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21](142)나노 지혈

[사이언스 21](142)나노 지혈

 전쟁터는 물론 각종 사고현장에서 대표적인 사망원인은 ‘과다출혈’이다. 일반적으로 외과 의사들은 지혈핀셋으로 혈관을 누르거나 약물을 이용해 혈관을 수축시키는 방법으로 지혈을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많은 전문 의료인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획기적인 신 지혈법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나노지혈’이다.

 지난해 미국의 러틀레지 엘리스-벤케 연구팀은 출혈이 부위에 ‘나노 펩티드 단백질 섬유’를 주입하면 단백질 조각인 펩티드가 스스로 젤의 형태를 만들고 나노 단위의 벽을 형성해 상처를 메운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 등에 발표했다.

 이 방법으로 지혈을 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단 15초에 불과하다. 일단 상처가 아물면 펩티드 젤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세포 조직의 재생에 쓰이고 3∼4주가 지난 뒤 오줌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독성과 부작용이 전혀 없다. 또 상처의 크기나 형태에 상관없이 지혈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도 이 지혈법의 놀라운 장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더구나 나노지혈법을 활용하면, 외부출혈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뇌출혈, 장기출혈 등 내출혈도 매우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다.

 엘리스-벤케 연구팀은 펩티드 조각이 혈액을 응고시키는 명확한 메커니즘을 밝히고 임상실험을 거치는데 약 3년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머지않아 외과적 출혈은 물론 뇌출혈이나 심장출혈 등 인체에 치명적인 증상을 초래하는 출혈도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