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공계 명문 3인방 들여다보니 "과연 명문"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연구비 10억 원당 국내·국제 특허출원

 ‘전국 상위 1% 이내의 수재들만 선발하는 이공계 3대 명문.’

 국내 이공계를 특성화 교육으로 이끌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서남표)과 포스텍(POSTECH, 총장 박찬모),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총장 허운나)를 이르는 말이다.

 이들 3인방은 대학마다 색깔이 뚜렷하다. KAIST와 포스텍은 최근 바이오와 나노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40대 기수로 불리는 이상엽 교수를 비롯한 오병하 교수 등 국제적으로도 ‘이름’이 통하는 수십 명의 연구진이 포진해 있다.

 ICU는 IT(정보통신기술)와 IT 정책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ICU 석좌교수인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을 비롯한 김광조, 마중수, 최준균, 박명철, 맹성현, 정재용 교수 등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유학파와 ETRI 실전파 등이 즐비하다.

◇대학 실적 앞서거니 뒤서거니=교육인적자원부의 최근 통계 자료 등에 따르면 교수 1인당 과학기술색인논문(SCI)급 논문은 KAIST가 2005년도엔 3.74편으로 국내 1위다. 이어 포스텍이 3.61편, ICU가 2.61편으로 각각 국내 2위와 3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듬해엔 KAIST, 포스텍, ICU가 각각 4.24, 4.4, 4.56편으로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다.

 또 교수 1인당 연구비 실적은 포스텍이 4.4억 원으로 1위, ICU가 3.07억, KAIST가 2.7억 원으로 각각 2, 3위에 올라 있다.

 교수 1인당 특허의 경우에서는 ICU가 1.83건으로 국내 1위다. 이어 1.24건의 KAIST와 1.13건의 포스텍이 3위로 뒤를 잇고 있다. 연구비 10억 원당 국내·외 특허 출원 건수 순위에서도 ICU는 2004년 4.942건, 2005년 5.224건으로 연속 1위, KAIST가 각각 4.308건, 4.045건으로 2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이들 수치는 국내 상위 15위 권 대학의 평균치를 크게 웃돈다.

◇대학 경쟁력 어디서 나오나=이들 대학의 이 같은 실적과 경쟁력은 적극적인 투자와 CEO의 마인드에서 나온다.

 이공계 교육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잣대 중 하나인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보면 대학원 기준으로 KAIST는 1대 10.0명이다. ICU는 1대 4.9명, 포스텍은 1대 5.5명이다. 특히 포스텍은 국내 대학 실정에서 비전임 교수의 비율이 가장 낮은 편이다. 교수 연구비 또한 국내 대학 평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 3개 대학은 모두 카네기 멜론이나 MIT, 일본 동경공업대, 중국 푸단대 등과 교류 협정을 맺고 글로벌을 강력하게 지향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글로벌화에 가장 앞서있는 ICU는 전체 대학원생 558명의 27.4%인 153명이 외국인이다. 학생 4명 중 1명이 외국인이다. 또 전체 교수의 8.5%가 외국인으로 글로벌화를 적극 지향하고 있다. 최근 각 대학이 추진중인 전과목 영어 강의는 지난 2002년부터 도입해 이미 정착 단계에 들어가 있다.

◇처음엔 직업학교로 알려져=이들 3인방은 모두 전국의 1% 이내에 드는 수재를 선발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명문은 아니었다.

 지난 71년 문을 열어 36주년을 맞은 KAIST는 15년 전 만해도 일반인에게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다니던 ‘직업훈련 전문 학교’ 정도로 인식돼 왔다. 방송 드라마 ‘KAIST’로 인해 전국적인 이미지를 굳힌 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로버트 러플린 총장을 영입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재직중인 서남표 총장만 해도 미국 MIT에서 이름을 날리던 세계적인 석학이다.

 포스텍은 지난 86년 포항제철에 의해 설립된 사립대학으로 소수 정예화된 고급 두뇌만을 양성한다는 이미지가 널리 퍼져 있다. 특히 포항제철의 전폭적인 예산 지원과 고급 인력 선발이 밑거름이 돼 생긴지 21년 만에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이공계 명문으로 성장했다.

 ICU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보통신부와 한국IT R&D의 메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T 등이 현장 경험을 갖춘 인력 양성의 필요에 의해 설립했다. 지난 98년 첫 석·박사 과정을 개설하며 양승택 전 정통부 장관이 초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개교한 지 만 9년밖에 안 됐지만 전교생 영어 강의 등으로 글로벌 이미지를 굳혀 가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