확성을 혁신적으로 제고할 수 있다.
◇도입시 기대 효과=집중화된 마스터데이터를 통해 잘 관리되고 우수한 품질의 핵심 정보를 각 시스템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기업 내 사업장 또는 부서간에 동일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어 업무처리 효율이 높아지고, 신뢰도 높은 통계분석 자료의 작성이 가능하게 된다. 기업 내 시스템들 간의 마스터데이터의 연계방식이 다수대 다수(many to many) 방식에서 1대 다수(one to many)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어 IT 시스템의 유지보수 비용을 상당부분 절감할 수 있다.
예컨대 자재데이터의 불일치와 오류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통합 자재관리가 가능해져 자재 구매량 및 재고 수준을 줄일 수 있으며, 각 영업부서에 흩어져 있던 고객 정보가 통합돼 단위 영업부서가 아닌 전사적인 차원에서 대고객 행사의 기획이 쉬워 진다. 이렇게 통합되고 안정화된 마스터데이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업무 및 데이터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져 기업경영에 필요한 분석 및 집계 정보를 얻는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정보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정보시스템 측면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효과는 시스템의 신규도입 또는 변경에 대한 대응능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보통 시스템을 확장하거나 변경할 때 IT 부서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마스터데이터의 변환 문제인데, 마스터데이터를 MDM에 이관하게 되면 각 시스템은 MDM과의 연계만을 잘 유지함으로써 시스템 변경이나 확장에 많은 짐을 덜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세계적인 표준을 준수할 수 있는 체제의 마련이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ISO 등 국제단체에서는 데이터의 형식과 품질에 대한 표준을 계속 만들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구성 및 요건=MDM이 기업내의 각종 마스터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요건들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상이한 목적을 가진 여러 종류의 마스터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통합데이터베이스 기능이다. 마스터데이터들은 가상적으로 마치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져야 효율적인 관리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마스터데이터의 다양한 특성에 상관없이 통합된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야말로 MDM 시스템의 필수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다.
둘째, 하나의 마스터데이터가 동시에 여러 부서에서 참조 또는 사용되거나 서로 다른 종류의 마스터데이터 간에도 상호간의 참조가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유연하고 지능적인 참조 기능이 필요하다. 동일한 자재마스터라 하더라도 자재를 사용하는 부서는 자재의 구성요소와 특성들이 중요했지만 자재를 구매하는 부서에서는 자재를 공급하는 업체나 단가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서간의 상이한 관점들을 원활하게 지원하지 않고서는 통합관리를 실현하기 어렵다.
셋째, 각 마스터데이터에 대한 품질관리 기능이다. 전사적으로 통합된 마스터데이터의 경우 신뢰성과 품질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더 큰 혼선과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품질관리 기능은 MDM 구축 시 마스터데이터를 설계하는 시점에 데이터베이스 구성의 표준화와 데이터 정제과정을 거쳐 기본적 품질을 확보하고 유지관리 단계에서도 추가로 수집되는 정보나 오류 데이터를 바로잡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넷째, 마스터데이터의 경우 생성·변경·삭제 등 엄격한 데이터 거버넌스 기능으로서 마스터데이터 유지관리에 참여하는 각 업무 부서 및 담당자를 연결하는 관리 기능이다. 실제로 데이터의 표준화 및 통합 마스터데이터의 구축과 같은 일회적 작업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정제되고 체계화된 마스터데이터를 유지·관리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MDM시스템의 필수 기능요건들은 각각 모듈로 구성되며 이렇게 저장 관리되는 마스터데이터는 기업 내 기준정보의 중앙저장소로서 ERP·CRM 등 다양한 레거시 시스템과 연동하는 인터페이스를 갖게 된다.
◇산업계 동향=MDM 시스템을 제공 업체들은 크게 3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IBM, SAP, 오라클 등과 같이 ERP나 기업의 기간계 업무 시스템을 제공해 오던 대형 벤더들은 기존의 업무시스템이 겪고 있는 데이터 관리상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속속 MDM 솔루션을 발표하고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이페리온, 데이타플럭스와 같은 기업들은 데이터웨어하우스 또는 고객데이터통합(CDI) 시스템의 구축 경험을 통해 마스터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MDM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마지막 그룹은 SCM 또는 e카탈로그 시스템을 제공하던 기업들로 i2와 국내의 프람트 등이다. 이들은 주로 제조업체의 부품 및 상품 정보를 관리하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MDM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유연한 데이터 저장구조를 강점으로 하고 있다. 3개 그룹의 움직임은 MDM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설명해 주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추진전략=우선 MDM은 전사적 사안이며 다양한 업무관점에 대한 조율이 필수적이다. 물론 이는 전사의 모든 마스터데이터를 일시에 MDM으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스터데이터는 여러 부서에서 사용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고객처럼 하나의 마스터데이터 통합을 위해서라도 관련된 모든 부서의 참여와 합의가 필요하다.
또 마스터데이터의 관리체계는 업무프로세스와 연계해 설계되어야 한다. 이때까지의 통상적인 데이터표준화 및 정비는 업무프로세스를 감안하지 않고 진행되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데이터 품질 유지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사적 마스터데이터 관리 조직을 상정하고 업무 및 데이터 관리프로세스를 연동하여 운영한 데이터 거버넌스를 도입하여야 한다.
시스템 요건을 지원하는 유연하지만 확실한 기술을 보유한 솔루션을 선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마스터데이터의 변화는 다수의 레거시 시스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순차적으로 통합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MDM은 새로운 마스터데이터 허브를 도입하는 개념이므로 우선순위에 따라 점진적으로 필요한 마스터데이터를 통합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기술이나 프로세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사람, 프로세스, 기술의 핵심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논리적이고 체계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
sglee@europa.snu.ac.kr
<약력>이상구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박사)
미국 EDS 연구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교수
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겸 e비즈니스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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