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성(守城)을 위한 매너

 당태종 이세민과 명신 위징의 치국문답(治國問答)을 담은 ‘정관정요’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게는 둘도 없는 교과서로 알려져 있다. 당나라를 건국한 후 이세민이 “창업이 어려운가, 아니면 지키는 것이 어려운가”라고 물었을 때 위징이 “창업이 수성난(創業易 守城難)”이라고 대답한 일화는 이 중 가장 유명하다. 선두의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선두를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선대의 뼈저린 교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IT기업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최근 수성난에 직면했다.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 최고의 이익률로 실질적인 강자 노릇을 했던 삼성전자는 노키아·모토로라·소니에릭슨 등 글로벌 경쟁사들의 무차별한 저가 공세에 두 자릿수 수익률을 위협받고 있다. CDMA 이동통신 선두기업으로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SK텔레콤은 3세대(G) 시장을 맞아 GSM 계열의 WCDMA로 전환해야 하는 국면에 부딪혔다. 수성이 아니라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사가 이 같은 위기에 직면하자 최근 리더답지 못한 모습을 잇달아 보여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3GSM 월드 콩그레스’에서 삼성전자는 LG전자가 GSMA(GSM Association)의 3G 공동 단말기 공급 프로젝트에 선정되자 저가폰으로 수익이 나빠질 것이다, GSM사업자의 들러리를 자청했다 등의 폄하성 발언을 양산해냈다. 공급가가 6만∼7만원밖에 안 된다더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도 터져나왔다.

 SK텔레콤은 KTF의 전 세계 14개 이통사와 m페이먼트 제휴 발표에 때맞춰 비슷한 내용의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KTF와 같은 시기인 3월에 HSDPA 전국망을 구축하겠다는 깜짝 발표도 했다. 덕분에 1년여에 걸쳐 이번 행사를 준비한 KTF는 맥이 빠졌다. 이번주부터는 아예 KTF의 3G 서비스 브랜드 ‘쇼(SHOW)’를 겨냥해 ‘보여주기 위한 쇼는 싫다. 나는 나만의 스타일을 만든다’는 카피의 비교 광고로 맞불을 놓았다.

 3G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1위가 마냥 1위일 수 없다. 2위에 감정적으로 맞대응하기보다는 창업의 정신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정지연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