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혁명은 시작됐다]1부-킬러앱을 찾아라④헬스케어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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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고 장수하는 삶을 바란다. 이러한 욕망에 편승해서 최근 로봇기술을 이용해 신체적 건강을 추구하는 시장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헬스케어로봇은 운동효과를 높이는 자동헬스기구, 신체를 자극하는 안마장치, 온 몸을 움직이는 게임기기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헬스케어로봇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가장 고전적인 기계장치로는 러닝머신(treadmill)이 있다. 지난 50년대 미국방부가 병사들의 체력 테스트를 위해 개발한 러닝머신은 이후 피트니스 센터의 체력관리용으로 급속히 수요가 늘었고 단일품목으로 연간 30억달러 규모의 세계시장을 형성했다. 심지어 일반 가정에서도 러닝머신을 설치해놓고 수시로 뛸 정도로 대중화에 성공한 상품이다. 러닝머신에서 촉발된 헬스기구의 자동화 트렌드는 2000년대 이후 첨단 IT와 접목하면서 로봇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미래의 헬스기구가 운동하는 사람의 심박수·체온·호흡 등을 파악해서 최적의 운동프로그램을 골라주거나 대화기능까지 갖춘다면 역기, 아령과는 다른 로봇으로 간주해야 한다. 국내서도 웰빙바람을 타고 피트니스 시장이 급격히 커지자 승마운동을 모방한 헬스케어 로봇의 개발이 시작됐다. 또한 마사지로 신체의 피로를 풀어주는 안마의자형 로봇도 2009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뱃살 빼기에 최고, 라이드봇(RideBot)

말타기는 의외로 건강에 매우 좋은 운동이다. 덩치 큰 말을 타면서 균형을 유지하려면 복근과 다리, 허리근육을 끊임없이 긴장시켜야 한다. 당연히 두툼한 배 부위가 날씬해지고 뻐근한 허리 통증도 완화된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실제로 승마를 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 같은 점에 착안해서 요즘 백화점에서는 허리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승마형 헬스기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흔들리는 운동기구에 앉아서 TV만 봐도 운동효과가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직접 뛰어야 운동효과가 발생하는 러닝머신보다 훨씬 사용이 편한 셈이다. 덕분에 승마형 헬스기구는 2010년대 중반까지 러닝머신에 견줄 만한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일본산 승마형 헬스기구들이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들이 유사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승마형 헬스기구의 가장 큰 단점은 탑승자 의지와 무관하게 일정한 움직임만 반복한다는 것. 따라서 오락적 요소가 부족하고 신체상황에 따라 체계적인 헬스케어도 어렵다. 산업용 로봇업체인 유도스타 자동화는 승마형 헬스기구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사람의 생체신호와 동작의지까지 인식하는 차세대 승마형 로봇(RideBot) 개발에 착수했다. 우선 승마형 로봇에 올라타서 핸들을 잡으면 혈압·맥박·체지방·체온·몸무게까지 자동으로 측정된다. 탑승자의 신원도 인식해서 현재의 건강상태와 과거 운동이력까지 분석해서 최적의 운동모션을 제공한다. 탑승자가 로봇 위에서 무게중심을 조금만 옮기거나 발로 차도 실제 말처럼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오락적 요소도 높다. 또한 탑승자의 근력을 키우도록 걷기, 달리기, 장애물 넘기, 경사 오르기 등 다양한 승마모드를 선택하고 전방의 모니터에는 실제 말을 타고 찍은 상황별 비디오 영상까지 나온다 . 일정시간 운동이 지속되면 탑승자의 신체정보를 다시 분석한 후에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운동효과를 극대화하는 승마모드로 다시 바뀐다. 말하자면 로봇기술을 이용해 실제 승마와 가장 유사한 가상경험을 제공하는 운동기구인 셈이다. 유도스타의 여인택 연구소장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최대한 연계한 승마형 로봇이 개발되면 헬스케어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일어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 내 몸을 편안케 해주는 기계손, 마사지체어.

가만히 누워 있으면 온 몸을 주물러주는 마사지체어도 본격적인 로봇산업화의 길에 들어섰다. 전동식 마사지체어는 스위치만 켜면 언제라도 안마를 받을 수 있어 효도상품으로 인기가 높지만 아무래도 사람의 섬세한 손길을 따라잡지 못한다. 국내 최대의 마사지 체어전문업체인 대경산업은 사용자의 체형을 스스로 인식해 필요한 곳에 실제 손과 유사한 자극을 주는 3차원 안마로봇인 ‘체어봇’(ChairBot)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회사 측은 대당 1000만원이 넘는 일제 최고급 마사지체어의 기구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안마로봇 개발을 목표로 잡았다. 사용자가 안마로봇에 앉으면 우선 체형인식시트가 키와 신체 폭을 측정하고 마사지 효과에서 중요한 경락(지압점)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낸다. 이제는 사람의 손기술에 버금갈 정도로 정교한 기계손이 목 뒤에서 종아리까지 곳곳을 시원하게 주무를 차례다. 기계손은 압력감지 센서가 내장돼 사용자의 근육경직도를 인식하고 마사지 과정에서 사용자의 비만정도에 따라 압력을 조절한다. 음성인식기능도 들어가서 사용자가 편안한지를 수시로 문의한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원격지의 담당 주치의와 영상통화도 가능하다. 신상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안마서비스는 기본이고 기분 좋게 안마를 받다가 문득 잠이 들어도 걱정이 없다. 안마로봇이 사용자가 자는지도 인식해서 마사지강도를 수면모드로 바꾸기 때문이다.

대경산업의 이규대 사장은 “마사지체어는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앉은 사람의 체형에 맞는 센서와 적절한 압력조정 등 로봇제어기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로 다른 체형의 사람을 마사지체어가 일률적으로 마사지하면 잘못된 마사지가 돼 오히려 피로를 누적시킬 수 있다는 것. 이규대 사장은 안마로봇 개발을 계기로 일본 가전사들이 석권한 연간 60억달러의 마사지체어시장에서 기술적 우위에 올라선다는 야심이다. 얼핏 보면 성능이 좀 개선된 마사지체어일 뿐인데 무슨 로봇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의 체형을 인식하고 부위별로 정확히 자극을 주는 안마로봇의 핵심기술은 향후 서비스 로봇시장의 성장에 중요한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갈수록 영리해지는 기계손은 어느 순간 근육의 긴장을 푸는 선을 넘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성인취향의 로봇제품으로 변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경산업은 2009년부터 첨단 안마로봇을 출시하고 침대, 소파에도 관련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앞으로 호텔방 침대에 누워서 “안마해”라고 외치면 어느새 기계손이 뭉친 근육을 용케도 찾아서 주무르고 있을 것이다. 이제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로봇’이라 부를 날도 몇년 남지 않았다.

◆`계량화된 건강 정보`로 지친 현대인의 마음 `꽉`

 헬스케어 로봇시장의 미래를 종합적으로 조망하고 싶다면 요즘 강남에서 뜬다는 초대형 피트니스 센터의 풍경을 찬찬히 관찰해 보라고 권한다. 비만한 체구의 청소년, 비쩍 마른 여대생, 피곤한 직장인, 지긋한 나이에도 놀라운 체력을 과시하는 노인족들이 저마다 최고급 러닝머신 위에서 정신없이 뛰고 있다. 피트니스 센터의 운동시간이 새벽 공원의 조깅과 줄넘기보다 반드시 더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굳이 비싼 회원비를 내는 이유는 사람들이 대충 땀만 흘리고 샤워하는 동네 헬스클럽보다 뭔가 체계적으로 자신의 몸매를 가꿔줄 토털시스템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근사한 운동기구와 체지방 계측장비 등은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한 순간부터 당신은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로봇기술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꽃을 피우려면 단품의 로봇개발보다는 피트니스 센터를 찾는 사람들에게 ‘계량화된 건강’을 제공하도록 종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 더 필요하다. 수십대의 지능형 헬스기구가 회원별로 매일 몸무게 변동을 체크해서 정해진 칼로리를 철저히 소모하도록 운동프로그램을 지시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한 달에 10번만 가면 체중감량에다 S라인 몸매까지 무조건 보장하는 로봇 기반의 피트니스 시스템이 한국에서 등장한다면 떼돈을 벌지 않을까.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