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붐(boom)은 아직 쓰여지지 않은 이야기다.” 최근 일본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개최된 ‘재팬 나노테크2007’은 그동안 제기되던 나노 공허론을 씻어내는 전기로 평가됐다. 행사장을 찾은 나노 관련 국내외 전문가들 모두가 이번 행사의 키워드를 ‘상용화’ ‘실용화’ ‘다양한 응용 제품’ 등으로 요약했다.
기술개발 수준에 머물던 나노가 다양한 범용 제품에 확대 적용되며 말 그대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로 위상을 높이며 상용화의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치열한 상용화 경쟁=지난해 행사가 나노관련 장비가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이들 장비와 소재를 응용한 시제품 수준 이상의 제품들이 대거 출시됐다. 공급자와 기술 중심에서 기능성소재, 바이오접목 제품 등 나노기술의 상용화에 초점을 둔 행사로 거듭났다. 특히 국내 기업인 대진공업 등 3개사가 CNT를 적용해 제품화에 성공한 자동차용 고강도 부품은 국내외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상록 나노메카트로닉스기술개발사업단장은 “올해 행사는 디스플레이·센서·기능성수지 등 대량생산 장비를 적용한 ‘사업화’가 화두가 됐다”며 “이제 나노기술을 얼마나 빨리 상용화에 성공하느냐가 국가·기업간 시장경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영국·프랑스·스위스·핀란드·호주·대만 등이 별도의 국가관을 구성하며 범국가차원의 전방위 세 과시에 나섰다. 특히 영국 상무관은 직접 방문단을 유치, 설명회를 갖는 등 적극성을 보였고 올해 60개 부스를 운용한 독일은 이미 내년에 90부스를 예약하기도 했다. 반면에 2005년 많은 기업이 참여했던 미국 측은 필라델피아 주정부와 소수 기업만이 참여해 대조적인 양상을 띠었다. 지난 2004년부터 국가관을 운영중인 우리나라도 삼성전자·LG전자·석경에이티·잉크테크·큐딕스 등 12개 기업 등이 참여해 플래시메모리·디스플레이소재·블루레이디스크·나노잉크 등 다양한 나노기술과 제품을 공개했다.
◇주목할 만한 신기술=이번 전시회에는 특히 탄소나노튜브(CNT)를 이용한 복합소재의 상용화가 두드러졌다. 전계방출소자·연료전지·바이오·나노소자 등 분야에 일본과 미국 업체들이 CNT를 이용한 연구개발 시제품을 선보였다. 바이엘·나노실·아르케마 등 유럽 기업들이 CNT 양산능력을 과시했고 국내 기업인 카본나노텍 등도 수십톤 이상의 생산력으로 응수했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향후 CNT가 플라스틱·금속류 등 범용적인 보강재에 활용될 수 있도록 CNT 가격 인하를 위한 준비를 마쳐 더이상 가격이 각종 나노응용 제품의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CNT를 적용해 사출성형된 플라스틱 제품은 탄소섬유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평을 얻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품공정의 최종단계인 사출 성형 공정기술 등 요소기술의 보완과 최적화가 보완돼야 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종훈 전자부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올해 나노테크 전시회에서 CNT 소재는 일본업계의 출품이 다소 줄은 반면 한국과 유럽·캐나다 업체의 약진이 돋보였다”며 “2010년께면 CNT소재가격의 인하로 다양한 제품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TOK는 임프린팅 방식으로 나노구조물 제작할 때 미세 선폭간 깊이를 대폭 확대해 기존 방식에 비해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능성 나노수지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또 일본 스미토모와 CNI가 CNT를 적용해 ITO필름을 대체할 수 있는 광학필름을 선뵈 관심을 모았다.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는 렌즈나 곡면 나노패터닝 기술을 상용화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 기술은 그동안 사실상 구현이 불가능했던 것로 나노기술의 적용분야 확대는 물론이고 미세회로의 데이터전송률 제고와 광손실 감소 등 효과가 기대된다.
◇장비산업 육성이 과제=이번 전시회는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간 나노 기술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우리 기업들에게는 관련 장비산업 육성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향후 3년 뒤 각종 나노 상용제품 출시가 본격화될 때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고가의 나노 측정·분석 장비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기반이 매추 취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여한 한 국내 업체 사장은 “전시장에 흐르는 주된 기류는 ‘상용화의 임박’으로 요약된다”며 “하지만 이 시장에 대비한 나노 분석·측정 장비 분야는 여전히 국내 기업들이 취약한 분야가 되고 있어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