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는 올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분야에서 전년 대비 30% 가까이 증가한 4600억원 이상의 매출은 물론 두 자리 수 영업이익을 달성키로 했다. 국내 부품업체가 범용부품에서 두 자리 수 이익을 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삼성전기는 MLCC 사업부문에서 지난해 6월 기준 월 매출 300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다음달에는 400억대 벽을 돌파하며 목표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초고용량 MLCC 부문에서는 무라타 등과 이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원자재 해외 공급 업체들은 이전에는 영업 담당자 미팅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개발 로드맵까지 공유하는 등 달라진 위상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LCR 개발팀장인 허강헌 상무(44)는 MLCC 사업이 선순환 구조로 들어갔음을 협력업체 미팅에서 실감한다고 말했다.
삼성전기가 일부 대형 IT 기업의 MLCC 퍼스트 벤더로 선정되는 가 하면 원자재 공급업체들의 대우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무라타 등과 같은 선발업체들도 삼성전기의 MLCC를 분석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불과 2, 3년 전만 해도 마이너 취급을 받았던 삼성전기가 이렇게 바뀐 데에는 집중적인 투자가 주효했다.
허 상무는 “시장 성장성이 가장 높은 초고용량 부문에 기술 개발과 투자를 집중했다”며 “또 핵심소재 및 설비 개발 조직을 운영해 내재화에 성공함으로써 단기간내에 일본 기업을 따라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MLCC의 원재료인 파우더의 경우 70% 정도를 내재화했으며 나노파우더, 1.5μ두께의 시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초고용량 제품을 일본 기업보다도 앞서 출시하는 원동력이 됐다.
허 상무는 올해도 초고용량 우위를 계속 유지하는 한편 특수 MLCC도 개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보통 MLCC는 1.0μF, 2.2μF 등으로 규격이 정해져 있지만 고객 요구에 따라 1.5μF 과 같은 특수 제품도 만들어 공급하겠다는 설명이다.
허 상무는 “일반 부품에서 국내기업이 성공신화를 써 나가는 게 꿈”이라며 “MLCC 공정의 70% 정도를 저항, 인덕터, 탄탈콘덴서 등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MLCC 성공을 다른 칩 부품 분야로 파급시켜 나가겠다”고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삼성전기는 MLCC로 오는 2010년 1조원의 매출을 달성, TDK· 태양유전 등을 제치고 무라타에 이어 세계 2위의 MLCC 업체로 부상한다는 목표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삼성전기는 오는 2010년에 MLCC에서 1조 달성은 물론, 다른 칩 부문에서도 5000억원의 매출을 느끈히 올려 세계적인 종합 칩 부품 업체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야무지고 당찬 그지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허 상무는 “일본은 MLCC 부문에서 3, 4개 기업이 경쟁하면서 발전하지만 삼성전기는 그럴만한 국내 라이벌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외로움을 토로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