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ID 유통` 상용화 외면

 지난 3∼4년간 차세대 유통 패러다임으로 ‘전자태그(RFID)’가 각광받았지만 정작 거대 유통업체들은 올해도 RFID를 상품에 적용하는 상용화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올해가 국내 RFID 유통 활성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바코드 유통 체제에서 머무를 전망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롯데쇼핑(롯데백화점, 롯데마트), 현대백화점, 삼성테스코(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업체는 올해 RFID를 상품에 적용하는 계획이 전혀 없거나 일부 검토만 진행하는 상황이다. 이는 다른 유통업체들도 마찬가지로, 지난해까지 정부 주도의 시범사업이 마무리된 상태에서 추가적인 추진 원동력이 소실될 우려가 제기된다. RFID 유통에 대해 장밋빛 전망과 시범사업만 진행돼왔을뿐 정작 현장인 매장과 재고창고에선 RFID를 적용키위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가장 활발하게 RFID 유통을 이끌어온 신세계는 올해 상품 적용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RFID 추진 계획서는 있지만 올해 상품에 적용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2004년부터 2차례에 걸쳐 산업자원부의 RFID 시범사업을 맡아온 삼성테스코도 상황은 같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검토는 하고 있지만 상품쪽 적용 계획은 현재로선 없고 다만 물류집기(파레트 등)에서의 일부 적용은 관련업체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상용화 계획이 없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6월 서울역점에서 RFID 리더가 장착된 스마트 선반을 시범적으로 선보였으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스마트 선반에 있는 물건을 고객이 들면 가격과 규격 등 상품정보가 대형 PDP화면에 나타나는 형식인데 실제 고객들은 점원이 일일이 설명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아예 RFID 추진을 위한 담당부서도 없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특별히 상용화 계획도, 시범 매장도 없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가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투자대비효율(ROI)을 얻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 5개년 추진 계획을 세우며 ROI를 계산하는데 아무리 긍정적으로 해석해도 200억원 적자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바코드의 효율성을 RFID가 대체하기엔 시기상조란 판단도 있다. RFID가 상품 판매 및 재고 정보에서 바코드보다 월등하게 많지만 현실에선 바코드의 정보량조차 모두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 일례로 홈플러스의 경우 52개 점포에 매일 2만명이 방문하고 1인당 10개 이상의 아이템을 산다고 하면 판매 기본데이터만 매일 1000만개가 나온다.

이렇다보니 유통업체로선 시범사업만 추진할 뿐 투자 결정을 내리지못하는 현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월마트처럼 누군가는 먼저 투자를 감행하고 리딩을 해야 업계가 따라가는데 그런 존재가 없다”며 “산자부나 유통물류진흥원이 나서서 유통업체들을 모두 아우르는 컨소시엄 형태의 상용화도 고려해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