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신공장을 대거 가동하며 공격경영에 나선다. 공급과잉·판가하락 등으로 대만·일본 등 해외 경쟁업체들이 공장증설 계획을 잇달아 유보한 것과 반대로 당초 설비투자 계획을 늘리며 내친 김에 경쟁사와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각오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필립스LCD·삼성SDI 등 PDP·LCD 패널업체들이 다음달부터 잇따라 국내외 신공장을 가동하는 데 이어 디엠에스·에스티아이·엔트로피 등 디스플레이 장비 및 부품업체들도 신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업체들이 새로 가동하는 국내외 공장은 10개 안팎으로 늘어나 지난 2003∼2004년 LCD 경기호조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신공장 증설 규모에 버금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들의 이 같은 공장 증설 바람은 경기악화로 보수적인 투자로 돌아선 해외업체들을 이참에 멀찌감치 따돌리려는 ‘역발상 전략’이어서 주목된다.
이상완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삼성파트너스데이에서 “대만 등 경쟁업체와 지금까지 격차가 1년 정도에 불과했지만 세계 최대 8세대 라인이 가동되는 올해가 지나면 그 격차는 2년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사상 최대 영업적자로 올해 설비투자액을 작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던 LG필립스LCD도 최근 7세대 추가 증설계획을 전격 발표, 대만 업체들이 투자를 유보한 대형 LCD TV 패널 시장의 주도권을 강화키로 했다.
삼성SDI는 오는 5월까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생산라인, 50인치 전용 PDP 신공장 4라인, 헝가리 모듈공장 등을 줄줄이 가동할 계획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가동할 AM OLED 공장의 경우 1라인 양산이 본격화되면 곧바로 추가 증설에 돌입, 세계 정상의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디스플레이 장비 및 부품업체들은 신공장 증설을 통해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다. 엔트로피는 상반기에 대만 현지공장을 준공해 LCD장비 핵심부품 수출에 나서고, 에스티아이와 디엠에스는 각각 LCD 유리 식각공장, LCD용 램프공장 등을 건설해 기존 장비와 다른 사업 분야 진출도 본격화한다.
하지만 대만·일본 등 해외 디스플레이업계는 불황이 지속되면서 당초 투자계획을 잇달아 연기하고 있다.
AU옵트로닉스·치메이옵트로닉스 등 대만 LCD업체들이 7세대 신공장 증설을 내년 이후로 연기한 데 이어 최근에는 파이어니어·히타치 등 일본 PDP업체들도 신공장 증설계획을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한수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업체들의 선도전략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불황에도 이를 지속하면서 그 효과가 배가될 전망”이라며 “설비투자 양극화가 심화되는 올해를 기점으로 대만 중하위권 패널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 경쟁에서 도태되는 업체도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업체 신공장 증설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